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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
두경아 지음 / 길벗 / 2024년 3월
평점 :
아내와 함께하는 일본 알펜루트 여행기
여행 2일차, 2026.05.23.(토요일)[오후편]
가나자와를 떠나 도야마로, 다카오카와 아마하라시까지
19. 가나자와에서의 마지막 준비와 스타벅스 한 잔
윤봉길 의사님의 순국지와 순국기념비, 암장지, 그리고 박인조 선생님의 묘소까지 찾아뵙고 가나자와역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계속 걸어다닌 데다 날씨도 제법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숙소인 하얏트 센트릭 가나자와로 돌아와 먼저 샤워부터 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설 때와는 마음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전 내내 윤 의사님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다니며 묵념하고 절을 올린 뒤라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여행자의 시간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했다.
캐리어를 다시 챙기고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 뒤 오전 11시쯤 체크아웃했다.
가나자와에서의 숙박은 여기까지였다.
오늘부터는 도야마로 숙소를 옮긴다.
마님과 캐리어를 끌고 다시 가나자와역으로 향했다.
가나자와역에 도착해서는 역시 스타벅스부터 찾았다.
아침에도 커피를 사 들고 윤 의사님의 순국지로 향했는데, 가나자와를 떠나는 길에도 또 스타벅스에 들렀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 마님은 말차라떼를 골랐다.
둘이 음료를 들고 플랫폼에 앉아 잠시 쉬었다.
아침부터 워낙 많이 걸었던 터라 이 짧은 휴식이 좋았다.
커피를 들고 마님과 사진도 한 장 남겼다.
이제 정말 가나자와를 떠날 시간이었다.
20. 호쿠리쿠신칸센을 타고 도야마로
우리가 탈 열차는 오전 11시 59분 출발 호쿠리쿠신칸센 하쿠타카 562호였다.
전광판에는 바로 앞 열차인 11시 49분 가가야키 530호와 우리가 탈 11시 59분 하쿠타카 562호가 나란히 표시되어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열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다시 한번 일본 신칸센 좌석의 넉넉함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KTX와는 좌석 공간부터 차이가 컸다.
앞뒤 간격이 넓어 작은 캐리어 정도는 무릎 앞에 놓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선반에도 짐을 올릴 수 있었다.
마님 앞에 캐리어와 배낭을 놓았는데도 좌석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신칸센을 탈 때마다 이 점이 참 좋다.
반대로 KTX를 탈 때면 좌석과 앞좌석 사이가 너무 좁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열차는 가나자와를 출발했다.
창밖으로 호쿠리쿠의 도시와 논, 낮은 산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가나자와에서 도야마까지는 정말 가까웠다.
가나자와역에서 도야마역까지 대략 신칸센으로 45km쯤 되는 거리를 약 20분 만에 주파했다.
21. 처음 만난 도야마와 오늘의 숙소 JAL시티
낮 12시 20분쯤 도야마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내리자 ‘富山 Toyama’라고 적힌 역명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나자와와는 또 다른 도시가 시작되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제법 큰 도시였다.
역 앞에는 호텔과 상업시설이 모여 있었고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트램이었다.
도야마역 주변으로 여러 형태의 노면전차가 계속 오갔다.
새로 만든 듯한 현대적인 차량도 있었고 오래된 형태의 차량도 보였다.
트램을 카메라로 찍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나와 마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도야마에서 처음 만난 도시 풍경과 트램들을 한참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부터 26일, 귀국할 때까지 3일간 묵을 숙소는 HOTEL JAL CITY TOYAMA였다.
호텔은 도야마역에서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런데 역에서 내려 바로 호텔로 간 것이 아니었다.
역 앞을 오가는 트램들이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한동안 서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도야마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데 거의 20분 가까이 걸렸다.
거리는 5분도 안 되는데 트램 구경하느라 네 배 가까이 걸린 셈이다.
건물 전면에 HOTEL JAL CITY TOYAMA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었다.
체크인 절차는 미리 할 수 있었지만 아직 객실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프런트에 캐리어를 맡겼다.
여행을 며칠 다니다 보면 짐을 숙소에 먼저 맡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훨씬 가벼워진다.
큰 캐리어들을 맡기고 카메라와 작은 가방만 챙겼다.
이제 본격적인 도야마 오후 여행을 시작할 차례였다.
22. 도야마역에서 먹은 늦은 점심
호텔에 짐을 맡긴 뒤 다시 도야마역 쪽으로 돌아왔다.
점심부터 먹어야 했다.
역 주변 상업시설을 돌아보다 오후 1시경 돈카스 전문점 富金豚(とみきんとん, 토미킨톤, TOMIKINTON)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돈카스와 새우튀김, 규카츠 등 여러 메뉴가 있었다.
마님은 늘 그렇듯 일반 돈카스를 골랐다.
나는 규카츠 정식을 주문했다.
마님 앞에는 노릇하게 튀겨진 돈카스와 양배추가 놓였고, 내 규카츠는 속이 붉은빛을 띤 채 먹기 좋게 잘려 나왔다.
아침부터 계속 움직인 뒤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마님은 역시 평소 좋아하는 돈카스를 먹고, 나는 규카츠를 먹었다.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둘이 무엇을 먹는지도 이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다음 목적지인 다카오카로 향했다.
23. 오후 2시 20분 다카오카, 도라에몽의 도시로
도야마역에서 다카오카로 가는 열차를 탔다.
사진에 남아 있는 승차권에는 2026년 5월 23일, 도야마에서 다카오카까지 390엔이라고 찍혀 있다.
우리가 탄 열차는 오후 2시 20분 가나자와행 보통열차였다.
승강장 전광판에도 14:20 金沢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플랫폼에 서서 열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차량 내부는 신칸센과는 전혀 달랐다.
지방 도시를 오가는 평범한 통근형 열차였다.
손잡이가 길게 늘어서 있고 좌석도 단순했다.
열차가 도야마를 벗어나자 창밖으로 논과 주택들이 이어졌다.
물이 가득 찬 논과 낮은 집들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다카오카로 향했다.
다카오카역에 도착했다.
역 안에서부터 도라에몽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도라에몽 우체통이 있었고 역 주변에도 도라에몽과 관련된 시설들이 보였다.
“여기가 도라에몽의 도시인개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도라에몽』을 만든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바로 다카오카다.
다카오카에는 지금도 후지코 F. 후지오의 흔적을 기리는 시설과 도라에몽 관련 조형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역을 나서니 도시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걷기 좋은 지방도시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카오카역 앞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첫 번째 목적지인 즈이류지로 향했다.
24. 다카오카의 골목을 걸어 국보 즈이류지로
즈이류지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날씨가 제법 더웠다.
역을 벗어나니 관광지보다는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본 지방도시의 모습이 이어졌다.
낮은 주택들과 오래된 집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관광지까지 가는 길이라고 특별히 화려한 것은 없었다.
나는 이런 길을 걷는 것도 좋아한다.
그 도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골목을 이용하는지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님과 함께 천천히 걸어 즈이류지로 향했다.
조금씩 땀이 났다.
그러다 길 끝으로 절의 모습이 나타났다.
즈이류지 입구에 도착해 먼저 매표소에서 표를 샀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즈이류지(瑞龍寺)는 가가번 2대 번주 마에다 도시나가를 기리기 위해 3대 번주 마에다 도시쓰네가 세운 조동종 사찰이다.
특히 산문과 불전, 법당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여러 건물과 회랑이 중요문화재로 남아 있다.
절 전체가 하나의 건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건물과 긴 회랑이 넓은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입구를 지나 산문 쪽으로 들어가니 정면으로 거대한 목조건물이 나타났다.
첫눈에 들어오는 인상부터 강했다.
“어, 생각보다 훨씬 큰디?”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 규모가 훨씬 컸다.
25.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던 즈이류지
즈이류지는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우리나라 사찰과는 분위기도 구조도 꽤 달랐다.
넓은 잔디와 자갈마당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주요 건물들이 긴 회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목조건물의 규모가 상당했다.
커다란 기둥과 두꺼운 목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문과 지붕의 선도 묵직했다.
나는 건물 안팎을 천천히 돌아보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긴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같은 건물도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님을 회랑 가운데 세워놓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마님은 반대로 멀리 서 있는 나를 찍어주었다.
이곳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돌아다녔다.
회랑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목조건축의 구조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사찰 건축도 아름답지만, 순수하게 건물 규모와 공간의 배치를 놓고 보면 이곳 즈이류지가 더 크고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회랑이 사방으로 길게 이어지고 그 안에 넓은 마당과 중심 건물들이 배치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6. 마에다 도시나가와 신란 성인의 흔적
즈이류지의 중심에는 마에다 도시나가라는 인물이 있었다.
마에다 도시나가는 가가번 초대 번주 마에다 도시이에의 장남으로, 다카오카성을 쌓고 이곳에 성하마을을 조성하며 오늘날 다카오카의 기초를 놓은 인물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동생이자 가가번 3대 번주였던 마에다 도시쓰네가 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즈이류지를 크게 조성했다.
그래서 즈이류지는 단순히 오래된 절이라기보다 다카오카라는 도시의 시작과 마에다 가문의 역사가 함께 담긴 장소였다.
사찰 안에는 여러 불상과 불교 관련 조형물이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목조물도 눈에 띄었다.
법당과 불전 내부도 상당히 넓었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둘러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즈이류지와 주변을 돌아보면서 신란 성인과 관련된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신란은 일본 정토진종을 연 인물로, 일본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승려다.
다카오카와 호쿠리쿠 지역에는 정토진종의 영향이 강해 여러 곳에서 신란 성인의 동상과 흔적을 볼 수 있다.
즈이류지 자체는 정토진종 사찰이 아니라 조동종 사찰이지만, 주변 지역을 걷다 보니 이곳 사람들의 불교 신앙과 역사 속에 여러 종파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찰 밖으로 나와 주변을 걷는 길에도 승려의 동상이 보였고, ‘親鸞聖人’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또 갑옷을 입고 앉아 있는 마에다 도시나가공의 동상도 있었다.
한쪽에는 종교의 역사, 한쪽에는 이 도시를 만든 영주의 역사가 나란히 남아 있는 셈이었다.
27. 다시 다카오카역으로, 도라에몽 산책길
즈이류지를 충분히 둘러본 뒤 다시 다카오카역 쪽으로 걸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걸어서 돌아갔다.
길가에는 붉은 철쭉이 피어 있었고 정돈된 산책길과 오래된 거리 풍경이 이어졌다.
다카오카역에 가까워지자 다시 도라에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 앞 Wing Wing Takaoka 부근에는 ‘도라에몽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도라에몽뿐 아니라 노진구, 시즈카, 자이언, 스네오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동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후지코 F. 후지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 다카오카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어른인 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도라에몽과 친구들을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도 동상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즈이류지에서 오래된 목조건축과 역사를 보고 나왔는데 몇 분 뒤에는 도라에몽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묘한 도시였다.
오래된 역사와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문화가 한 도시에 함께 있었다.
28. 도라에몽을 뒤로하고 아마하라시 해안으로
다카오카에서의 다음 목적지는 아마하라시 해안이었다.
다카오카역 일대에서 도라에몽 산책길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뒤 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 무렵 히미시민병원(氷見市民病院)행 버스를 탔다.
우리가 탄 것은 초록색 가에츠노버스였다.
버스에 올라타니 전형적인 일본 지방 노선버스 모습이었다.
운전석 위쪽에는 요금표가 있었고 좁은 시내도로와 주택가를 지나 서서히 바다 쪽으로 향했다.
다카오카 시내를 벗어나면서 풍경이 조금씩 한적해졌다.
약 35분 정도 지나자 바다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바다가 나타났다.
아마하라시 해안이었다.
이곳을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바다 건너로 다테야마 연봉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야마만을 사이에 두고 해발 3,000m급 산들이 이어지는 다테야마 연봉을 바다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곳.
사진으로 여러 번 봤던 풍경이었다.
직접 와보니 해안과 철길, 도로, 작은 마을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바다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두 개의 바위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온나이와(女岩), 여자바위였다.
주변의 작은 암초들이 아이들처럼 보여 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오토코이와(男岩), 남자바위도 있었다.
여자바위 주변의 큰 바위가 마치 한 쌍의 부부처럼 보인다고 해서 남자바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바위가 워낙 눈에 잘 띄어 아마하라시의 대표적인 풍경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와보니 남자바위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또 ‘雨晴(아마하라시)’라는 이름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미나모토노 요시쓰네가 형 요리토모를 피해 오슈로 가던 길에 이곳에서 갑작스러운 비를 만나 바위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는 전설에서 ‘비가 갠다’는 뜻의 아마하라시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작은 바위섬과 바다, 오래된 전설까지.
아마하라시는 단순히 풍경만 아름다운 해안은 아니었다.
29. 바다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설산
그리고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구름과 산의 경계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구름 사이로 날카로운 산 능선들이 나타났다.
설산이었다.
“와…… 자기야 저것 좀 봐.”
산 정상과 능선 곳곳에 눈이 남아 있었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렇게 높은 설산이 길게 펼쳐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날씨가 완전히 맑은 날은 아니었다.
구름이 산을 가렸다가 다시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구름 사이로 설산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더 극적이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계속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바다 너머 다테야마 연봉의 눈 덮인 산줄기가 분명하게 보였다.
구름 아래로 산맥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죽이는구만.”
정말 멋졌다.
도야마에 왔다면 아마하라시는 꼭 한번 와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 온나이와와 다테야마 연봉
온나이와를 앞에 두고 뒤로 다테야마 연봉이 펼쳐지는 자리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산 쪽을 계속 바라봤고 마님은 그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마님과 온나이와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도 찍었다.
바다는 잔잔했고 구름은 많았지만 멀리 설산은 계속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과 바다 사이에는 항만시설과 교량, 공장들도 보였다.
자연풍경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도야마만의 실제 풍경이었다.
바다와 산업시설, 작은 어촌과 철길, 그 모든 것 뒤에 거대한 설산이 서 있었다.
산만 따로 보고 바다만 따로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이곳을 왜 많은 사람들이 도야마의 대표적인 조망 장소로 꼽는지 직접 와보니 알 것 같았다.
31. 바다와 철길이 나란히 가는 곳
아마하라시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한쪽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그 바로 옆으로 JR 히미선 철길이 지나갔다.
해안과 철길이 거의 붙어 있었고 철길 건너에는 주민들이 사는 작은 집들이 이어졌다.
나는 원래 다카오카와 아마하라시 사이를 오가는 히미선 열차를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바다 바로 옆을 따라 달리는 지방철도라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아마하라시 해안과 함께 기대했던 것 중 하나였다.
해안을 걷는 동안 히미선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다와 철길, 마을이 거의 붙어 있는 풍경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지방철도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님과 철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나는 이런 장소가 좋다.
관광객을 위해 따로 만들어놓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마을 사이로 철길이 지나가고, 그 몇 걸음 뒤에 바다가 있으며, 날씨가 허락하면 그 바다 너머로 거대한 설산까지 나타난다.
온나이와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바다 건너 다테야마 연봉을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이제 다카오카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32. 눈앞에서 놓쳐버린 히미선, 결국 다시 버스로
아마하라시에서 다카오카로 돌아갈 때는 꼭 히미선 열차를 타려고 했다.
해안에서 아마하라시역은 철길 건너편에 있었다.
문제는 건널목이었다.
바로 앞에서 철길을 건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널목까지 제법 돌아가야 했다.
해안에서 사진을 찍고 서둘러 역으로 향했지만 생각보다 돌아가는 길이 길었다.
건널목을 건너 역 쪽으로 가는 사이, 내가 타려고 했던 다카오카행 열차가 눈앞에서 지나가버렸다.
“아이고…… 저걸 타야 되는디.”
그야말로 코앞에서 놓쳤다.
이번 여행에서 다카오카~아마하라시 구간의 히미선은 꼭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바다 구경하고 사진 찍다가 결국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아쉬웠다.
특히 방금 전까지 해안에서 그 철길을 바라보며 ‘저 기차 타고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정작 내가 탈 열차가 눈앞에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 허탈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에는 이후 일정이 맞지 않았다.
결국 할 수 없이 다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마하라시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기다렸다.
잠시 뒤 초록색 가에츠노버스가 도착했고 마님과 함께 다카오카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아마하라시의 바다와 온나이와, 다테야마의 설산은 실컷 봤지만 히미선만큼은 숙제로 남았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다카오카에서 히미선 열차를 타고 이 바닷가를 다시 찾아오고 싶다.
33. 다시 도야마로, 내일을 위한 덴테츠도야마역 사전정찰
다카오카로 돌아온 뒤 도야마행 열차를 탔다.
하루 사이에 도야마와 다카오카를 오가며 신칸센, 보통열차, 버스까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아침에는 가나자와의 산속에서 윤봉길 의사님의 마지막 길을 찾아 걸었고, 오후에는 도야마로 넘어와 다카오카의 오래된 사찰과 도라에몽, 그리고 아마하라시의 바다와 설산까지 보았다.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
저녁 6시 반쯤 다시 도야마에 도착했다.
숙소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중요한 일정인 쿠로베 협곡으로 가는 날이다.
쿠로베 협곡으로 가려면 우나즈키온센 방면 열차를 타야 한다.
그 다음날 알펜루트의 시작점인 다테야마로 갈 때에도 같은 역에서 기차를 타야된다.
그래서 오늘 미리 덴테츠도야마역을 확인해두기로 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다음 날 아침 일찍 이용해야 할 역이나 승강장은 가능하면 전날 미리 찾아가 확인해두는 편이다.
가나자와에서도 윤 의사님 순국지로 가는 21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전날 저녁 9번 승강장을 미리 확인해두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덴테츠도야마역으로 가서 역 위치와 승강장을 살펴보고, 미리 예약해둔 표도 찾아두었다.
이제 내일 아침에는 헤맬 일이 없었다.
쿠로베 협곡으로 가는 준비까지 끝냈다.
34. HOTEL JAL CITY TOYAMA로 돌아와
모든 일정을 마치고 HOTEL JAL CITY TOYAMA로 돌아왔다.
낮에 맡겨두었던 캐리어를 찾아 객실로 올라갔다.
아침 6시에 가나자와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윤봉길 의사님의 순국지와 순국기념비, 암장지를 찾아가고 박인조 선생님의 묘소까지 참배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체크아웃한 뒤 신칸센을 타고 도야마로 넘어왔다.
다시 다카오카로 가서 즈이류지를 둘러보고 도라에몽 산책길을 걸었으며, 버스를 타고 아마하라시까지 갔다.
그곳에서는 바다 너머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다테야마 연봉의 설산을 바라보았다.
꼭 타보고 싶었던 히미선 열차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아쉬움까지도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내일 쿠로베 협곡으로 가기 위한 덴테츠도야마역 사전정찰과 승차권 수령까지 마쳤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오전에는 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천하영웅 윤봉길 의사님의 마지막 길을 걸었고, 오후에는 다시 마님과 함께 여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도야마와 다카오카를 돌아다녔다.
슬프고 먹먹했던 아침과 아름답고 즐거웠던 오후가 한날 안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
내일은 쿠로베 협곡이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