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을 자우림의 김윤아는 노래 제목으로 사용했다.
수정: 자우림은 ˝증오는 나의 힘˝이고
피노키오가 ˝질투는 나의 힘˝. ㅠㅠ. 얄팍한 기억력에 의존하다보니 ㅠㅠ

1. 질투는 나의 힘, 2. 봄날은 간다

두곡 모두 참 좋아하는 곡이다.

1.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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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6 0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으로도😊
(자신의 생을 계산 하지 못한다)
기형도 시인의 시어 속에 담긴 생의 깊이와 넓이에 읽을때 마다 감탄을😊

대장정 2022-01-26 00:59   좋아요 2 | URL
그 생을 펼쳐보지 못하고 29 세라는 이른 나이로 일찍 세상을 등진게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

mini74 2022-01-26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버릴게 없는 시집 ㅠㅠ 봄날은 간다 여전히 좋네요.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대장정 2022-01-26 20:05   좋아요 2 | URL
저는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 봄날은 간다☆☆ 시도 좋고, 영화도 좋고, 노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