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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2 ㅣ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평점 :
병인양요의 리턴 매치 - 사라진 고서를 찾아라.
책의 뒤표지에도 나와 있는 문장. 저 문장이 이 책 두 권의 내용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외규장각도서의 비밀’은 한국과 프랑스가 벌이는 일종의 외교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더불어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독일도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개입하고 있고. 또한 이 책은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추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건은 프랑스 리슐리외 도서관의 관장인 세자르가 살해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문화와
지성을 중시하는 나라 프랑스에서 지성인의 갑작스런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남긴 의문들로 인해 사건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질주로 인해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진다.
로렌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학자 정현선은 세자르와 각별한 사이였고, 그의 죽음에 한국의 고서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미 그녀에 의해 세계 최고(古) 금속 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의 존재가 확인된 상태였고, 한국과 프랑스는 직지의 반환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태였다. 그렇다면 대체 세자르가 발견한, 그리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한국의 고서란 무엇이란 말인가.
역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책은 많다. 더불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의 한 부분을
소설의 소재로 쓰면서 살인 사건을 곁들어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 책 또한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이렇게 많은 조사를 통해서 쓰여 진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물론 작가분들이 글을 쓰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책을 보면서 정말 엄청 고생하셨겠구나, 대단하다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보면서 참 놀랐고, 감탄했다.
책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외교와 살인 사건이라는 두 권의 책에 담기엔 참 많은 내용을 다루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내용들이 마치 하나의 퍼즐처럼 어긋남이 없이 앞뒤가 착착 들어맞는다.
그렇기에 책을 보는 내내 뒤의 내용이 궁금했고, 그 결말이 공개되는 부분에서는 절로 무릎을 치게 되었다.
두 권의 두꺼운 책을 보고나서 머리 속에 계속해서 잔상으로 남는 부분이 있었다.
클라쎄라는 신부가 자신의 허물이 벗겨지자 변명처럼 했던 말.
“당신들은 그 책을 한국의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달라. 원래 문화재란 태어난 곳에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주는 곳에 있어야 하지. 그래야 문화재의 수명도 길어지고 가치도 더욱 빛나지 않겠나. 로렌, 잘 생각해보게. 국가가 관리를 잘못해서 잃어버린 인류의 유산이 얼마나 많나?"
치졸한 변명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뼈가 있는 그의 말로 인해 잠시 씁쓸함을 느꼈다.
얼마 전 한 사람의 분풀이로 인해 어이없게 불타 없어져야 했던 국보 1호 숭례문.
국보 1호라고는 하지만 평상시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숭례문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았다.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과연 클라쎄 신부의 말이
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 나라의 문화 유산은 그 나라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그 참담함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로 인해 더욱더 그 소중함을 알고 지켜나가려는 마음가짐이 단단해졌으니까.
아이가 실수로 먹던 사탕을 떨어뜨렸다고 해서 아이에게서 사탕을 아예 뺏어 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더욱이 그 사탕이 본디 그 아이의 것이었다면 더욱더.
물론 문화재와 사탕 사이의 거리는 측정 불가능이겠지만.
책의 소개 글을 보니 이 책이 “교양문화 추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과연,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또한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붐을 일으키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작가분이 이런 책을 쓰고자 하신다면 많은 고생을 하시겠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역사와 추리라는 소재를 다루는 소설은 정말 양면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 속의 내용이 진실이기를 바라거나,
혹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그 양면 중에 하나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현실은 소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느끼는 씁쓸함이다.
즐거움과 씁쓸함, 이 둘을 동시에 느껴왔고 느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역사와 추리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다.
조완선이라는 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이지만 매우 강렬함을 남겨주신 분, 당연히 이 분의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