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으면서 그들은 곁는질로 서로를 흘끔거렸다. 아빠가말했다. "해냈지, 응?"리젤은 담요로 몸을 반쯤 감싼 채 손에 쥔 검은 책과 은색 글자를 살폈다. 리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이 말랐고 이른 아침의 공복을 느꼈다. 완벽한 피로의 순간, 눈앞의 일만이 아니라 앞길을 막았던 밤까지 정복한 순간이었다.아빠는 두 주먹을 쥔 채 눈을 질끈 감고 기지개를 켰다. 감히 비가 올 수 없는 아침이었다. 그들은 일어서서 부엌으로 갔다. 그들은창의 안개와 성에 너머로 분홍색 빛살들이 힘멜 거리 지붕에 쌓인눈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저 색깔 좀 봐라." 아빠가 말했다. 그런 색깔을 알아볼 뿐 아니라입으로 말하기까지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는 힘든 일이었다.리젤은 여전히 책을 들고 있었다. 눈이 오렌지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더 꼭 움켜쥐었다. 지붕 한곳에 작은 소년이 앉아 하늘을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저 아이 이름이 베르너예요." 리젤이 말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 말이 빠르게 튀어나왔다.아빠가 말했다. "그래." - P129
만년필 쓰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 잉크가 묻은 작은 손, 너무 귀엽구나.. 악마같은 놈
난 갑자기 부끄러워졌단다. 부끄러워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말 이야. 수치심을 느낀 적이야 많았지. 부끄러움은 자기가 원하는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지. 수치심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고, - P247
그에게 하고픈 말이 있었어. 하지만 그 말이 그에게 상처가 될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마음속에 묻어두고 내가 상처 입는 쪽을 택했지. -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