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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
도 짚검불도 가락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門長늙은이도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
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
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읽으면 배시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개터럭‘ 다음에다가 어떤 물건을 하나 더 넣고 싶어진다. 뭘 넣을까. 모닥불 속에 타고 있는 것들은 다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이다.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타는 모닥불가에 가문의 가장 어른이신 문장과 강아지까지 어울려 불을 낀다. 참 재미있다. 아름답고 따뜻한 평등과 평화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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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8-21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너무 오랜만에 보네요~!

대장정 2021-08-21 14:49   좋아요 1 | URL
용택성님을 좋아해서 옛날 책들도 꺼내놓고 다시 보고있어요

시시프 2021-08-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 중 모닥불을 좋아한다니까 뭔가 의아하군요, 대중적으로 손꼽히는 시는 아닌데 시인만의 감성 영역일까요

대장정 2021-08-21 18:00   좋아요 0 | URL
그렇기야 하지만 시인께선 모닥불에 개털, 닭털 등 필요없는 물건들을 태우며 할아버지와 강아지까지 모닥불을 쬐는 모습에서 우리 농촌의 평화로운 모습. 섬진강가에서 그렇게 살아오셨던 시인 본인 모습을 본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