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는 추억과 그리움,
소박하지만 정겨운 풍경
그리고 즐거움이 있다. - P-1

1990년 겨울, 형과 함께 무박5일 일정으로 완행열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기차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찜질방도 없던 시절이라 날마다 새벽기차를 타고 다니며 일상과의 사투를 벌였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그때 떠난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P-1

간이역 여행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지금 그곳에 원하던 무언가가 당장에는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크게 기억되고 언젠가 그리워할 무언가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 P-1

간이역이란?

국어사전 [명사] 일반 역과는 달리 역무원이 없고 열차만 정차하는 역 - P-1

철도용어 해설집
철도 운영자가 직원을 배치하지 않고 간단한 설비로서 여객을 수송하는 역 - P-1

위키피디아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고, 일반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역 - P-1

국유철도간이역설치기준령
‘간이역’이라 함은 역장을 배치하지 아니하고 간이한 설비로서 여객 또는 화물을 취급하는 역을 말한다. - P-1

책에 등장하는 ‘간이역’은 사전적 정의와 여행자의 시각에서 본 ‘한적한 마을 외딴 역’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 P-1

원북역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간이역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간이역사, 벤치, 벚꽃, 나무 그늘, 곡선 철도, 그리고 완행열차까지…… - P-1

원북역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4월이다. - P-1

커다란 벚꽃 두 그루,
누군가의 역사가 담긴 작은 집 한 채,
그곳에 원북 간이역이 있다. - P-1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잘 모르는 경전선이라고 하는 철길이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철길이라고 해서 경전선이라고 하는데, 호남선, 경부선을 경유하여 목포~서광주~순천~진주~마산~부전까지 이어준다. - P-1

빠른 이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간이역을 이어주는 기차가 고맙기만 하다. - P-1

3월 말~4월 중순에 경전선 열차를 타고 벚꽃 가득한 역 구내에 진입할 때면 모든 계획을 뒤로 하고 그냥 기차에서 내리고 싶어진다. - P-1

원북역에는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고, 역사 내부가 3평 남짓한 네모난 상자처럼 생겼다. - P-1

박계도 씨는 이 지역 원북마을 출신으로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1980년대 초 고향으로 돌아온 마을의 유지였다. 고향에 돌아와 제대로 된 기차역이 없는 것을 보고 "이곳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1984년경 역사를 기증했다고 한다. 그의 업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마을에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 일부를 조달하였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마을 저수지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고 한다. - P-1

채미정은 조선 단종 때 생육신 중 한 사람인 어계 조려 선생이 조정을 등지고 고향에 돌아와 여생을 보낸 정자이다.

평촌역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은 예술제가 열리는 11월이다. 역 뒤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하고, 낙엽이 바람에 폴폴 날리는 11월, 예술제도 감상하고 간이역에서 가을도 마음껏 느껴보자. 이렇게 아름다운 간이역의 가을을 홀로 보내도록 놔두는 건 국가적으로도 낭비가 아닐까?

기차를 타고 함안역에 내린다. 함안역 장터를 구경하고 난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원북역에 도착하여, 원북역 들판을 한 바퀴 크게 돌며 채미정과 서산서원을 둘러보고다시 기차를 타고 반성역이나 진주역으로 이동, 오후 시간을 반성수목원에서 보내거나 진주성, 진양호 등을 둘러보다 보면 하루 여행 끝.

군북역에도 커다란 벚나무가 역 주위를 휘감고 있어 시기를 잘 맞추면 벚꽃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2008년에 새로 생긴 간이역 진주수목원역간이역은 사라지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진주수목원역은 2008년에 개업한 가장 최근에 생긴 간이역이다. 부전 출발 기준, 원북을 지나 평촌역을 지난 열차는 임시 승강장인 진주수목원역이나 반성역에 정차한다. 진주수목원역에 내려 경상남도수목원까지 도보 15분또는 반성역 택시 기본요금이면 도착 가능하므로 아이들과함께이거나 식물을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간이역과 함께 경상남도수목원을 꼭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

반성역에서 진주 방향으로 두 번째 역인 갈촌역은 가을이면 은행잎으로 가득한 가을역이 된다.

작년 4월에 만난 할아버지를 올해 또 만났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지게에 무언가를 지고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계셨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 와서 인사 한 번 하고는 할아버지를 모델로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사람들일 것이다. 승차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역이나 내리기, 마음 가는 대로 머무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차가 섬진강 철교를 지나 하동역에 진입하자마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전체가 일순간 벚꽃으로 둘러싸여 분홍빛으로 바뀌었다. 그 풍경을 보던 연인들의 눈이휘둥그레지면서 충동적으로 짐을 대충대충 싸고는 내 뒤를 따라 열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들은 하동역의 벚꽃터널에 완전히 반해버린 것이다.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쫓기듯 벚꽃을 맞이할 것인가,
한가로운 간이역에서 마음껏 벚꽃을 즐길 것인가.

선택은 자유다.

하동 하면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 것들이 있다. 섬진강, 재첩국, 녹차, 화개장터, 쌍계사 십리벚꽃길, 지리산, 망덕포구. 하동역은 이런 훌륭한 볼거리들의 출발지이자 동시에 그 자체로 멋진 벚꽃관광지로 부족함이 없다.

하동역은 섬진강을 기준으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중간 지점으로 경전선 철도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규모 있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플랫폼도 길고 역구내 공간도 넓은 편이다.

지금은 기차로 타고 내리지 못하는 간이역이 되었지만, 매력적인 곡선과 벚꽃터널을 직접 보기 위해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온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돌아갈 교통편은 미리미리 확인하자.

쌍계사 십리벚꽃길이 ‘눈‘이 즐거워지는 여행이라면, 하동역은 ‘기억‘이 즐거워지는 여행이다.

다솔사역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 풍경의 조화‘다. 붉은 벽돌 건물은 한가로운 버스 정류장의 모습을 닮았고, 영업을 중단한 소화물 취급소, 불필요하게 큰 플랫폼과 가로등은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적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나 흥미를 유발하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간이역이 경전선에 몇 곳 있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할 것 같은 양보역, 뭔가 크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찾아가 보고 싶은 반성역, 무한도전 마니아라면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진상역, 지금은 폐역되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평화역이라는 곳도 있었다. 다솔사역은 그 이름처럼 규정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곳이다.

산과 논으로 이어진 경전선 구간에서 눈을 즐겁게 만드는 풍경은 진주에서 순천 방향으로 다솔사역 진입 전의 곡선, 하동역 진입 전 벚꽃터널, 진입 후 섬진강철교 구간이 대표적이다.

하동~다솔사역 사이에 위치한 북천역에서는 매년 가을대체로 9월 중순경 코스모스, 메밀축제를 개최하는데, 한가을이 되면 역 구내를 가득 메우는 코스모스밭이 장관이다.

역무원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진 코스모스 꽃밭은 2007년 제1회 코스모스축제 때는 그리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평범한 간이역이었지만, 그 아름다움이 사진과 소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2회 축제가 개최된 2008년에는 하루 수천 명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변신에 성공했다.

하동역 벚꽃으로 부족하다면 진해 군항제와 함께 벚꽃놀이의 대표주자인 쌍계사 십리벚꽃길로 가보자.

용산역을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화개장터와 쌍계사 벚꽃, 섬진강 기차마을을 다녀올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로, 매년 3월 말~4월 초 벚꽃축제 기간에 운행된다.

단 벚꽃이 핀 시기에는 대형버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차와 사람이 길을 가득 메우므로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벚꽃터널을 감상하게 될지도 모르니주의하자.

시간이 지나 도시가 빌딩숲을 이뤄도 해운대 앞바다는 바다로 남아 있습니다.

해운대~송정역 구간은 기차 안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며, 2~3년 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로 인한 이설을 앞두고 있어그 전에 한 번은 타봐야 할 구간이다.

기차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동해남부선을 경유, 영천~경주~울산을 지나 동해 바다가 보이는 철길을 따라 달리는 ‘가장 느린‘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해운대에는 웬만한 건 다 있다. 농담 삼아 해운대 4학년 재학 중이라는 말로 혹세무민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대부분 해운대가 어떤 곳인지는 알 만큼 안다.

서울에서 기차 타고 부산으로 가는 방법은 빠른 길, 보통 길, 느린 길, 이렇게 세 가지이다. 고속철도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서울~대전~동대구를 지나 부산역까지가는 방법과 경부선을 따라 서울~대전~동대구~부산 찍고 4시간 만에 달리는 방법 그리고 동대구에서 동해남부선을 경유하여 영천~경주~울산을 지나 해운대에 도착하는 느린 길이 그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돋보이지 않는 철길이 있다.
동해남부선 송정~해운대 바다 구간이 그렇다.

이설되고 나면 무척 그리워질 기찻길이다.

해운대에는 웬만한 건 다 있다. 농담 삼아 해운대 4학년 재학 중이라는 말로 혹세무민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대부분 해운대가 어떤 곳인지는 알 만큼 안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면 해운대 바닷가와 동백섬을 벗 삼아 헝그리하게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승차권 값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저 멀리 보이는 센텀시티 불빛 따라 달려가면 되고.

운 좋으면 건널목과 일출을 함께 담을 수도 있고, 운이 더 좋다면 일출과 건널목 앞을 지나는 기차를 함께 담을 수도 있다. 미포건널목도 동해남부선이 이설되고 나면빠른 시간 내에 철거될 예정이니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