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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
도 짚검불도 가락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門長늙은이도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
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
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읽으면 배시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개터럭‘ 다음에다가 어떤 물건을 하나 더 넣고 싶어진다. 뭘 넣을까. 모닥불 속에 타고 있는 것들은 다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이다.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타는 모닥불가에 가문의 가장 어른이신 문장과 강아지까지 어울려 불을 낀다. 참 재미있다. 아름답고 따뜻한 평등과 평화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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