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를 돌자 만년설을 뒤집어 쓴 설산 히말라야가 아이맥스 영화처럼 거대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 납작바위엔 긴머리를 늘어뜨린 요기 (요가 수행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은 지그시 감겨 있고,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두 손은 허공중에 무드라(깨달음의 형상)를 그리며 정지해있었다. 신비 그 자체였다. - P47

"스승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이 고통의 삶으로부터 저를 구원의 세계로 인도해주십시오. 당신과 같은 완벽한 스승만이할 수 있는 일입니다." - P48

"그렇다면 그대는 내가 받아들일 만큼 완벽한 제자인가? 나는완벽한 제자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한번도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P48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 P54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 P54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 P54

그 이후 인생의 여러 길을 다니면서, 나는 언제나 싯다 바바의모습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는 내가 탄 버스를 지켜보던 그 모습그대로 언제나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버스는 점점 멀어지고, 모퉁이를 돌아가고, 다른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멈춰서지만싯다 바바는 늘 그렇게 그만큼의 거리에서 내 여행길을 지켜보고있다. - P55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었어요. 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 수 있을 거예요."
비시누는 언제나 그렇게 희망적이었다. 단 한번도 내 앞에서 절망한 기색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땠지?"하고 내가 물으면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일은 뭔가 소득이 있을 거예요." - P57

"뭣하러 이런 걸 사왔어? 돈도 없으면서."
그러자 비시누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제가 돈이 어딨겠어요. 저기 크리스털 파는 미국 여자한테서 훔쳤어요. 아무튼 어제 제게 해주신 말씀  명심할게요." - P60

난 아직도 비시누가 내게 선물한 그 크리스털 목걸이를 몇 년째갖고 있다. 그 목걸이를 볼 때마다 비시누가 생각나고, 여름비가생각난다. 그러면 갑자기 웃음이 나고, 희망이 솟는다. - P60

"누구나 길 가는 여행자라고 할 수 있지. 그대도 그렇고, 나도그렇고 말야. 그러나 여행에는 반드시 목적지가 있기 마련이야.
그대는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나?" - P62

그 순간 왜 그토록 안심이 됐는지 모른다. 나는 마치 헤어진 연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가 반가웠다. 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채 말없이 지나갔다. 나는 황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저, 지금 길을 잃었거든요. 아까부터 출구를 찾아 헤맸어요."
그러자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 P66

"아까부터 헤매 다닌 게 아냐. 그대는 20년 동안 길을 잃고 헤맸지. 내가 그렇게 불렀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았어. 언제까지 그렇게 헤매고 다닐 건가?" - P66

"그대에게 중요한 걸 일깨워주기 위해서지. 난 이곳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 며칠 후면 히말라야의 동굴로 돌아가야만 해. 난 오랫동안 산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도시에선 숨이 막히지. 사람들의거친 파장이 내 몸의 세포를 망가뜨리거든. 아무튼 돌아가기 전에그대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뻐." - P68

"난 이미 그대에게 일깨워주었어. 그대가 못 알아들었을 뿐이지, 다시 한번 날 잘 보게. 내 몸에 무엇이 감겨져 있나? 밧줄이 나를 묶고 있지. 내가 말해줄 건 그것뿐이야. 그리고 이 밧줄은 내스스로 감은 것이야.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 자신임을 잊지 말게.  그대만이 그대를 구속할 수 있고 또 그대만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 P68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 거야. 그대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말게.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대자신이야. 먼저 그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어. 난 이 사실을 20년 동안 그대의 귀에 대고 속삭여왔네. 바로 곁에서 말야." - P69

"난 언제나 그대 곁에 있지. 바로 곁에 말야. 우린 서로 연결되어 있어. 그대가 언제나 자유로운 정신에 머물기를 바라네. 그것밖에는 다른 해답이 없지. 그대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있거든 언제라도 나를 찾아오게, 히말라야로!"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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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걱정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떡갈나무의 삶, 새들의 삶, 바람의 삶……. 그 모두가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 그것들의 삶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면 나의 삶 역시 무의미한 것이다.

전사처럼 살게!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 전사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고 말야. 아주 하찮은 행동 하나도 전부 책임을 지지. 그대가 그것을 잘 이해하리라고 믿네.

편견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편견은 실제로 상대방을 상처 입히고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 인디언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나쁜 편견은 우리를 ‘붉은 피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의 피부가 붉다는 뜻만이 아니라 더럽고 불결하다는 나쁜 고정관념을 그 안에 담고 있다.

때로는 백인 정부의 교묘한 정책에 의해 병원균이 전파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얼굴 흰 자들과의 일시적인 접촉만으로도 인디언 부족 전체에 물결처럼 죽음의 경련이 퍼져 나갔다. 말하자면 악수에 의한 대량학살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콜럼버스의 악수’라고 부른다.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병원균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그것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난다. 이것은 지극히 간단한 논리이다. 그런데 우리 인디언들은 애초부터 그런 병원균들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면역력도 없었던 것이다. 어떤가! 이것이 수수께끼에 대한 간단하고 명쾌한 해답이 아닌가.

종족 말살에 대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어떤 인종이나 자연의 종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멸종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가해진 백인들의 인종 말살 정책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량 학살 외에도 독한 술, 생물학전, 강제 이주, 투옥 구금, 백인들의 가치관 주입, 원주민 여성의 강제 불임, 아동 납치, 종교의식 금지 등 실로 다양하게 행해졌다.

"당신들 그리스도교인들이여, 무엇 때문에 이 작은 금붙이를 자신의 마음의 평화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가? 황금에 대한 욕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혼란과 비극에 빠뜨릴 생각이라면, 나를 따라오라. 당신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금이 물처럼 흐르는 곳으로 안내할 테니."

1786년, 벤자민 프랭클린은 프랑스 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지금까지 인디언들과 백인들 사이에 일어난 모든 전투는 백인이 인디언에게 가한 부당한 일들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주의의 상징이다. 식민주의는 수십 년 전, 혹은 여러 세대 전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오래전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그들을 생활 경제에서 시장 경제 속으로 몰아넣은 그 일이 오늘도 일어나고 있다.

존 모호크, 1992년_세네카 족

모두에게 생명을 주신 이는 사람들이 서로를 억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 사회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억압당하는 것을 막고 국가와 종족 사이에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 구조를 탄생시켜야만 한다. 평화는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단을 추구하는 사회의 결과물이다. 또한 정의는 사람들이 가장 순수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마음을 나눠 가질 때 실현된다.

우리 수 족에는 여러 지파가 있었으며, 강 서쪽에 사는 지파를 통틀어 라코타 족이라 불렀다. 수 족이란 말은 얼굴 흰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목을 베어 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것은 크게 잘못된 이름이다. 우리는 누구의 목도 함부로 베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얼굴 흰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이름이다.

모든 아이는 한 가정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부족 전체에 공동으로 속해 있었다. 따라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어느 집으로 들어가든 환영을 받았다. 왜냐하면 부족 전체가 한 식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나는 걸음을 떼어 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을의 천막을 다 돌아다니느라 낮에는 가끔씩밖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인디언의 교육은 교실 안에서의 배움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진정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그런 교육이었다. 아이가 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를 교실에 가둬 두거나 다른 아이들 속에 줄세워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배움의 과정에서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시험으로 한 어린 가슴을 다른 아이들과 경쟁시키는 일을 인디언들은 하지 않았다. 등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이는 자신의 단점에 대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칼리슬 인디언 학교에 들어가 그곳의 경쟁 체제 아래 놓이기 전까지 나는 자라면서 한 번도 모욕을 당하거나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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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흰 사람들의 법과 관습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들이 우리의 몸을 해부용으로 사겠다고 해도 우리는 무슨 일인지조차 모른 채 깃털 펜을 잡고 종이에 서명했을 것이다. 나와 우리 부족이 처음 깃털 펜을 잡았을 때의 사정이 바로 그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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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이유없는 허무감과 슬픔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마치 어느 전생에선가 무척이나 힘든삶을 살았던 것처럼 원인 모를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다. - P31

하지만 이제 인도 사회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신세대인 20대 버스 운전사는 성자들 시바 신이든요금을 내지 않으면 절대로 버스에 태워줄 수 없다는 완강한 자세였다. - P32

"나는 그대를 만나려고 이 버스에 탔다. 그러니 그대가 내 대신차비를 무는 것이 당연한 일이로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성자의 복장을 한 사람이 차비 몇 푼을 빼앗으려고 거짓말을 하다니! 나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P33

"난 당신을 만나자고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허튼 소리 그만두고 저리가요. 남의 돈으로 버스를 타려거든 차라리 걸어서 다니라구요." - P33

"그대는 표면적으로 볼 때 지금 데라둔으로 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아. 데라둔은 공간 속의 한 지점일 뿐이지. 지금 그대가 향해 가고 있는 시간 속의 지점은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야." - P35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생에 나는 그의 첼라(제자)였고 그는 나의 구루(영적 스승)였다는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수행중에 내가 도망쳐서 어디로 갔나 했더니 한 생이 지난 이제서야 버스 안에서 만났다는 것이었다. 인연의 고리는 너무도 단단해서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노라고 성자는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 P36

성자의 축복을 받고 나니 내 자신이 신에게로 성큼 다가섰음을느낄 수 있었다. 인생의 절망과 슬픔에 젖었던 한 여행자는 빈털터리 성자의 유머와 재치 덕분에 마음이 한결 밝고 여유로워질 수있었다. 그 밝고 여유로운 세계가 내게는 곧 신의 자리였다. - P39

성자가 내려준 그날의 축복은 까닭 없는 허무감에 흔들리던 한 젊은이의 영혼을 간단히 치유해주었다. 데라둔까지 가는 아니 신에게로 가는 버스 여행은 그렇게 두 시간이 걸렸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 P39

인도에서 불교를 전공하던 어떤 한국인 교수가 하인에게 행주와 걸레를 구분해서 쓰라고 충고했더니, 그 인도인 하인은 "더러움과 깨끗함을 차별하는마음도 버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불교를 전공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교수에게 되려 큰소릴 쳤다고 한다. - P40

또 인도인들은 대부분 손으로 밥을 먹는다. 왜 스푼을 사용하지않고 더러운 손으로 먹느냐고 했다가 나는 된통 설교를 들어야만했다. 누구의 입에 들어갔었는지도 모르는 스푼으로 먹는 것보다자기 손으로 먹는 게 훨씬 위생적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자기들은 손가락으로 음식의 맛을 아는 능력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 P41

"잠깐 차를 세워주세요. 배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얼른요." - P42

버스에서 뛰어내린 나는 배낭을 들쳐안고 무의식적으로 도로옆 들판을 향해 10여미터 달려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북인도의 들판지대는 수평에 가까운 황무지가 대부분이다. 언덕 하나없는 평지에다 나무들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내가 버스에서 내린 지점이 바로 그런 지대였다. - P43

어쨌든 위기는 면했다.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볼일을 마친 나는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어깨에 힘을 주고 천천히 버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도중에 괜히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어 멀리 던지는 여유까지 부려 보였다. 인도인들은 내 마음속을 다 간파하고 있다는 듯, 저 친구가 정말 왜 저러나 하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P44

"인도인들은 왜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들판이나 철둑길이나 강변에 마구 볼일을 보니 더럽기 짝이 없잖아요.
전염병의 원인이 될수도있구요. 화장실을 더 많이 지으면 한결깨끗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건너편에 앉은 50대 남자가 내 말을 받았다. - P45

"자연속에서 자연적인 일을 처리하는데 뭐가 나쁘다는 겁니까? 왜 당신들외국인들은 성냥갑만한 공간 속에 숨어 냄새를 맡아가며 똥 위에 똥을 누고 있지요? 우린 아침마다 대자연 속에 앉아 바람과 구름을 바라보며 볼일을 봅니다. 그것이 우리에겐 최고의 명상이지요."
다른 남자가 말을 받았다. - P45

"그래요. 자연스러움을 혐오하고 인위적인 것들을 추종하는 세상이 됐어요. 우리처럼 물로 닦지 않고 화장지를 사용해야 문명생활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어디 정말로 그런가요. 강은 더 더러워졌고, 나무들은 더 없어졌지요."
그 옆의 남자도 한탄을 했다. - P45

"그 결과 세상은 점점 위선적이 되어버렸어요. 명상적인 생활이무엇인지도 모르구요. 무엇으로든 자신을 가려야만 문명인이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 P45

버스는 창피함으로 얼굴이 붉어진 한 외국인 여행자와 묵묵히창밖을 응시하는 사리 입은 여인, 흰 두건쓴 시크교 노인, 이마에점을 찍은 처녀, 그리고 또다시 옆사람의 호주머니를 훔쳐보는 손이 시커먼 소매치기 등을 싣고 광활한 북인도 대륙을 달려갔다. - P46

나를 숨겨줄 아무런 은폐물도 없는 들판지대가 야속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저 따사로운 평원의 햇살과툭 트인 바람 속에서 내 온존재를 마음껏 드러낸 채로 평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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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나는 지금 낯선 마을에 와 있다. 마을의 이름은 ‘쿠리‘이다. 북인도 라자스탄 사막의 끝자락에 위치한 곳, 몇 안 되는 흙벽돌 집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엎드려 있다. - P19

나는 눈을 감고 지도 위에 한 점을 찍어 그 장소까지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 P19

그러나 남에게 한 약속도 아니고 스스로 내린 결정을 시도조차하지 않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캘커타에서 비행기를내리자마자, 마치 인도를 점령하기 위해 떠난 희랍의 알렉산더 대왕처럼 전속력으로 인도 대륙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P20

모두 걸린 시간은 8일 반나절하고도 세 시간이었다. 쿠리까지가는 데만 무려 2백 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었다. 도중에 기차를 갈아탄 것이 일곱 번이었으며, 4일은 기차역에서 잤고, 나머지 3일은 기차 안에서 배낭을 끌어안고 잤다. 더구나 쿠리로 가는 시외버스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배낭을 깔고 앉아 하루 온종일기다려야만 했다. - P20

여행 가이드북에 40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적힌 거리가 왜 그토록 오래 걸렸는가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곳은 인도이니까!" - P20

마을에는 뜻밖에도 호텔이 하나 있었다. 집이 열 채 정도밖에없는 곳에 호텔이 있다는 건 정말 뜻밖이었다. 누구를 위해 그 호텔이 거기 존재하는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인도는역시 수수께끼의 나라였다. - P22

내가 바냔나무 아래 가서 앉자 개 두마리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개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한껏 애처로운 표정으로 먹을 걸 달라고 나를 쳐다보았다. 한 마리는 허기가 져서 죽겠다는 듯 아예옆으로 픽 쓰러졌다. - P25

세상은 결국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  - P25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먼여행을 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내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은 사막 지방에선 자살 행위와도 같다는 것이었다. - P29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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