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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 선조실록 - 조선엔 이순신이 있었다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그 10권, 선조편
선조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적자가 아닌 서손이 왕위를 이은 경우였다. 왕위에 오른 자가 장자가 아닌 경우에는 끊임없이 정통성을 놓고 말들이 참 많았던 시대였다. 그 많은 말들로 인해 때로는 엉뚱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선조의 경우 정통성 논란은 없었던 듯하다. 아주 없기는 않았겠지만 기록으로 남겨질 만큼은 아니었나보다. 원인은 신하들에게 있었다.
권력이 한 편으로 완전히 쏠려 있어서 훈구와 사림 간에 죽고 죽이는 치열한 싸움이
몇 차례 있고 나서 드디어 사림들이 정치를 휘어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훈구와 사림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던 중에는 똘똘 뭉쳤었던 사림, 그러나 훈구가 물러가자 보란 듯이 동, 서로 나뉘어서 또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떤 논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당신이 YES 라면 나는 무조건 NO'를 외치는 듯 한 싸움이었다.
나라가 바람 앞에 등불이 된 상황에서조차 상대방의 주장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신의 위기 앞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낮추고, 도망을 치는 사람들.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선조 재위 기간 동안엔 너무나도 유명한 임진왜란이 일어났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이 불탔고(그 중엔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조에 대한 원망으로 백성들이 불을 지른 경우도 있었다.), 역대 실록을 포함해서 많은 귀중 사서들을 보관하던 사고도 전주사고만 남고 모두 소실되었다. 엄청난 문화재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던 백성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하여 신분제의 변동까지 초래했던,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 왕과 신하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또 다시 불끈, 화가 치밀었다.
신하들은 파천을 하고자하는 왕을 말리는 한 편, 자신들의 가족들은 바로 피신을 시켰다. 장수들은 적들이 보이자 무기와 모든 식량을 버려두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보고하기로
자신들은 싸우고 싶었으나 모든 병사들이 도망을 갔기에 어쩔 수 없다라고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바로 이순신 장군님.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로 더욱더 유명하신 이순신 장군님.
그 분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분을 따르는 많은 장수와 병사들이 있었기에 일본을 무찌를 수 있었다. 애초에 자신들의 수군이 최고라고 여겼던 일본군이 조선의 수군은 생각지도 않고 육군이 일단 진군한 후에 수군이 바닷길을 통해 식량을 공급해주는 계획을 세웠던 것인데, 그 바닷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너무나도 얕봤던 조선의 수군에 의해서.
역사 수업 시간에 듣기로 이순신 장군님의 죽음엔 여전히 의문이 많다고 한다.
과연 그 싸움에 돌아가셨는지도 의문이고, 돌아가셨다면 그 죽음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싸움에서 이겨,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 이순신 장군님의 목숨이 어쩌면 신하들에 의해서, 어쩌면 왕에 의해 위험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책 속에서도 선조가 어쩌면 이순신 장군님을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을 간 왕과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결국엔 적군을 몰아내준 장군. 자신과 너무나도 비교되는 그 모습, 그리고 장군에게 향하는 백성들의 환호성.
백성위에 군림하는 왕이라지만, 민심이 떠난 후에는 존재 할 수 없었던 것이 또한 왕이었다. 그러니 선조에게 이순신 장군님은 비록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지만 절대 반가운 사람은 아니었으리라.
지금까지 읽어오면서 왕과 신하들의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들 때문에 어이가 없었던 적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선조의 경우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읽으면서 내내 분노를 했었더랬다. 뭐 이런 사람이 왕을 다 했느냐고. 이렇게 엉망으로 할 거면 왜 어렸을 적에 잠깐의 총명함을 보여 왕위에 올랐느냐고. 할 수만 있다면 손가락 좀 눈 앞에 휙휙 휘두르면서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짜증나고, 또 화가 났던 10권. 다음 권은 좀 편안하려나 하는데...이런..11권은 광해군이다.
임진왜란 때 나약했던 다른 왕자들에 비해서 스스로 군사를 조직해 적과의 싸움에 최선을 다했다고 알고 있는 광해군.
그러나 그 마지막이 좋지 않았던 만큼, 역시나 편안한 독서는 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