"한국과 중국에서는 전범이니 뭐니 하지만 그분들은 우리 일본의 애국자이자 영웅들입니다. 본관은 총리대신들께서 야스쿠니에 참배하시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 믿습니다."

"총리대신께서 문 총재의 하수인이 되었다는 점이 납득이 안 갑니다만."
"문선명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당이었소. 영성이 엄청나게 강해 아베쯤이야 새 발의피요."

"불상이나 불화에 이렇듯 팔을 많이 그리는 게 밀교요. 이 밀교는 선이 강한 중국과 한국의 불교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일본에서는 대수명방편으로 은밀히 전의해져 내려오고 있소."
"대수대명이라 하면 무엇을 말함인지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불러 내가 원하는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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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 검사로 봉직했던 그는 눈앞에보이는 현실로만 세상을 판단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사건이란 그 실체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연 다르기 마련이었고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법이 워낙 촘촘한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든 세 발짝만 걸으면 법을 어기게 된다는 것,
때문에 사람을 판단할 때는 과거로부터 걸어온 길을 모두 통찰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취임하기도 전에 핸드폰부터 바꾸는 전임 대통령들이나 주기적으로 번호를 바꾸어 대는 재벌들과 달리 대통령이 예전 핸드폰 번호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였다.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

과학 기술의 시대이긴 하나 이 나라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힘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넘쳐나 직간접적으로 메시지가 전해져 오곤 했고, 그런 의견도 다만 무시하기보다 속뜻을 미루어 짐작해보곤 하던 대통령의 존중은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거치며 그가 무속에 빠져 있다는 소문으로 덮어 씌워진 터였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러나 마뜩잖은 기분에 넘기려 해도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알 수 없는 문자는 말끔히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걸린 채 자꾸만 궁금증을 더해 오는 것이었다.

"이것은 주문 아닌 주문이오."
"무슨 뜻인지?"
"주문이란 무속에서 쓰는 기원문인데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주문이라 하는 이유는요?"
"이게 무엇이든 누군가에게 보낸 거니 어떤 의도가 심어졌겠지요. 의도를 담은 글 또한 주문이라 하니 이것은 주문이지요."

"예전에는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만 있는 줄 알았잖아. 지금은 알려진 입자만17개야. 그러니 과학도 시간의 한계 안에 갇혀 있어. 시대에 따라 과학적 진리도 바뀐다는 거지."
"그래도 풍수 같은 아예 엉터리하고 갈래가 다르잖아."

"얽힘 상태에 있는 두 개의 양자 중 하나의 성격이 결정되면 나머지 하나의 성격도 동시에 결정돼. 그런데 이 둘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양자얽힘‘ 이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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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染萬縮高鮮 -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그리하여 조선을 사발 안에서끓게 하라! 이것은 묘망한 천년의 저주로다!"
무라야마의 외침에 이케다는 두 팔을 가슴에 모아 품속의 묵지를 더욱 소중히 간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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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마음이 수레의 양쪽 바퀴가 되어 이야기는 처음부터 술술 진행되었다.

혼례식의 절차만 정하면 될 무렵, 터무니없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도련님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오쿠로야의 하녀였다.

오하루는 만넨야의 소개로 들어온 하녀가 아니었던 걸까. 그런 설교를 듣지 못했을까. 듣고도 잊어버렸을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내용을 담은 설교일수록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오하루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그 곧은 눈빛으로 꾸어서는 안 될 꿈을 꾸었다. 늦춰서는 안 되는 긴장을 늦추었다.

"좋아해서 배가 맞는 건 아니야. 배가 맞을 때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맞아 버린다니까. 남자는 그런 법이야. 그걸 모르다니, 역시 너는 아직 어린애로구나."

슬퍼 보인다……기보다도 도련님은 무서워하고 있다. 긴지는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도련님의 어두운 눈동자는 긴지를 피해 발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한 번 기울어져 버린 커다란 물병에서 물이 넘쳐나 그치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말을 토해 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물 위로 한 쌍의 남녀가 하늘을 향해 누운 채 떠내려온다. 멀고 어두운 어둠 저편에서 긴지의 바로 발치까지 흘러온다.

도련님과 오하루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표주박과 박쥐 줄무늬 기모노를 입고 오른손과 왼손을 수건으로 꼭 묶고 있었다.

오캇피키
범인의 수색·체포를 맡았던 하급 관리

"내가 만나러 갔을 때, 오쿠로야 도련님의 왼쪽 손목에는 무언가로 세게 묶은 흔적 같은 청자색 멍이 나 있었단다. 이렇게, 둥글게 말이야."

─그해 여름, 오시마무라의 그 집에서 너는 졸다가 나쁜 꿈을 꾼 거다. 그런 것으로 해 둬.

오캇피키의 말을 잊지는 않았다. 두 번 다시 졸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로부터 반년쯤 후에, 물에 젖은 진흙 벽이 허물어지듯이 오쿠로야는 망했다.

구미야시키
하급 무사들이 거주하던 주택지

요리키
하급 무사들을 지휘하며 사무를 분담·보좌하던 직책

저는 오카다야에서, 정확하게 열 살 때부터 고용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모두 조슈 출신으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함께 고향을 도망쳐 나와 혼인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두 동생들 중 하나는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포창천연두으로 죽었고, 다른 하나는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가 그 후로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이는 사창가에서 죽었고요. 제가 좋아서 몸을 팔았는지, 무능한 부모가 팔아넘겼는지, 그 무렵 저는 이미 오카다야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존재감이 별로 없는 아이였어요.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아까 ‘오카다야는 더 이상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보통 같으면 ‘오카다야 분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고 말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예, 예, 그 이유는 이소베 님의 말씀과 같은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타모토
쇼군 직속의 가신들 중 봉록이 만 석 이하인 무사

인간의 진심도 상대에 따라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치를 배웠습니다.

이소베 님…… 한 번만 더 여쭙겠습니다. 아무리 제멋대로 자랐다고는 해도, 젊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심하게 대하는 인간이, 대체 이 세상에는 있는 것일까요.

발밑을 조심해 가십시오. 모쪼록 이제는 돌아오지 마시기를. 돌아보지도 마시기를.

이것이 마쓰고로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그런데 문지기의 이야기로는 가네코야까지 가는 길에 등에 업은 오사토는 조금도 괴로운 기색 없이, 작은 목소리로 계속 노래하는 가락을 붙여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고 한다.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너도 나만 한 나이가 되면 아마 어디론가 고용살이를 하러 가게 될 게 뻔해. 그때는 몸을 아끼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결국은 부지런히 일한 쪽이 이기게 돼 있거든.

그런 언니의 말을 오유는 어린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있었다.

오유는 재빨리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오유의 머리맡에 어둠보다도 어둡고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오유는 그것이 몸에서 내뿜는 악의 같은 것을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쭈기나무
예로부터 신성한 나무로, 제례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화꽃 향기가 풍겨온다. 누군가가 저 복도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박자박 멀어져 간다. 미노키치에게는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지만, 찾아봐도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말없이 오엔의 손을 잡고 살며시 꼭 힘을 줄 뿐이었다.

꽤 특이한 관습이긴 하지만 까닭을 듣고 난 이상은 거스를 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관습에 거역했다간 그 지방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먹을 것도 물도 약도 구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어머님은 별 수 없이 아다치 가에 들어가 살면서 병자를 돌보았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단다. 행복과 불행은 앞면과 뒷면 같으니까."

괴로운 일만 겪다 보면 반대로 ‘도깨비’ 도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그러니 역시 너는 이제부터 시작인 게야.

"자, 이 이야기는 이제 이걸로 끝이다. 나를 좀 쉬게 해 다오."

저는 생각했습니다─‘도깨비’ 의 미소는 제가 아는 어머님의 그 미소와 어딘지 모르게 닮지 않았나 하고. 그 따뜻한 눈빛도 어머님이 저를 보실 때의 눈빛과 꼭 닮지 않았나 하고.

─사람으로 살아 봐야, 비로소 ‘도깨비’ 가 보이게 되는 거란다.

재미있게도 이 관리인은 덩치가 절반밖에 안 되는 아내에게 꼼짝도 못한다. 얹혀사는 다로는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늘 잔소리를 듣곤 하는데 관리인도 똑같이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는다.

복도에서 비쳐드는 오후의 햇빛에, 희미하게 장지 위의 여자 머리가 떠올라 보였다. 몇 번 눈을 깜박여도 두 손으로 눈을 비벼도 보이는 것은 보인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있어요. 그런 놈들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 같은 멀쩡한 얼굴 밑에 귀신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솨아솨아 내리는 가랑비 속에 사람이 아닌 이형異形의 존재가 조용히, 조용히 서 있다. 가을비가 보여주는 환상이 오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오신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조마와리
시중을 돌아보며 범죄를 수사하고 법령 위반을 단속하는 관리

우미보즈
바닷가나 배 앞뒤에 나타난다는 알몸에 눈이 커다란 까까머리 요괴

아사쿠사 오쿠라
에도 막부가 직할지에서 거둬들인 쌀을 보관하던 창고

"역시 모르는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 노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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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는 북스피어에서 간행되는 제 열한 번째 책입니다.

소설, 만화, 영화 등, 하나의 픽션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번역 작업만이 아닌 다방면에 걸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주시는 북스피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바다를 건너 도착한 제 작품을 애독해 주시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여러분들에게 하룻밤의 즐거움이 되기를.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교와享和 1801년에서 1804년까지 사용된 에도 시대의 연호 연간年間의 초기 무렵, 에도에서 속된 말로 ‘수건 자살’ 이라고 불리는 동반 자살이 일 년 반 사이에 네 건이나 이어진 적이 있다.

물건이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곳 수건은 의장意匠이 좋았다. 소위 말하는 ‘이야기 무늬’ 라는 것으로, 겐지 이야기나 이세 이야기, 오토기조시 등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을 물들여 썼던 것이다.

실용적인 물건이어야 할 수건에 불필요하게 사치스러운 의장을 공들여 해서 팔아 치운데다 동반 자살한 남녀의 마음을 부추겼다는 죄목으로, 제조원인 수건 도매상의 주인은 귀양 보내지고 가족들은 재산을 몰수당해, 가게는 이 대에서 망하고 말았다. 결국은 꽤 비싼 값을 치른 취미였던 셈이 된다.

편하게 살기 위한 가장 가까운 길은, 결국 성실하게 일하는 거란다.

그것은 고용살이 일꾼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당연한 처우인지라, 뼈가 부서져라 일해야 하는 매일이지만 마음속은 편안했다.

엄격한 게 결국 편하다는 이야기는 이런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긴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자─특히, ‘어라, 그저께도 만난 아가씨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도 여기서 만났지’─하는 식의 일이 이어지자 이것은 계획된 만남이고, 상대방은 도련님이 무코지마에 다니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지나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눈치를 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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