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관이, 밥하나?"
"삼관이, 채소를 썰 때 너무 힘을 주는 것 같으이. 꼭 장작 패는 것 같다구."
"삼관이, 자네 언제부터 이렇게 부지런해졌나?"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하는 수 없지. 마누라한테 꼬투리를 잡혔으니. 이런 걸 일러 노는 건 한때고 고생은 평생이라고 하는 거라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이제야 다 알겠다구요. 예전에야 남편이랑 아들들을 먼저 생각했어요. 무조건 내가 좀 덜 먹더라도 남편하고 아들들 많이 먹이는 게 최선이고, 내가 좀 힘들더라도 그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앞으로는 나를 좀 챙겨야겠더라구요.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요? 남자들이란 원래 믿을 게 못 돼요. 집안에 서시 같은 미인이 있는데 바깥에 한눈을 팔다니……. 아들들도 믿을 게 못 되고……."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올해는 1958년. 인민공사, 대약진운동, 제강생산운동…… 또 뭐가 있지? 아, 우리 아버지 땅이랑 넷째 삼촌의 논밭이 다 회수됐지. 앞으로는 누구도 자기 논밭을 가질 수 없다구. 전부 국가에 귀속되는 거지. 즉 국가가 빌려준 논밭에 농사를 짓는 거라 이거야. 수확할 때도 당연히 국가에 공납을 해야 하고. 에, 결국은 국가가 이전의 지주가 되는 거지. 물론 국가가 지주는 아니고, 인민공사라고 불러야겠지…….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사람은 곧 철이고 밥은 곧 강이니, 이 강철은 바로 국가의 양식인 거야. 그러니까 국가의 쌀이자 보리이고, 생선이자 고기다 이 말씀이야. 그러니 제련은 논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침대 밑에 아직 쌀독 두 개가 남아 있어요. 사람들이 와서 솥이며 밥그릇, 쌀, 간장, 소금, 식초까지 싹 가져갈 때 이 쌀독만은 아까워서 못 주겠더라구요. 이건 당신하구 애들 입에서 한 입씩 줄여서 모은 거니까 끝까지 안 내줬죠……."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다들 잘 못 느꼈겠지만, 이 돈은 우리 입에서 조금씩 덜어서 모은 거예요. 그러니까 평상시엔 절대로 쓰면 안 된다구요. 아주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예요."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푸르고 무성한 산이 있는 한 땔나무 걱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목숨만 부지하고 이 고통을 잘 견디면 다시 좋은 날이 올 거다. 갈수록 묽어지기는 하지만 옥수수죽을 마셔야 해.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오늘부터 삼락이, 이락이, 일락이 모두 죽 먹은 다음에는 침대에 누워 있어, 꼼짝하지 말고. 움직이면 배가 고파지니까. 너희들 모두 조용히 누워 있으라구. 나하고 엄마도 침대에 누워 있을 테니까. 했던 말 또 하게 하지 마라. 배고파서 힘이 하나도 없으니까. 방금 마신 죽이 벌써 다 내려갔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하지만 지금은 날 공산당원으로 생각하지 말고, 과거의 은인이라 생각하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낙숫물 떨어지듯 입은 은혜를 샘물이 용솟듯 갚으라고. 하지만 난 샘솟듯 갚으라는 말은 안 하겠네. 자네가 알아서 낙숫물 떨어지듯 갚게. 피 판 돈 중에서 몇 원, 큰돈은 말고 떨어지는 자투리 돈을 날 주게. 큰돈은 자네가 갖고."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보이자 일락이가 허삼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허삼관은 문득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내가 십삼 년간 자라 대가리 노릇을 하긴 했지만, 일락이를 좀 보라구. 나한테 얼마나 잘해? 이락이, 삼락이보다 훨씬 잘한다구. 평상시에 맛있는 게 있으면 꼭 나한테 먼저 물어보거든. 이락이, 삼락이 이 자식들은 묻지도 않고 자기들 입으로 꿀꺽이지. 일락이는 참 좋은 녀석이야. 왜냐? 하느님께서 나한테 상을 주신 거다 이 말씀……. 그래서, 사람은 선행을 쌓아야 한다 이거야. 나쁜 짓을 하면 못써요. 몹쓸 짓을 하고도 곧바로 반성하지 않으면 하소용처럼 하느님의 벌을 받게 된다구. 하느님의 벌은 인정사정없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지. 그냥 바로 골로 보내거든. 하소용 좀 보라구. 병원에 누워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니 평소에 선행을 많이 해야 돼요.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하소용이 그놈은 죽어도 싼 놈이라구. 이런 걸 두고 인민을 위해 독초를 제거했다고 하는 거야. 그 트럭 기사는 정말이지 큰일을 한 거라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 꼭 기억해둬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 한다. 그냥 네가 나한테, 내가 넷째 삼촌한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준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일락아, 엄마 따라 가거라. 내 말 듣고 어서 가. 가서 하소용의 영혼을 불러라. 일락아, 어서 가라니까."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모 주석께서 한 말씀 하시면 그걸 노래로 만들고, 벽에 걸고, 차나 배에 써놓고, 침대보와 베갯잇, 컵, 냄비, 심지어는 화장실 벽이나 타구에까지 새겨넣는 이유를 아냐구? 모 주석의 이름을 부를 때 왜 그리 길게 부르는지……. 자, 들어봐. 위대한 영도자이시며, 위대한 원수이시며, 위대한 스승이자 위대한 조타수인 모 주석, 만세 만세 만만세. 다 합쳐서 마흔 자도 넘는 걸 한 번에 읽어야 한다구. 중간에 쉬면 안 돼. 왜 그런지 알아? 이게 바로 문화대혁명이다 이 말씀이야…….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상하이에 가려면 중간에 린푸, 베이당, 시탕, 바이리, 통위안, 쑹린, 다차오, 안창먼, 징안, 황뎬, 후터우차오, 산환둥, 치리바오, 황완, 류춘, 창닝, 신전을 거쳐야 했다. 그 중에 린푸와 바이리, 쑹린, 황뎬, 치리바오, 창닝은 현 정부 소재지라 그는 그 도시들에 들러 피를 팔면서 상하이까지 갈 작정이었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자네들 절대로 자주 팔아서는 안 되네. 한 번 팔면 석 달은 쉬어야 한다구. 정말 돈이 급할 때가 아니면 자주 팔아서는 안 돼. 연속해서 팔았다가는 몸이 다 망가진다구. 내 말 꼭 명심하게. 이건 다 경험담이니까……."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그냥 돼지간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면 돼."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이 말을 들은 허삼관이 허옥란에게 근엄하게 한마디 했다.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내가 쉬지 않고 피를 파는 건 이거 말고는 별수가 없기 때문이야. 내 아들이 상하이의 병원에 있는데, 병이 아주 심하다네. 그래서 돈을 아주 많이 모아 가야 하거든. 돈이 없으면 의사가 주사도 안 놔주고, 약도 안 줄 테니까"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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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건장한 대장부가 밥을 한 그릇밖에 못 먹는다면 그게 몸이 망가진 게 아니고 뭐겠냐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피를 안 팔아본 사람은 모두 몸이 부실한가요?"
"그렇지. 너 방금 계화 엄마가 한 얘기 들었지? 이 마을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지."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무슨 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몸이 튼튼한 사람은 다 가서 피를 판단다. 한 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도 그렇게 많이는 못 벌지. 사람 몸속의 피는 우물의 물처럼 퍼내지 않으면 많아지지 않거든. 네가 매일 퍼내도 우물물은 아직도 그렇게 많이……."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삼촌, 삼촌 말대로라면 피가 바로 돈줄이네요?"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하지만 먼저 네 몸이 실한지 부실한지를 봐야지. 만약 몸뚱이가 부실하면, 피 팔러 갔다가 목숨까지 팔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네가 병원에 피를 팔러 가면 우선 검사부터 하는데, 먼저 피를 조금 뽑아 몸이 실한지를 보고 나서 피를 팔든가……."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피를 판 다음엔 식당에 가서 돼지간볶음에 황주 두 냥(옛날에 무게를 잴 때 쓰던 단위로 약 삼십칠 그램에 해당한다)을 마신다구요."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돼지간은 보혈을, 황주는 혈액순환을 돕는 거라고……."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우린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그저 물만 몇 사발 마셨을 뿐이오. 지금 또 몇 사발 마시고, 성안에 들어가서 또 몇 사발 들이켜고……. 계속 마셔서 배가 아플 때까지,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많이 마시면 몸속 피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지.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서……."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그자는 촌장 같은 사람이지. 촌장이 우리를 관리하는 것처럼, 이 혈두는 바로 우리의 피를 관리한다오. 누구는 피를 팔게 하고 누구는 못 팔게 하고, 전부 그 사람이 말하는 대로 된다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그 여자와 이 혈두 사이의 교분이란 이불 속 교분을 말하는 건데, 그 여자가 피를 팔러 갔을 땐 먼저 온 누구라도 한쪽에 서서 기다려야 해.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그 여자에게 욕이라도 퍼부었다가는 그자의 피가 신선의 피라도 이 혈두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내가 자네 같은 사람들 방광이 얼마만한지도 모르는 줄 아나? 제기랄, 자네들 방광이 뽈록 튀어나온 게 애 밴 여자보다도 더하다고. 아마 최소한 열 사발은 마셨을걸."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알겠어요. 그 힘이란 게 주머니 속의 돈이랑 똑같은 거군요. 쓰고 나서 다시 벌어들이는……."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아직 안 해봤는데요.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건지를 안 셈이죠. 제가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써야죠."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이것 보라구. 자네가 허삼관한테 구 년 동안이나 자라 대가리 노릇을 시켰잖아. 게다가 자네 아들을 구 년이나 키워줬으니……. 낙숫물 떨어지듯 입은 은혜를 샘물이 용솟듯 갚으라는 말도 있잖은가. 지난 구 년간의 상황을 봤을 때 내 아들 병원비는 자네가 내야 할 것 같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그래서 허삼관은 이락이와 삼락이를 불러다 군자는 십 년을 기다려서라도 원수를 갚는 법이니 하소용의 두 딸을 십 년 후에 꼭 강간 해버리라고 말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어이 삼관이, 빨리 가서 자네 부인 좀 데려와. 자네 부인하고 하소용의 부인이 싸우고 있는데 갈수록 볼썽사나운 꼴이 되고 있어. 빨리 데려오지 않으면 자네가 개망신을 당한다구."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허삼관은 이제껏 이렇게 살찐 다리는 처음이었다. 살이 너무 많은 탓에 양쪽으로 넘쳐흘러, 다리가 마치 거대한 통나무 같았다. 알록달록한 팬티에서 갈라져 나온 새하얀 살이 돗자리 위에 떡 하니 펼쳐진 모습에 허삼관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허삼관이 고개를 들어 임분방을 바라보았다. 임분방이 변함없이 미소를 짓자 그도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당신 살이 이렇게 부드럽고 하얀 줄 몰랐어. 돼지비계보다 훨씬 하얀데."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여자랑 먼저 하고 피를 팔면요?"
"그야 물론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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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도 피 팔러 자주 가느냐?"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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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점차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몇 년간 나의 옛 작품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 완성한 내 작품을 읽을 때 내 안에서는 종종 낯설다는 느낌이 솟아오른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나는, 작가로서, 동일한 내 작품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생활이 변했고, 감정도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자기 작품의 서문에 쓰는 내용은 사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느낀 바라고 말하고 싶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2세기 아프리카 북부에서 씌어진 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가능할까?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단 말씀이야."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래도록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온 미련에 관한 이야기다. 한 줄기 길과 한 줄기 강물, 비 온 뒤의 무지개, 면면히 이어져온 한때의 추억,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무한히 이어지는 한 자락의 민요, 그리고 한 인간의 생애……. 이 모든 것이 타래에서 풀려나오는 새끼줄처럼 그 길의 끝자락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고대 로마의 시인 마티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글쓰기와 독서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뜨거운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아들아, 네 얼굴이 어디 있는 거냐?"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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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오븐 속에 넣어두마, 얘야. 나 지금 간다." 그말은 사실이었는데, 법에 따르면 어린이가 아닌 모든 사람들, 어린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일하러 나가야만 했거든. 엄마는 깡통에 든 수프나콩 같은 허섭스레기가 선반에 가득찬 ‘국영 슈퍼‘라는 곳에서 일했지.  - P46

"제가 뭐 굉장히 즐겁게 해드리는 일을 했나요? 뭐가 잘못됐나요?" 내가 물었지. - P48

유고슬라비아 해변의 ‘아름다움‘이 어쩌고 하며 예쁘장하고 젊은 계집애가 젖가슴을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사진이었지. 놈은 두어 번 꿀꺽 소리를 내며 그 계집애를 먹어치우려는 듯이 본 다음 말하더군. "왜 모든 일을 무언가잘못되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거니? 하면 안 되는 일을해버린 것 아니야?" - P48

"그래, 그렇겠지."놈이 비웃듯이 말했지. "그냥 조심만해, 그게 다야. 알렉스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더 많이 알고 있어." 그리고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의자를 여전히 흔드는 채로 말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우리는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제길, 거의 한 세기 동안 연구해 왔지만, 더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어. 너는 좋은 집에, 사랑을 주는 부모에, 또 그다지 나쁘지 않은 머리를 가졌는데 말이야. 네 속에는 악마라도 들어앉아 있니?" - P50

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일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나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수 가 없지. - P51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형제 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 말을 심각하게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거야. - P52

집애밖에는 없었지. 고것들은 한겨울인데도 아이스바를 빨면서 새로운 팝송 음반들, 조니 어웨이」, 「스태쉬 크로」, 「믹서즈」, 「에드와 이드 몰로토프와 함께 잠깐 누워요」 등의 허섭스레기를 뒤지고 있었지. 이 계집애들은 열살도 채 안 되어 보였고 나처럼 분명히 오전 수업을 빼먹고 있고 있는 중이었을 꺼야 8) 열거된 가수의 이름들은 모두 방화, 마약, 폭력을 의미한다. - P54

아빠는 중얼중얼하시며 말꼬리를 흐리셨지. "미안하다,
얘야. 그렇지만 가끔씩 걱정이 된단다. 가끔씩 꿈도 꿔.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된다만 꿈은 많은 것들을 말해 주지.
지난밤에 네 꿈을 꾸었는데 하나도 좋지 않았어." - P61

"그래요?" 아빠가 내 꿈을 꾸었다는 말이 관심을 끌었지. 나는 꿈을 꾸었다는 느낌은 가졌지만 무슨 내용인지는도통 제대로 기억을 할 수 없는 편이었거든. "그래서요?"
나는 끈적거리는 파이를 씹다가 관두고 물었어. - P61

"아빠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에 대해선 걱정마세요. ‘두려워 말라. 그는 진정 스스로를 돌볼 수 있으니.‘ 이런 말도 있잖아요." - P61

놈들은 내가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간 비뚤어져고는 신나게 웃었는데 그중 하나가 말했지. "사랑이란 때이른 악몽 같지." 얼마 후에 어떤 경찰 우두머리가 들어왔는데 계급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가슴에 별을 달고 있었고 나를 보자 한숨을 쉬더군. 내가 말했지. - P83

"나는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을거야. 나도 법을 안단 말이야, 이 자식들아". 물론 놈들은그 소리를 듣고 커다랗게 웃었고 별을 단 경찰이 말했지. - P83

"좋아, 좋아, 자네들, 우리 또한 법을 안다는 것과 법을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지." 놈은 신사 같은 목소리지만 아주 이상한 말투로 이야기하면서 몸집이 커다란 어떤 뚱뚱한 자식에게 친근한미소를 짓더군. - P83

"폭력은 폭력을 부르지요."그 경찰 우두머리가 아주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지. 걔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에게저항했소." - P85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공들인 결과란 말이지." 델토이드가 다시 말했지. 그는 내가 더 이상 피를 흘리고 맞은놈이 아니라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아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지. "천생 내일은 법정에 출두해야겠군." - P85

"그 일이 네 양심을 고문하게 될 거야. 그 일이 네놈을고문해서 미치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마." 놈이 심각하게말했지. - P89

놈은 철창을 흔들려고 애쓰면서 외쳤지. "나도 빌어먹을 권리라는 게 있다고, 이곳은 다 찼잖아, 이건 염병할 강압이라고,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랬더니 간수 한 놈이 돌아와서 녀석에게 적응해야 한다고, 누군가 허락하면침대를 같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서 자야 한다고말하더군.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 "상황은 나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거야. 네놈들 모두가 범죄로 가득 찬 진짜더러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하니까. - P103

친절했으니까. "내 이름은 브래넘 박사란다. 난 브로드스키 박사의 조수야. 네가 괜찮다면 간단한 일상 종합 진단을 하겠다."그러고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청진기를 꺼내면서 말했지. "우리는 네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신해야만하지, 그렇지? 그럼, 그렇고말고." 파자마 윗도리를 벗고누운 나를 놈이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동안 물어보았지. - P117

"누군가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 P118

"이게 뭐요.형씨? 난 어디든 걸어갈 수 있소." 그러자놈이 대답했지.
"내가 밀고 가는데 제일 낫지."아니, 정말로 내가 침대에서 나오니까 힘이 좀 빠져버린 걸 알게 되었지, 여러분.
그건 브래넌 박사 말대로 영양 부족이었고, 모든 게 그 끔찍한 감옥 음식 때문이지. 그렇지만 식사 후 맞은 주사가내 건강을 돌려주겠지. 거기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가 전혀없다고 생각했던 거지. - P119

"제가 내내 앉아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그걸 봐야만 한다는 말씀인가요? 말도안돼.얼마나 끔찍했는데." - P128

"물론 끔찍하지."브래넘 박사가 웃으며 말했지. "폭력이란 끔찍한 것이지. 그게 바로 네가 배우고 있는 것이란다. 네 몸이 지금 그걸 배우고 있는 중이야." - P128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브래넘이 대답했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입니다. 마치 그 시인 죄수가 말했듯이 말이죠. 그게 바로 처벌을 내리는 것이겠지요, 아마. 소장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 P136

두 놈 모두 좀 생각하는 눈치였지. 그러더니 브로드스키박사가 말했지. "통제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야. 세상도 하나고, 인생도 한 번이니까. 인간의 행위 중 가장감미롭고 꿈만 같은 일도 어느 정도의 폭력을 수반하지,예를 들면 사랑의 행위라든지 음악 같은 것  말이야. 넌 이기회를 잡아야만 해, 얘야. 이제껏 선택은 전적으로 네가내린 것이었어."이 모든 말들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난 이렇게 말했지 - P138

"그렇지만 선생님, 아니 선생님들, 저는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아요. 그건 잘못이죠. 그건 사회라는것에 반항하는 일이니까요. 그건 잘못이죠,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맞거나 차이거나 칼에 맞지 않고 살면서행복할 권리를 가졌으니까요. 전 많은 걸 배웠어요, 진짜로 많은 것을요." 그러나 브로드스키 박사는 내 말을 듣고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지. - P139

"이성의 시대에 대한 반론이구먼." 뭐 그런 비슷한 말이었지. "뭐가 옳은지를 알고, 그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잘못된 일을 한다. 안되지, 안 돼, 얘야, 이 모든 걸 우리에게 맡겨두렴. 그렇지만 즐거워하라고. 모든 일이 곧 끝날거야. 지금부터 두 주일이 채 되기 전에 자유인이 될 테니까." 그리고 놈은 내 어깨를 토닥거렸지. - P139

"나, 나, 나, 도대체 나는 어쩌라고요? 난 여기서 뭐란말이야? 내가 무슨 짐승이나 개란 말이야?" 이 말에 놈들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지. 그래서더 큰 소리로 내가 외쳤지.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왜 그런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어, 
여러분.
대갈통을 쓰지 않고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지. 그리고 무슨이유인지 내 말에 놈들은 일이 분 정도 아무 말도 못하더군. 그때 교수 타입의 어떤 여윈 늙은이가 일어섰는데, 놈의 목은 대갈통과 몸통을 연결하는 전선 같았지. 놈이 말했어. - P151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 P151

"기쁘군요. 여러분, ‘사랑‘ 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다니요.
우리는 이제 중세와 함께 사멸했다고 믿어온 ‘사랑‘의 예절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불이 꺼지고 조명이 다시 켜졌는데, 하나는 여러분의 불쌍하고 수난을 당하는 친구이자 화자에게, 그리고 또 하나는 일생에서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진짜로 예쁜 계집애를 천천히 비추기 시작했지. - P152

내가 대답했지. "끝을 내고 싶어요. 해볼건 다 해봤어요. 그게 바로 문제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 가요." - P168

 "이렇게 비참한온 사람이 네가 처음이 아니란다." 녀석이 말했지. "경찰은 자신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이 마을 주변으로 데려오기 좋아하지. 그러나 다른 차원의 희생자인 네가 여기오게 된 것은 신의 섭리야. 아마, 너도 내 이름을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는데?" - P181

아주 조심해야 했지, 여러분. 내가 대답했지, "난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책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읽지는 않았지만, 들은 적은 있지요." - P181

"저들은 항상 도가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마른 행주로접시를 닦으면서 멍한 듯이 말하더군.  "그러나 본질적인동기는 죄 그 자체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거야." - P183

 "내일 너를 보러 올 사람이 몇 명 있을거다. 내 생각으로는 네가 소용이 될 것 같구나,이 불쌍한 애야. 내 생각으로는 이 고압적인 정부를 몰아내는 데네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정부라도 버젓한 젊은이를 태엽 감는 기계로 만드는 것을 승리라고 생각해서는안 되지, 그건 탄압을 자랑스레 여기는 정부나 하는 짓이야" - P183

"우리 시대의 희생양이야,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엾은사람." - P185

『시계태엽 오렌지한 권이 꽂혀 있었고, 책의 등짝, 그러니까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 F. 알렉산더‘가 찍혀 있었지. 하나님 맙소사, 녀석은 또 다른 알렉스였어. - P185

"야만적인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의지력을 갉아먹는 조건반사 기법을 도입하는 것 말이야."
녀석은 이런 어려운 말들을 미친 것 같은 눈빛으로 내뱉었어. - P187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 P222

그리고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여러분, 여러분은 갈수없는 나 혼자만의 길이야. 내일도 향기로운 꽃이 피겠고,
더러운 세상이 돌아가겠고, 별과 달이 저 하늘에 떠 있을거고, 여러분의 오랜 동무 알렉스는 홀로 짝을 찾고 있을거야. 엄청 구리고 더러운 세상이야, 여러분. 자 이제 여러분의 동무로부터 작별 인사를.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놈들에게는 커다란 야유를 엿이나 먹으라 그래.
그러나 여러분들은 가끔씩 과거의 알렉스를 기억하라고.
아멘, 염병할. - P223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는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대한 반성을 제시하고 있다. 버지스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자유의지라는 신학적·철학적인 문제를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함으로써 그 환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리고 나아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알렉스라는 비행 청소년의방황에 투영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는 성(性)과물질 그리고 유희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절도,
마약, 강도, 폭력과 강간 등 극단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그러던 중 믿었던 패거리의 배신으로 범죄 현장에서 잡히고 죄질의 심각함 때문에 청소년 보호 시설이 아닌 일반교도소에 수감된다. - P224

즉 이 소설을 통해서 버지스는 국가권력이 구성원들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태엽 장치를 달아서 통제하려는 음모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버지스가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경험한 국가의 폭력, 좁게는 군대 조직에서 경험한 권력의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여기에는 조지 오웰이라는 1940년대 문학적 우상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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