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오븐 속에 넣어두마, 얘야. 나 지금 간다." 그말은 사실이었는데, 법에 따르면 어린이가 아닌 모든 사람들, 어린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일하러 나가야만 했거든. 엄마는 깡통에 든 수프나콩 같은 허섭스레기가 선반에 가득찬 ‘국영 슈퍼‘라는 곳에서 일했지. - P46
"제가 뭐 굉장히 즐겁게 해드리는 일을 했나요? 뭐가 잘못됐나요?" 내가 물었지. - P48
유고슬라비아 해변의 ‘아름다움‘이 어쩌고 하며 예쁘장하고 젊은 계집애가 젖가슴을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사진이었지. 놈은 두어 번 꿀꺽 소리를 내며 그 계집애를 먹어치우려는 듯이 본 다음 말하더군. "왜 모든 일을 무언가잘못되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거니? 하면 안 되는 일을해버린 것 아니야?" - P48
"그래, 그렇겠지."놈이 비웃듯이 말했지. "그냥 조심만해, 그게 다야. 알렉스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더 많이 알고 있어." 그리고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의자를 여전히 흔드는 채로 말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우리는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제길, 거의 한 세기 동안 연구해 왔지만, 더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어. 너는 좋은 집에, 사랑을 주는 부모에, 또 그다지 나쁘지 않은 머리를 가졌는데 말이야. 네 속에는 악마라도 들어앉아 있니?" - P50
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일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나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수 가 없지. - P51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형제 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 말을 심각하게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거야. - P52
집애밖에는 없었지. 고것들은 한겨울인데도 아이스바를 빨면서 새로운 팝송 음반들, 조니 어웨이」, 「스태쉬 크로」, 「믹서즈」, 「에드와 이드 몰로토프와 함께 잠깐 누워요」 등의 허섭스레기를 뒤지고 있었지. 이 계집애들은 열살도 채 안 되어 보였고 나처럼 분명히 오전 수업을 빼먹고 있고 있는 중이었을 꺼야 8) 열거된 가수의 이름들은 모두 방화, 마약, 폭력을 의미한다. - P54
아빠는 중얼중얼하시며 말꼬리를 흐리셨지. "미안하다, 얘야. 그렇지만 가끔씩 걱정이 된단다. 가끔씩 꿈도 꿔.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된다만 꿈은 많은 것들을 말해 주지. 지난밤에 네 꿈을 꾸었는데 하나도 좋지 않았어." - P61
"그래요?" 아빠가 내 꿈을 꾸었다는 말이 관심을 끌었지. 나는 꿈을 꾸었다는 느낌은 가졌지만 무슨 내용인지는도통 제대로 기억을 할 수 없는 편이었거든. "그래서요?" 나는 끈적거리는 파이를 씹다가 관두고 물었어. - P61
"아빠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에 대해선 걱정마세요. ‘두려워 말라. 그는 진정 스스로를 돌볼 수 있으니.‘ 이런 말도 있잖아요." - P61
놈들은 내가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간 비뚤어져고는 신나게 웃었는데 그중 하나가 말했지. "사랑이란 때이른 악몽 같지." 얼마 후에 어떤 경찰 우두머리가 들어왔는데 계급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가슴에 별을 달고 있었고 나를 보자 한숨을 쉬더군. 내가 말했지. - P83
"나는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을거야. 나도 법을 안단 말이야, 이 자식들아". 물론 놈들은그 소리를 듣고 커다랗게 웃었고 별을 단 경찰이 말했지. - P83
"좋아, 좋아, 자네들, 우리 또한 법을 안다는 것과 법을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지." 놈은 신사 같은 목소리지만 아주 이상한 말투로 이야기하면서 몸집이 커다란 어떤 뚱뚱한 자식에게 친근한미소를 짓더군. - P83
"폭력은 폭력을 부르지요."그 경찰 우두머리가 아주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지. 걔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에게저항했소." - P85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공들인 결과란 말이지." 델토이드가 다시 말했지. 그는 내가 더 이상 피를 흘리고 맞은놈이 아니라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아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지. "천생 내일은 법정에 출두해야겠군." - P85
"그 일이 네 양심을 고문하게 될 거야. 그 일이 네놈을고문해서 미치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마." 놈이 심각하게말했지. - P89
놈은 철창을 흔들려고 애쓰면서 외쳤지. "나도 빌어먹을 권리라는 게 있다고, 이곳은 다 찼잖아, 이건 염병할 강압이라고,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랬더니 간수 한 놈이 돌아와서 녀석에게 적응해야 한다고, 누군가 허락하면침대를 같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서 자야 한다고말하더군.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 "상황은 나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거야. 네놈들 모두가 범죄로 가득 찬 진짜더러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하니까. - P103
친절했으니까. "내 이름은 브래넘 박사란다. 난 브로드스키 박사의 조수야. 네가 괜찮다면 간단한 일상 종합 진단을 하겠다."그러고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청진기를 꺼내면서 말했지. "우리는 네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신해야만하지, 그렇지? 그럼, 그렇고말고." 파자마 윗도리를 벗고누운 나를 놈이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동안 물어보았지. - P117
"누군가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 P118
"이게 뭐요.형씨? 난 어디든 걸어갈 수 있소." 그러자놈이 대답했지. "내가 밀고 가는데 제일 낫지."아니, 정말로 내가 침대에서 나오니까 힘이 좀 빠져버린 걸 알게 되었지, 여러분. 그건 브래넌 박사 말대로 영양 부족이었고, 모든 게 그 끔찍한 감옥 음식 때문이지. 그렇지만 식사 후 맞은 주사가내 건강을 돌려주겠지. 거기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가 전혀없다고 생각했던 거지. - P119
"제가 내내 앉아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그걸 봐야만 한다는 말씀인가요? 말도안돼.얼마나 끔찍했는데." - P128
"물론 끔찍하지."브래넘 박사가 웃으며 말했지. "폭력이란 끔찍한 것이지. 그게 바로 네가 배우고 있는 것이란다. 네 몸이 지금 그걸 배우고 있는 중이야." - P128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브래넘이 대답했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입니다. 마치 그 시인 죄수가 말했듯이 말이죠. 그게 바로 처벌을 내리는 것이겠지요, 아마. 소장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 P136
두 놈 모두 좀 생각하는 눈치였지. 그러더니 브로드스키박사가 말했지. "통제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야. 세상도 하나고, 인생도 한 번이니까. 인간의 행위 중 가장감미롭고 꿈만 같은 일도 어느 정도의 폭력을 수반하지,예를 들면 사랑의 행위라든지 음악 같은 것 말이야. 넌 이기회를 잡아야만 해, 얘야. 이제껏 선택은 전적으로 네가내린 것이었어."이 모든 말들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난 이렇게 말했지 - P138
"그렇지만 선생님, 아니 선생님들, 저는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아요. 그건 잘못이죠. 그건 사회라는것에 반항하는 일이니까요. 그건 잘못이죠,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맞거나 차이거나 칼에 맞지 않고 살면서행복할 권리를 가졌으니까요. 전 많은 걸 배웠어요, 진짜로 많은 것을요." 그러나 브로드스키 박사는 내 말을 듣고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지. - P139
"이성의 시대에 대한 반론이구먼." 뭐 그런 비슷한 말이었지. "뭐가 옳은지를 알고, 그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잘못된 일을 한다. 안되지, 안 돼, 얘야, 이 모든 걸 우리에게 맡겨두렴. 그렇지만 즐거워하라고. 모든 일이 곧 끝날거야. 지금부터 두 주일이 채 되기 전에 자유인이 될 테니까." 그리고 놈은 내 어깨를 토닥거렸지. - P139
"나, 나, 나, 도대체 나는 어쩌라고요? 난 여기서 뭐란말이야? 내가 무슨 짐승이나 개란 말이야?" 이 말에 놈들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지. 그래서더 큰 소리로 내가 외쳤지.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왜 그런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어, 여러분. 대갈통을 쓰지 않고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지. 그리고 무슨이유인지 내 말에 놈들은 일이 분 정도 아무 말도 못하더군. 그때 교수 타입의 어떤 여윈 늙은이가 일어섰는데, 놈의 목은 대갈통과 몸통을 연결하는 전선 같았지. 놈이 말했어. - P151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 P151
"기쁘군요. 여러분, ‘사랑‘ 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다니요. 우리는 이제 중세와 함께 사멸했다고 믿어온 ‘사랑‘의 예절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불이 꺼지고 조명이 다시 켜졌는데, 하나는 여러분의 불쌍하고 수난을 당하는 친구이자 화자에게, 그리고 또 하나는 일생에서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진짜로 예쁜 계집애를 천천히 비추기 시작했지. - P152
내가 대답했지. "끝을 내고 싶어요. 해볼건 다 해봤어요. 그게 바로 문제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 가요." - P168
"이렇게 비참한온 사람이 네가 처음이 아니란다." 녀석이 말했지. "경찰은 자신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이 마을 주변으로 데려오기 좋아하지. 그러나 다른 차원의 희생자인 네가 여기오게 된 것은 신의 섭리야. 아마, 너도 내 이름을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는데?" - P181
아주 조심해야 했지, 여러분. 내가 대답했지, "난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책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읽지는 않았지만, 들은 적은 있지요." - P181
"저들은 항상 도가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마른 행주로접시를 닦으면서 멍한 듯이 말하더군. "그러나 본질적인동기는 죄 그 자체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거야." - P183
"내일 너를 보러 올 사람이 몇 명 있을거다. 내 생각으로는 네가 소용이 될 것 같구나,이 불쌍한 애야. 내 생각으로는 이 고압적인 정부를 몰아내는 데네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정부라도 버젓한 젊은이를 태엽 감는 기계로 만드는 것을 승리라고 생각해서는안 되지, 그건 탄압을 자랑스레 여기는 정부나 하는 짓이야" - P183
"우리 시대의 희생양이야,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엾은사람." - P185
『시계태엽 오렌지한 권이 꽂혀 있었고, 책의 등짝, 그러니까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 F. 알렉산더‘가 찍혀 있었지. 하나님 맙소사, 녀석은 또 다른 알렉스였어. - P185
"야만적인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의지력을 갉아먹는 조건반사 기법을 도입하는 것 말이야." 녀석은 이런 어려운 말들을 미친 것 같은 눈빛으로 내뱉었어. - P187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 P222
그리고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여러분, 여러분은 갈수없는 나 혼자만의 길이야. 내일도 향기로운 꽃이 피겠고, 더러운 세상이 돌아가겠고, 별과 달이 저 하늘에 떠 있을거고, 여러분의 오랜 동무 알렉스는 홀로 짝을 찾고 있을거야. 엄청 구리고 더러운 세상이야, 여러분. 자 이제 여러분의 동무로부터 작별 인사를.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놈들에게는 커다란 야유를 엿이나 먹으라 그래. 그러나 여러분들은 가끔씩 과거의 알렉스를 기억하라고. 아멘, 염병할. - P223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는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대한 반성을 제시하고 있다. 버지스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자유의지라는 신학적·철학적인 문제를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함으로써 그 환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리고 나아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알렉스라는 비행 청소년의방황에 투영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는 성(性)과물질 그리고 유희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절도, 마약, 강도, 폭력과 강간 등 극단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그러던 중 믿었던 패거리의 배신으로 범죄 현장에서 잡히고 죄질의 심각함 때문에 청소년 보호 시설이 아닌 일반교도소에 수감된다. - P224
즉 이 소설을 통해서 버지스는 국가권력이 구성원들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태엽 장치를 달아서 통제하려는 음모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버지스가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경험한 국가의 폭력, 좁게는 군대 조직에서 경험한 권력의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여기에는 조지 오웰이라는 1940년대 문학적 우상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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