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그림은 세상에 발표되지 않았죠. 완성하고 얼마 뒤 화백은 병으로 쓰러졌고, 병으로 세상을 뜬 뒤에는 고베의 집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었으니까요. 듣건대 그건 화백 자신의 뜻이기도 했다는군요. 그리고 그 후에는 후지누마 씨가 그 저택에 가져가버렸고."

"그 그림…… 환상의 유작 ‘환영군상’……."

그렇게 중얼거리고 미타무라는 날렵한 턱 끝을 쓰다듬었다.

"교수님 부친께서는 보셨다는 말씀이죠."

"뒤에서 수군거리기 뭣하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사람은 자의식과 열등감의 화신이에요.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의식과 열등감의 화신)
모리는 미타무라의 과격한 표현에 멈칫했지만 바로 수긍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12년 전 겨울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모리와 미타무라는 물론 오늘 저택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다른 두 사람, 오이시 겐조와 후루카와 쓰네히토도 잘 알고 있었다.

얼어붙은 도로에서 운전대를 잘못 조작해 반대 차선에서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차는 엉망으로 망가지고 불탔다. 동승한 친구 중 한 명은 즉사했고 기이치는 얼굴과 양쪽 팔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상태가 너무 끔찍해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웠다. 이것은 미타무라의 말이다.

그리하여 기이치가 그런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그 가면이었다.
(하얗고 표정 없는 얼굴……)
모리는 지금도 그 ‘얼굴’을 보면 섬뜩해서 소름이 돋았다.

퇴원한 후에 기이치는 그때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던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아버지 잇세이의 유산까지 합쳐서 마련한 막대한 자금의 일부를 들여 오카야마 현 북부의 이 산간 지역에 세상과 단절된 기묘한 저택을 지었다.

잇세이의 작품 대부분을 자기 손에 넣었다.
그들은 그것을 ‘후지누마 컬렉션’이라고 불렀다.

그런 가운데 1년에 딱 한 번, 잇세이의 기일인 9월 28일, 저택에 방문해서 수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허락된 네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들, 모리, 미타무라, 오이시, 후루카와였다.

"3년 전에 혼인 신고를 했다고 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요. 유리에 씨는 어릴 적부터 줄곧 그 집에 갇혀 지낸 셈이잖아요. 아마 ‘결혼’의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일방적으로 아내라는 이름을 떠안았을 거예요."

"어디서 들은 이름이다 싶더니만."
"그런데 어째서 마사키 씨가 여기에?"
미타무라가 그렇게 물었을 때.
바깥 풍경이 한순간 허연 섬광에 감싸였다.
콰광!
이어서 하늘이 갈라질 듯 무시무시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리에가 짤막한 비명을 질렀고, 현관 홀에 모인 일동은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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