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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
두경아 지음 / 길벗 / 2024년 3월
평점 :
아내와 함께하는 일본 알펜루트 여행기
여행 3일차, 2026.05.24.(일요일)
비 내린 산과 협곡, 쿠로베 토롯코열차를 타다
1. 새벽 5시 기상, 오늘은 쿠로베 협곡으로
아침 5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쿠로베 협곡으로 가는 날이다.
덴테츠도야마역에서 오전 6시 10분에 출발하는 우나즈키온센행 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약간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전날 다카오카와 아마하라시까지 돌아다닌 피로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여행지에서 기차를 타러 가는 아침은 힘들지가 않다.
특히 일본 여행에서 나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참 좋다.
신칸센처럼 빠르고 편한 열차도 좋지만, 작은 역에 하나씩 서면서 시골과 산속으로 들어가는 지방열차에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역과 역 사이로 펼쳐지는 논과 밭, 오래된 집들, 작은 마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다.
역시 일본 여행은 기차를 타야 낭만이 있다.
호텔을 나서 덴테츠도야마역으로 향했다.
아침 6시 전이었지만 밖은 이미 완전히 밝았다.
비는 오지 않았다.
구름은 제법 끼어 있었지만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전날 저녁 덴테츠도야마역 위치와 승강장까지 미리 확인해두었으니 아침부터 헤맬 일도 없었다.
2. 덴테츠도야마역, 나란히 서 있던 두 대의 열차
덴테츠도야마역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두 대의 열차가 나란히 서 있었다.
크림색 차체 아래쪽으로 붉은색 선이 둘러진 오래된 전동차였다.
요즘의 매끈하고 세련된 열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둥근 전조등과 각진 차체, 오래된 승강장과 지붕까지 어우러지니 그 자체가 참 예뻤다.
“이야, 기차 이쁘다.”
그냥 타고 가기에는 아까웠다.
나는 열차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마님과도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다.
우리가 탈 열차의 행선판에는 ‘普通 宇奈月温泉’, 우나즈키온센행 보통열차라고 적혀 있었다.
차량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색 천으로 된 좌석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열차라 승객도 많지 않았다.
한산한 객차에 마님과 자리를 잡으니 그것 또한 좋았다.
붐비는 열차보다 이렇게 조용한 시골열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내 취향이다.
오전 6시 10분.
열차가 덴테츠도야마역을 출발했다.
오늘의 쿠로베 협곡 여행이 시작됐다.
3. 시골열차를 타고 설산을 바라보며
도야마 시내를 벗어나자 건물은 줄어들고 논과 밭, 작은 마을들이 이어졌다.
물이 가득 찬 논과 일본식 주택들이 차창 밖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오른쪽 창밖으로는 높은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야마 평야 동쪽에 길게 이어진 다테야마 연봉이었다.
구름이 산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높은 봉우리에는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었다.
논과 작은 마을 뒤로 설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모습이 기가 막혔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님은 그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와, 기가 막히는구만.”
높은 설산과 논, 작은 일본식 주택이 한 장면 안에 같이 들어왔다.
대도시에서 목적지까지 빠르게 가는 열차와 달리 이 열차에서는 창밖을 구경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었다.
열차 안도 한산해서 더욱 좋았다.
마님과 조용히 앉아 창밖 풍경을 마음껏 바라보았다.
4. 데라다역, 오늘과 내일의 길이 갈라지는 곳
열차는 작은 역들을 하나씩 지나갔다.
엣추산고, 엣추후나하시 같은 역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리고 데라다역(寺田駅)에 들어섰다.
이곳은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꽤 의미 있는 역이었다.
오늘 우리가 가는 우나즈키온센 방향과 내일 알펜루트를 향해 가게 될 다테야마 방향이 바로 이곳에서 갈라진다.
오늘은 우나즈키온센으로 가지만 내일은 다시 이곳을 지나 다테야마 쪽으로 향한다.
하루 차이로 같은 역에서 서로 다른 산으로 들어가는 셈이었다.
승강장에는 오래된 지붕과 기둥이 남아 있었고 다른 선로에도 지방철도 특유의 열차가 서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참 좋다.
열차는 다시 출발했고 다테야마 방면 선로와 헤어진 뒤 우나즈키온센을 향해 계속 달렸다.
5. 열차 안에서 시작된 비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열차를 타고 가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차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논과 마을도 비에 젖기 시작했다.
나는 오히려 좋았다.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날의 산도 좋지만 비가 한 차례 지나가고 산허리에 구름이 걸린 풍경을 더 좋아한다.
비에 젖은 나무와 논의 초록빛 벼가 더욱 짙어지고 공기도 깨끗해 보였다.
창밖의 설산도 구름에 가렸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이런 날의 산은 맑은 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있다.
6. 신쿠로베역과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
우나즈키온센에 가까워질수록 열차 안에는 등산복과 등산가방 차림의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산으로 향하는 지역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신쿠로베역에 도착하자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렸다.
이곳은 바로 옆의 호쿠리쿠신칸센 구로베우나즈키온센역과 연결되는 곳이다.
우리와 함께 우나즈키 방향으로 오던 등산객들 가운데서도 여기서 내리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열차는 다시 출발했다.
도야마 시내에서 출발했을 때와 달리 이제 창밖의 산은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7. 비와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열차
우치야마역과 오토자와역 등을 지나면서 열차는 완전히 산속으로 들어갔다.
짙은 초록색 산 사이로 하얀 구름이 걸려 있었다.
구름은 산꼭대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허리와 골짜기 사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비에 젖은 숲과 산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자기야, 저 산들과 구름 좀 봐.”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었다.
햇볕이 쨍한 날보다 이런 날의 산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비가 지나간 뒤의 산과 숲, 구름과 안개, 깨끗한 공기.
열차가 잠시 작은 역에 멈출 때마다 젖은 승강장과 산골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야마 시내에서 불과 두 시간도 달리지 않았는데 완전히 다른 곳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8. 오전 8시경, 우나즈키온센에 도착
오전 8시경 우나즈키온센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산이 눈에 들어왔다.
역 바로 뒤까지 산이 다가와 있었고 비에 젖은 숲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산허리에는 하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도 남겼다.
온천마을은 아직 아침이라 비교적 조용했다.
길 건너편에는 오늘 우리가 진짜 타러 온 쿠로베협곡철도의 선로와 차량들이 보였다.
주황색 기관차와 함께 ‘黒部峡谷鉄道’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오…… 드디어 왔구만.”
도야마에서 여기까지 오는 열차 여행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오늘의 진짜 목적은 이제부터였다.
9. 우나즈키역에서 토롯코열차 표를 받다
덴테츠 우나즈키온센역에서 쿠로베협곡철도 우나즈키역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토롯코열차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역에서 예약 QR코드를 보여주고 실제 탑승권으로 교환했다.
우리가 예약한 것은 창문이 있는 릴랙스 객차였다.
쿠로베 협곡의 토롯코열차에는 바깥이 그대로 열린 일반객차도 있지만, 우리는 창문이 있는 객차를 골랐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창문이 있는 릴랙스 객차를 선택한 것이 꽤 잘한 일일 것이라....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우리가 탄 객차에는 다른 승객이 한 명도 없었다.
마님과 나 둘뿐이었다.
“이거 완전히 전세 냈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싶었다.
북적거리지 않고 둘이서 조용히 쿠로베 협곡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10. 오전 8시 17분, 쿠로베 협곡 속으로
오전 8시 17분.
토롯코열차가 우나즈키역을 출발했다.
긴 객차를 이끌고 열차가 천천히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쿠로베강이 나타났고, 강 양쪽으로는 짙은 초록색 산과 가파른 절벽이 이어졌다.
비가 내린 뒤라 산허리에는 낮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구름이 산을 완전히 덮는 것이 아니라 골짜기와 능선 사이를 흘러다니며 산의 모습을 가렸다가 다시 보여주었다.
나는 이런 날씨의 산을 참 좋아한다.
햇볕이 쨍한 날에는 멀리까지 또렷하게 볼 수 있지만, 비가 지나간 뒤의 산은 구름과 안개 때문에 풍경이 계속 달라진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절벽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가 조금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산허리 아래로는 짙은 숲과 계곡이 이어졌다.
철길은 쿠로베강을 따라 산허리를 파고들 듯 이어졌다.
열차는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했고, 협곡을 가로지르는 교량 위를 지날 때마다 발아래로 강과 깊은 골짜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교량을 건널 때는 열차가 공중에 떠서 협곡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강 건너편으로는 산을 뚫어 만든 웅장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극한의 자연환경 속에 지어진 쿠로베가와 제2발전소(黒部川第二発電所)와 부속 댐 시설물들이 험준한 협곡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워 보이는 이 깊은 산속에 수로와 터널을 뚫고, 철길을 놓아 발전시설을 완성해 낸 치열한 토목 시공의 흔적을 마주하니 새삼 놀라웠다.
쿠로베 협곡철도가 애초부터 관광열차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 깊은 산속의 전력개발과 공사 자재,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놓인 철도라는 것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더 실감났다.
창문이 있는 릴랙스 객차 안에는 마님과 나 둘뿐이었다.
한쪽 창으로 풍경을 보다가 반대편에 좋은 장면이 나타나면 자리도 마음대로 옮겨 다녔다.
누가 앞을 가릴 일도 없고 사진을 찍으려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와…….”
“이야…….”
마님과 둘이 호젓하게 앉아 계곡과 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아침 일찍 움직인 덕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11. 교량과 터널, 발전시설 사이로 이어진 비경
열차가 안으로 들어갈수록 쿠로베 협곡의 규모가 더욱 실감났다.
양쪽 산은 강에서 거의 곧바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가팔랐고, 아래로는 쿠로베강이 깊게 파인 골짜기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이 험준한 산악 지형을 돌파하기 위해 철길은 일반 철도보다 좁은 762mm 특수 협궤(Narrow Gauge)로 설계되었고, 그 좁은 산비탈에 겨우 자리를 낸 듯 이어졌다.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다른 한쪽은 바로 계곡이었다.
열차는 짧고 긴 터널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오면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떤 곳에서는 짙은 숲으로 뒤덮인 산이 바로 앞에 나타났고, 또 어떤 곳에서는 협곡을 가로지르는 교량과 깊은 강물이 한꺼번에 보였다.
교량을 건널 때마다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아래로는 회색빛이 감도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양쪽으로는 비에 젖은 절벽과 숲이 이어졌다.
곳곳에는 댐과 수력발전 관련 시설도 보였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터널 입구, 산속에 붙어 있는 건물들이 자연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깊은 산속에 웬 시설물인가 싶었지만, 쿠로베 협곡 자체가 일본의 대표적인 수력발전 개발지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 철도와 발전시설이 협곡의 역사 그 자체였다.
자연만 바라보는 여행이었다면 그냥 아름다운 계곡으로만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토롯코열차를 타고 달려보니 쿠로베 협곡은 거대한 자연과 그 안에 철길과 교량, 터널, 발전시설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흔적이 함께 보이는 곳이었다.
비가 그친 뒤의 풍경은 더욱 좋았다.
젖은 숲은 초록색이 짙었고, 산허리에는 구름이 띠처럼 걸려 있었다.
구름 아래로 절벽과 계곡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 사이로 철교와 발전시설이 잠깐씩 모습을 드러냈다.
맑은 날의 쿠로베 협곡도 분명 멋있겠지만 이날만큼은 이런 날씨라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차 안에는 여전히 마님과 나뿐이었다.
사진을 찍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냥 창밖만 바라보았다.
“이야…… 이런 데가 있었구만.”
쿠로베 협곡은 단순히 산이 깊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열차가 한 굽이 돌 때마다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났고, 터널 하나를 빠져나올 때마다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여기까지 온 보람이 충분했다.
12. 네코마타, 지금은 여기까지
오전 9시 2분 네코마타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네코마타는 원래 쿠로베협곡철도의 종착역이 아니다.
원래 열차는 이곳을 지나 가네쓰리(鐘釣)를 거쳐 더 깊숙한 곳에 있는 게야키다이라(欅平)까지 들어간다.
2024년 노토반도 지진으로 가네쓰리 일대의 교량과 사면 등이 피해를 입으면서 복구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2026년 5월에는 우나즈키에서 네코마타까지만 운행하고 이곳에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네코마타까지 왔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원래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는 건디…….”
쿠로베 협곡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가네쓰리와 게야키다이라까지 이어지는 더 깊은 협곡이 남아 있었다.
우리가 여행한 뒤에도 복구공사가 계속 진행되었고, 2026년 10월 1일부터는 우나즈키~게야키다이라 전 구간 운행이 다시 재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꼭 게야키다이라까지 들어가보고 싶다.
13. 네코마타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우나즈키로
네코마타역에 내리니 깊은 산속의 작은 역답게 주변이 조용했다.
한쪽에는 ‘猫又 NEKOMATA’라고 적힌 역명판이 있었고, 역 이름에 맞춰 고양이와 쥐를 형상화한 포토스팟도 마련되어 있었다.
마님과 나는 고양이와 쥐 장식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역명판 앞에서도 여러 장을 남겼다.
깊은 산속 역에 이런 귀여운 포토스팟이 있으니 조금 뜻밖이면서도 재미있었다.
역 주변에는 굴착기를 비롯한 공사장비와 자재들이 놓여 있었고, 일부 구역은 펜스와 안전시설로 막혀 있었다.
관광지라기보다 실제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철도 현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 뒤로는 비를 머금은 짙은 초록색 산과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산허리에는 하얀 구름이 낮게 걸려 있었고, 곳곳에서는 물줄기가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렸다.
공사장비와 철도시설 바로 뒤에 이런 자연풍경이 이어지는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평소 전 구간 운행 때에는 관광객이 내려 둘러보는 역이 아니기 때문에, 네코마타에 직접 내려 주변을 구경한 것도 이번 여행에서만 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도 충분히 남겼다.
오전 9시 27분.
다시 열차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에는 올 때와 반대편으로 보이는 협곡과 산을 다시 바라봤다.
같은 철길을 되돌아가는데도 보는 방향이 달라지니 놓쳤던 풍경들이 새로 눈에 들어왔다.
마님과 단둘이 앉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우나즈키로 돌아왔다.
오전 10시 17분.
열차는 다시 우나즈키역에 도착했다.
쿠로베 협곡에서의 두 시간이 그렇게 끝났다.
14. 우나즈키온센 마을을 혼자 한 바퀴
덴테츠도야마로 바로 돌아가려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우나즈키온센에서 도야마까지 곧바로 가는 열차는 오전 11시 45분이었다.
한 시간 반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그냥 역에서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오전 10시 55분 열차를 타고 신우오즈까지 간 뒤 그곳에서 도야마행으로 환승하기로 했다.
출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마님은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데다 쿠로베 협곡까지 다녀오느라 힘들었는지 역에서 쉬고 있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우나즈키온센역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역 앞에는 온천마을답게 온천수가 나오는 분수가 있었다.
손을 넣어보았다.
“오, 따뜻허고 좋구만.”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닌 몸을 저 물에 푹 담그고 한숨 자고 싶었다.
근처의 시계탑과 온천마을 거리를 둘러보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비가 내렸다 그친 뒤라 산에는 아직 구름이 남아 있었다.
작은 온천마을과 구름 낀 산이 참 잘 어울렸다.
잠시 둘러본 뒤 다시 역으로 돌아와 마님과 합류했다.
15. 신우오즈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도야마로
오전 10시 55분 우나즈키온센을 출발했다.
덴테츠도야마까지 바로 가지 않고 신우오즈에서 갈아타기로 했다.
아침에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셈이었다.
산속을 벗어나자 창밖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짙은 산과 계곡이 멀어지고 다시 논과 작은 마을들이 나타났다.
신우오즈역에 도착한 뒤에는 지하통로를 따라 JR 우오즈역 쪽으로 이동했다.
역과 역이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보도로 이어져 있어 갈아타기는 어렵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통로를 지나 다시 올라가니 우오즈역이 나왔다.
우오즈에서 도야마까지 가는 승차권을 다시 샀다.
잠시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려, 오전 11시 50분쯤 도야마행 열차에 올랐다.
아침에 우나즈키로 갈 때 타던 도야마지방철도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열차였다.
창밖으로 다시 평야와 마을이 이어졌다.
낮 12시 20분쯤 도야마역에 도착했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해 우나즈키온센과 쿠로베 협곡까지 다녀왔는데 아직 점심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움직이면 하루가 참 길다.
16. 다테야마 소바 한 그릇과 마음에 남은 선승
도야마역에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역 바깥쪽에 있는 ‘다테야마 소바(立山そば)’로 들어갔다.
마님과 따뜻한 소바 한 그릇씩 먹었다.
아침부터 계속 기차를 타고 산속까지 다녀온 뒤라 뜨거운 국물이 더 반가웠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이런 날에는 오히려 이런 한 그릇이 좋다.
소바를 먹고 역 밖으로 나오는데 한 선승이 눈에 들어왔다.
삿갓을 쓰고 가사를 걸친 채 조용히 서서 시주를 받고 있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 장면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아…… 그때 시주라도 좀 할 걸 그랬네.”
이상하게 나는 우리나라 스님들보다 일본 여행 중 길에서 만나는 이런 선승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말없이 서 있는 모습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가 일본놈인가…… 에효.”
농담처럼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니 시주하지 못한 것이 괜히 아쉬웠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그냥 지나친 장면이 나중에 더 오래 남기도 한다.
그날 도야마역 앞에서 만난 선승이 그랬다.
17. 내일 알펜루트를 위한 표를 미리 발권하다
덴테츠도야마역으로 가서 내일 사용할 알펜루트 승차권부터 챙겼다.
미리 예약해두었지만 승차권은 이용 하루 전 낮 12시 이후부터 발권할 수 있었다.
내일은 도야마에서 다테야마로 들어가 알펜루트를 넘어 오기사와까지 간다.
오기사와에서 나가노까지 이동하는 표도 준비되어 있고, 나가노에서는 다시 호쿠리쿠신칸센을 타고 도야마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늘 오후 일정까지 돌아다닌 뒤 내일 새벽에 다시 표를 챙기는 것보다는 미리 받아두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18. 덴테츠도야마역 앞에서 만난 야스다 젠지로
역 주변을 걷다가 동상 하나를 보았다.
받침대에는 ‘安田善次郎翁之像’이라고 적혀 있었다.
야스다 젠지로(安田善次郎)였다.
처음에는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동상이라 사진부터 찍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도야마에서 태어나 에도로 올라가 사업을 시작했고 훗날 야스다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업을 크게 일으켜 야스다재벌을 만든 인물이었다.
일본 근대 금융사를 대표하는 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었다.
도쿄대 야스다강당의 ‘야스다’도 바로 이 사람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도야마역 바로 앞에 그의 동상이 서 있는 이유도 이곳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여행 중에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찍은 동상 하나가 나중에 한 도시의 역사를 알려주기도 한다.
19.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었다 도야마성으로
덴테츠도야마역 앞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 마님과 함께 쿠키도 하나 먹었다.
아침 5시부터 움직인 데다 쿠로베 협곡까지 다녀왔으니 잠시 앉아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이번 목적지는 도야마성이다. 오후 1시 20분경 트램을 탔다.
전날 우나즈키온센행 표를 준비하면서 산 것은 성인 3,400엔짜리 ‘철도선·시내전차 1일 프리 승차권’이었다.
덕분에 오늘 도야마 시내를 다니며 트램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탄 차량은 제법 오래된 트램이었다.
창틀에는 녹이 슨 곳도 보였다.
“야, 일본은 이런 것도 참 오래 쓰네.”
일본이 선진국이지만 물건을 참 오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낡았다며 새것으로 바꾸라는 이야기가 벌써 나왔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오래된 전차도 여전히 현역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일본도 과거 우리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한 나라다.
그 역사와는 별개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물건을 아껴 쓰고 질서를 지키는 모습 등 배울 만한 국민성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깝고 여행비용도 유럽이나 미주, 대양주에 비해 훨씬 덜 든다.
게다가 작은 지방도시에도 기차와 트램이 있고, 역사와 생활이 남아 있는 볼거리가 많다.
이래서 내가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가 보다.
20. 도야마성, 거대한 돌이 박힌 이시가키
트램에서 내려 도야마성으로 향했다.
도야마성에 가기 전 “어메이징 도야마”라고 쓰여있는 포토스팟에서 도야마성을 배경으로 마님과 사진도 남겼다.
도야마성은 규모가 큰 성은 아니지만 해자를 두르고 돌로 쌓은 성벽과 천수각이 어우러져 일본 성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천수각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성벽이었다.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이시가키(石垣) 사이사이에 다른 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육중한 돌들이 박혀 있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돌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오사카성에서 직접 보았던 거대한 돌들이 떠올랐다.
오사카성 사쿠라몬 안쪽 마스가타에 있는 다코이시(蛸石)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당시 아들을 돌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람이 바로 앞에 서 있어야 그 크기가 실감날 정도였다.
안내판에 따르면 다코이시는 표면적 약 59.43㎡, 추정 무게 약 108톤으로 오사카성 안에서 가장 큰 거석이라고 한다.
커다란 돌 하나가 웬만한 건물 벽만 했다.
일본의 성곽 이시가키에서는 이렇게 눈에 띄게 큰 돌을 중요한 출입구와 성벽에 배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벽을 튼튼하게 쌓는 기능적인 목적과 함께 이렇게 거대한 돌을 운반해 성을 쌓을 수 있다는 영주의 힘과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도야마성의 돌들이 오사카성 다코이시만큼 엄청난 크기는 아니었지만, 여러 크기의 돌로 쌓은 성벽 사이에 유난히 크고 육중한 돌이 박혀 있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직접 보았던 오사카성의 이시가키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이런 일본 성의 돌벽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기계도 없던 시절에 저 육중한 돌들을 어떻게 옮겨와 맞춰 쌓았을까 싶다.
천수각 안은 도야마시 향토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전시물을 보며 도야마성과 도야마번의 역사를 둘러보고 위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높은 성은 아니지만 도야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21. 도야마성 공원을 돌아 다시 트램으로
천수각을 내려와 성 주변 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해자와 돌담, 정원과 나무들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도야마는 큰 도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시내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볼거리가 이어졌다.
성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사진도 여러 장 남겼다.
오후 2시 18분경 다시 트램을 타고 환수공원 스타벅스에 가기위해 도야마역으로 돌아갔다.
22. 약장수의 도시를 만든 번주, 마에다 마사토시
도야마성 공원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동상을 만났다.
도야마번 제2대 번주 마에다 마사토시(前田正甫)였다.
안내판을 확인하니 이 양반의 이력이 재미있었다.
보통 ‘번주’라고 하면 갑옷을 입고 칼을 찬 사무라이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마에다 마사토시는 의학과 약에 관심이 많았던 번주였다.
그는 번의 산업을 키우는 데 힘썼고 특히 도야마 매약업의 기초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에도성에서 한 다이묘가 갑자기 심한 복통을 일으키자 마사토시가 가지고 있던 약을 먹여 효과를 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일을 계기로 다른 번에서도 도야마의 약을 찾게 되었고, 약장수들이 각지를 돌며 약을 먼저 맡겨두고 다음에 방문했을 때 사용한 만큼만 돈을 받는 ‘선용후리(先用後利)’ 방식이 자리 잡았다.
훗날 ‘에치추 도야마의 약장수’로 전국에 이름을 알린 도야마 매약업의 출발점이었다.
칼 잘 쓰는 사무라이 영주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약과 의학에 밝고 지역산업까지 키운 번주였다.
도야마가 지금까지도 제약산업으로 유명한 데에는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다.
23. “자, 환수공원 스타벅스로 진격의 거인.”
도야마역 북쪽으로 나와 환수공원까지 걸었다.
역에서 멀지는 않았다.
도시 건물을 지나자 갑자기 넓은 수변공간이 나타났다.
도야마현 후간운하 환수공원이었다.
커다란 운하를 중심으로 잔디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멀리 두 개의 벽돌색 전망탑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덴몬교가 보였다.
그리고 물가 한쪽에 오늘의 목적지 스타벅스가 있었다.
유리창이 넓게 난 단층 건물이 잔디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사람이 심상치 않았다.
“아이고, 사람이 왜 이렇게 많어.”
정말 많았다.
실내도 가득했고 야외 테라스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겨우 자리를 하나 확보한 뒤 주문 줄에 섰다.
사진과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니 이때 마님이 마신 것은 내가 기억하던 말차라떼가 아니었다.
톨 사이즈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나는 늘 그렇듯 벤티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였다.
영수증에는 주문 시간이 오후 2시 45분, 아메리카노 537엔,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555엔으로 남아 있다.
이런 건 사진이 있으니 기억보다 정확하다.
“자기는 또 말차여?”
마님은 말차,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본 여행 며칠째 계속되는 익숙한 조합이다.
24.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바라본 운하 풍경
운 좋게 창가 쪽에서 환수공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운하가 펼쳐지고 작은 유람선이 물 위를 지나갔다.
맞은편으로는 잔디밭과 나무가 이어졌고 멀리 덴몬교가 보였다.
사람이 워낙 많아 호젓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경치는 정말 좋았다.
마님과 음료를 앞에 두고 잠시 쉬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우나즈키까지 갔다가 쿠로베 협곡을 왕복하고 다시 도야마성까지 돌아본 뒤였다.
이쯤 되니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세상 편했다.
밖으로 나와 스타벅스를 배경으로 둘이 사진도 한 장 남겼다.
유리 건물과 잔디, 운하가 어우러지니 왜 이곳 스타벅스가 도야마의 유명한 장소가 됐는지 알 것 같았다.
25. 덴몬교 전망탑에서 내려다본 도야마
커피를 마신 뒤 덴몬교 쪽으로 걸었다.
두 개의 벽돌색 탑을 연결한 다리가 환수공원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전망탑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서자 환수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아래로는 운하가 길게 이어지고 스타벅스와 잔디밭, 산책로가 작게 보였다.
반대편으로는 도야마 시내가 펼쳐졌다. 그리고 멀리 산들이 보였다.
구름이 많아 완전히 선명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산줄기가 희미하게 이어졌다.
아침 기차 안에서부터 하루 종일 보고 다녔던 도야마의 산들이었다.
전망탑의 둥근 창으로 내려다보는 풍경도 재미있었다.
마님과 전망대에서도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높은 전망대는 아니지만 환수공원의 전체 모습을 보기에는 딱 좋았다.
공원을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는 밤에 다시 오면 정말 이쁘겠는디.”
덴몬교와 공원에 불이 들어오고 물 위로 야경이 비치면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 같았다.
밤에 한번 다시 와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오지 못했다.
아침 5시부터 시작한 일정이라 저녁이 되니 피곤하고 움직이기 싫어졌다. 이건 조금 아쉽다.
26. 다시 도야마역으로, 내일 먹을 것부터 준비
환수공원을 충분히 둘러본 뒤 다시 걸어서 도야마역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참 많이도 걸었다.
도야마역 북쪽 출구 쪽 로손에 들러 내일 먹을 것도 미리 샀다.
내일은 알펜루트를 넘어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계속 이동해야 하니 중간에 먹을 것을 챙겨두어야 했다.
빵, 바나나, 스타벅스 커피, 오징어채 등 이것저것 골랐다.
여행 중에는 이런 편의점 장보기도 중요한 일정이다.
내일 아침 배고프다고 난리 치지 않으려면 오늘 준비해놔야 한다.
27. 오후 4시 30분, 오늘 저녁은 버거킹
저녁은 거창하게 먹지 않기로 했다.
도야마역 앞 버거킹으로 갔다.
시간은 오후 4시 30분쯤이었다.
매장 앞에는 고기와 치즈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2대째 BABY BODY BURGER’ 광고가 붙어 있었다.
가격도 2,890엔이나 하는 엄청난 햄버거였다.
“저건 먹다 죽겄다.”
우리는 평범하게 먹기로 했다.
마님이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가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자 숙소로 향했다.
28. 다시 HOTEL JAL CITY TOYAMA로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5시경이었다.
포장해온 햄버거로 객실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제야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님, 오늘 고생했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우나즈키온센으로 가는 지방열차를 타고, 쿠로베 협곡의 토롯코열차를 타고 네코마타까지 들어갔다 돌아왔다.
다시 도야마로 와서 도야마성을 보고 환수공원까지 걸어 다녔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29. 비 내린 산이 더 좋았던 하루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쿠로베 협곡이었다.
다테야마 연봉의 설산을 바라보며 달리던 시골열차도 좋았고, 비가 내린 뒤 산허리에 구름이 걸린 우나즈키의 풍경도 좋았다.
무엇보다 토롯코열차의 창문 너머로 보이던 비에 젖은 쿠로베 협곡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아쉬웠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역시 쨍하게 맑은 산보다 비가 지나간 뒤 구름과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리고 객차 하나에 마님과 단둘이 앉아 그 풍경을 바라봤던 것도 참 좋았다.
게야키다이라까지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것은 다음 여행의 이유로 남겨두면 된다.
30. 오늘의 대장정을 마치다, “마님 고생했수다.”
아침 5시에 시작한 오늘의 대장정이 드디어 끝났다.
기차를 타고 산으로 들어가고, 토롯코열차로 협곡을 달리고, 다시 도야마로 돌아와 트램을 타고 성을 둘러보고, 환수공원까지 걸었다.
하루 동안 산과 계곡, 지방철도와 트램, 성과 공원까지 참 많은 것을 보았다.
여행은 역시 많이 보고 많이 걷게 된다.
마님도 오늘 정말 고생했다.
이제 쉬어야 한다.
내일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 가운데 하나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