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셀프 트래블 -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미정.백진수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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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여행 5일차, 2025.12.28.(일요일)
도쿄를 떠나 다시 집으로


1. 도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

아침에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참 맑았다.

지난 4일 동안 우리 가족을 품어주었던 도쿄의 건물들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쿄에 도착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아가는 날이다.

첫날에는 비가 내렸다.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N‘EX를 타고 시부야로 들어왔고,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호텔에 짐을 풀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여행이 어느새 마지막 아침을 맞았다.

방 안에 흩어져 있던 짐을 하나둘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여행 마지막 날의 짐 정리는 언제나 그렇다.

올 때보다 분명 짐이 늘었다.

각자 챙겨온 물건에 여행하며 산 것들이 하나둘 보태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짐을 모두 챙기고 객실을 나왔다.


2. 4박을 보낸 호텔과 작별

이번 여행에서 4박을 보낸 곳은 JR EAST HOTEL METS SHIBUYA.

시부야역 신남개찰구와 가까워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기에 참 편한 숙소였다.

아침이면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했고, 밤이면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지친 몸으로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호텔을 나서기 전 가족들이 로비에 모였다.

캐리어와 배낭까지 챙기고 나니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전 9시 10분경 호텔을 나왔다.

호텔을 나와 시부야역으로 향했다.


3. 다시 시부야역

우리가 향한 곳은 시부야역 신남개찰구(新南改札, New South Gate).

이번 여행 내내 수없이 드나들었던 시부야역이지만 오늘은 목적이 다르다.

관광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도쿄를 떠나는 길이다.

첫날에는 나리타공항에서 이곳으로 들어왔고, 오늘은 그 길을 거꾸로 돌아간다.

개찰구 앞에서 미리 준비한 승차권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시부야역 안으로 들어가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플랫폼에는 우리가 타고 갈 열차의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09시 45분.

나리타공항행 나리타 익스프레스(Narita Express), N‘EX였다.


4. 09시 45분, 나리타 익스프레스

우리가 탈 열차는 전 좌석 지정석인 나리타 익스프레스였다.

4호차 탑승 위치에서 기다렸다.

잠시 뒤 N‘EX가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캐리어를 싣고 자리에 앉자 열차가 시부야역을 출발했다.

이제 정말 도쿄와 작별이다.

창밖으로 도쿄의 건물들이 뒤로 밀려났다.

며칠 동안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졌던 거대한 도시가 조금씩 멀어졌다.

도심을 벗어나자 풍경도 달라졌다.

높은 빌딩 대신 낮은 집들이 나타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논밭과 작은 마을들이 창밖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들판은 갈색빛이었다.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뒤로 숲과 야산이 이어졌다.

첫날에는 공항에서 도쿄로 들어오느라 앞으로 펼쳐질 여행만 생각하며 보았던 풍경이다.

도쿄에서 보낸 지난 며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5. 우리가 함께 걸었던 도쿄

이번 여행은 2025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도쿄에서 보내기 위해 시작했다.

아키하바라와 아사쿠사를 돌아다니고, 에도성을 걸었다.

우에노공원에서는 왕인박사의 흔적을 만났고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 앞에도 섰다.

긴자의 화려한 거리와 츠타야서점도 돌아보고, 조조지에서는 오래된 에도의 흔적 뒤로 솟아 있는 도쿄타워를 바라보았다.

밤이면 또 다른 도쿄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든 것처럼 엄청난 인파가 쏟아졌다.

그리고 어제는 마님과 함께 후지노미야까지 다녀왔다.

일본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후지산을 처음 만났다.

신칸센 창밖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지산부터 시라이토 폭포와 타누키호에서 바라본 흰 머리의 후지산까지.

질리도록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날이었다.


6.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다

N‘EX는 오전 11시경 나리타공항으로 들어섰다.

열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이동했다.

나리타공항 제1터미널.

첫날 일본에 도착해 설레는 마음으로 빠져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는 여행의 시작이었고 지금은 여행의 끝이다.

국제선 출발 안내를 따라 공항 안으로 이동했다.

캐리어를 끌고 긴 통로와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공항에는 일본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7. 일본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

오전 11시 30분경.

비행기를 타기 전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마지막 식사를 한 곳은 공항에 있는

‘돈카츠 신주쿠 사보텐(とんかつ新宿さぼてん)’.

여행 마지막 날 공항에서 먹는 밥이다.

테이블에는 돈카츠와 커다란 새우튀김이 올라왔다.

나는 따뜻한 우동도 함께 먹었다.

두툼한 유부가 올라간 우동에 돈카츠와 새우튀김까지 있으니 한 끼로는 충분했다.

아이들도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었다.

며칠 동안 도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초밥도 먹고, 로스트비프와 규카츠를 먹으려고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식사는 공항 식당의 돈카츠였다.

일본에서 먹는 마지막 밥이라고 생각하니 평범한 점심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8. 공항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

밥을 먹고 출국하기 전 공항 안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기념품 매장에는 일본 각 지역의 이름이 들어간 스타벅스 머그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TOKYO, KYOTO, OSAKA, FUKUOKA를 비롯해 일본 곳곳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물건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녀온 도시를 찾게 된다.

마지막 쇼핑까지 마치고 이제 출국장으로 향했다.


9. 이제 정말 일본을 떠난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이동했다.

24번 게이트.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오후 1시 50분 출발
진에어 LJ0206편.

우리끼리는 청바지항공이라 부르는 그 비행기다.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다.

게이트 앞에 앉아 기다렸다.

며칠 전에는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나리타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느낀다.

출발하기 전에는 4박 5일도 제법 길어 보였는데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짧다.

잠시 뒤 탑승이 시작됐다.

비행기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이륙시간이 좀 지나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 일본 땅을 떠났다.

인천공항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10. 하늘에서 바라본 일본의 산

고도가 높아지면서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아래로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졌다.

겨울 산의 능선에는 하얀 눈이 남아 있었다.

산과 산이 겹쳐지며 멀리까지 이어졌다.

어제는 후지산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비행기 안에서 일본의 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산도 사라졌다.

창밖은 온통 구름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그 위로 겨울 오후의 햇살이 비쳤다.

구름 위에서는 여행의 마지막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11. 네 식구의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

마님과 딸래미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출발할 때와는 다른 표정이 있다.

며칠 동안 그렇게 많이 걸어 다녔으니 피곤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여행하던 것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이제는 딸래미가 식당을 예약하기도 하고 자기 일정도 챙긴다.

아들놈은 도시만 돌아다닌다고 불만을 터뜨리다가 후지산을 보러 가자니 새벽에는 못 일어난다며 호텔에서 게임을 하겠다고 했다.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달라졌다.

그래도 다시 네 식구가 함께 도쿄에 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그것이면 됐다.


12. 다시 인천

비행기는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향했다.

구름 아래로 내려오면서 이제 여행도 정말 끝나간다.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지만, 오후 4시 40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하물 찾는 곳으로 내려왔다.

전광판의 시각은 16시 47분.

캐리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며칠 전 이곳에서 캐리어를 끌고 출국장으로 향할 때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도쿄 여행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이제 같은 캐리어 안에는 일본에서 산 물건들과 지난 4박 5일 동안의 흔적이 함께 들어 있었다.

짐을 찾아 네 식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13. 여행을 마치며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비 내리는 도쿄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여행이었다.

그리고 12월 28일.

맑은 겨울 하늘 아래 도쿄를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장소도 많이 만났지만 오래전 기억과 다시 이어진 순간들도 많았다.

에도성을 걸으며 일본의 역사를 생각했고, 우에노에서는 왕인박사를 만났다.

사이고 다카모리 앞에서는 일본의 근대사를 떠올렸고, 조조지에서는 에도시대의 절 뒤로 솟아 있는 도쿄타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하루 전에는 그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던 후지산을 드디어 만났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가족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여행이었다.

마님과 나, 딸래미와 아들놈.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걷고, 기다리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면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런 순간들이다.

비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한 도쿄 여행은,

구름 위로 펼쳐진 겨울 햇살을 바라보며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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