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산(三輪山)이여, 나라(奈良)의 산들 사이에 감춰질 때까지. 길 굽이굽이 똑똑히 보고 갈 것을. 자주자주 보고 갈산을, 무정하게도 구름이 가려야 하겠는가. 반가운 미와산을 그처럼 가릴 수 있단 말인가. 구름도 유정(有情)할 터인데, 자주 가릴 수 있을 줄이야. - P202
중대형 태자를 모시고 머나먼 곳, 자신으로 보면 고향인 근강으로가는 그 고통스런 여로에서 누가다는 미와산을 넘다가 그 산을 가리는 무정한 구름을 바라보고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이를 한탄하면서노래를 지었던 것이다. 그 노래의 가비(歌碑)가 지금도 나라, 대신신사(大神神社)의 뜨락 한구석에 아름답고 수줍었던 살아 생전의 누가다처럼 얌전히 서 있다. - P203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의 비단과 온갖 풍물이 서양으로 건너가고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의 문물과 발달된 과학문명이 동양으로 역수입되었듯, 이 일본 국도 제1호를 통해 백제의 그 찬란하던 문화와 고도의 기술과 불교와 문자가 아직 야만과 미개의 캄캄한 숲에 잠들어있던 일본으로 조금씩 조금씩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 P205
실크로드가 동서 상호간에 문물과 풍습을 서로 교환하였던 도로였다면 일본 국도 제1호는 한쪽에서만 문명과 문화를 전해주었던일방통행의 도로였던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길을 이름하여 죽내가도(竹內街道)라고 부른다. 이 죽내가도는 오사카의 바닷가에서 이상산의 산정을 향해 좁고 굴곡이 심한 루트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산을 넘어가면 일본의 고도 아스카와 나라의 평원이 펼쳐져 보인다. - P205
"어리석은 사람들. 금당의 문을 부술 필요 없이 대불을 뉘어서 들여가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안작지리는 부처의 자비를 이러한 일화로 오늘날까지 전해주고있는 것이다. 즉 대불도 자세를 낮추면 불화가 있을 수 없거늘 하물며 인간이 겸손으로 자세를 숙이고 자신을 낮추면 만사형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 P210
...달(月)이 지날수록 근심과 고통으로 신음하게 되니 차라리 죽고 싶으나 귀찮게 떠드는 아이들을 두고 죽을 수도 없고 어린 것들을 바라보니 마음만 타는구려. 이렇게도 속이 상하면 통곡이라도 하였으면…………. - P221
……… 여자의 잠자리를 넘나들던 남자의 모습은 얼마 가지 않아서 늙고 추(醜)하여 무참하게 변모하고 여기서도 싫어하고 저기서는 미움받고 그 사이를 지팡이를 짚고 비실비실 걸어간다. 그러나 아아, 아무런 수도 없지 아니한가. - P222
......남자가 허무하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죽어버려도 좋은 것일까. 천대만대(千代萬代)로 칭송받을 훌륭한 이름을 남겨놓지도 못하고. - P223
매화 꽃이 지금 한창이다. 마음 맞는 벗끼리, 매화꽃을 머리에 꽂는 빗으로 삼았으면, - P225
우리집 정원에 매화꽃이 떨어지네. 아니야. 이것은 하늘에서내리는눈(雪)일 것이다. - P226
봄이 되면 먼저 피는 이 집의 매화꽃을 나 혼자서 바라보면서 긴 봄날을 그냥 보낼 수 있을 것인가. - P226
·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소용이 없고, 답답하여서 집을 나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지마는 자식들이 마음에 걸려서 가지를 못하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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