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설 -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한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
질 리포베츠키 지음, 정미애 옮김 / 알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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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전우치"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에서 도사 전우치는 미움을 받아 그림 속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가 풀려난 건 500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였다. 게다가 그가 생활하게 된 곳은 도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구석기나 신석기처럼 머나 먼 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몇 십년 전의 사람이 세월을 건너뛰어 갑작스레 현재로 오게 된다면, 그래서 지금처럼 넘쳐나는 물질문명을 접하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지금과 같은 물질문명을 접하고 좋아 할 것인가 혹은 놀라고 경계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행복의 역설"이란 책은 지금처럼 풍부한 적이 없었던 현재에 대해서 "소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주는 책이다. 

 먼저 1부, 과소비사회
이미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시장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단계를 넘어선 지금, 으레 그렇듯이 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줄어들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오히려 소비를 하고자하는 사람들의 욕심은 커졌고, 소비를 할 수 있는 물질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현대사회는 '탈-소비'사회가 아니라 과소비사회가 된 것이다.(P.25)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소비 문명은 3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해왔다. 
1880년대 무렵부터  시작되어 제2차 세계 대전과 함께 막을 내린 대중소비사회 1단계. 
이 시기는 근대식 교통 통신과 관련된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대형 시장이 생겨나고 상품 또한 대량 생산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였기에 부르주아만이 주체가 되는 불완전한 대중소비사회를 형성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브랜드, 포장, 광고가 생겨나고 상품 판매를 위한 방법으로 힘을 얻기 시작함으로써 1단계는 자연스럽게 2단계로 이어진다.

 2단계는 1950년대 무렵 부터 시작되어 전후 30년에 걸쳐 자리 잡았다. 2단계는 '풍요로운 사회'와 동일시 되는 시기로 봉급자의 월급이 3-4배까지 오르곤 했다. 더불어 소비력도 증가하여 소비의 엘도라도라는 꿈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대중소비사회'의 완벽한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3단계는 1970년대 말 이후에 현대사회의 무대에 올랐다.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포드주의 생산방식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등장하여 소품종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소량생산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이 시기에 와서는 특정 계층에 의해서만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진것이 없는 자들도 자신만의 소비를 꿈꾸고 때로는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까지 소비에 참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마지막 2부, 소비자의 기쁨, 상처받은 행복. 
1부에서 소비의 진화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면 2부에서는 그 진화의 과정에서 있었던 고통과 현재의 고통, 그리고 미래에 혹 있을지도 모를 걱정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사회의 행복과 기쁨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패러다임의 모델을 제시하여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모델 하나, 끝없이 욕구를 자극하는 소비주의 사회라는 페니아(Penia)의 원리. 
모델 둘, '지금 그리고 여기'의 욕구만을 우선시하는 쾌락주의 시대- 디오니소스. 
모델 셋, 경쟁력, 훌륭함, 유능함 등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 영웅 슈퍼맨. 
모델 넷, 개인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끝없는 욕망으로 고통을 주며 타인의 성공과 행복을 지켜보면서 더 큰 불쾌감을 느끼는 사회-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모델 다섯, 소비 문명에 의해 시작된 존재의 사유화를 강조하면서 형성된 사회- 호모 펠릭스.

  아직 상품화폐가 발달 하지 않았던 시대엔 나라에서 이를 권장하곤 했었다. 소비가 곧 미덕이라는 심리를 심어주기 위해 국민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고 파는 소비사회를 벗어나 과소비사회가 된 지금, 이는 옳은 것일까? 혹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끝이 과연 인간에게 유익할 것인가? 책은 그 점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을 보니 지금의 과소비사회를 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들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어느 덧 과소비가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각종 환경문제,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등으로 인해서. 현재 접하게 되는 환경오염이나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뉴스 등을 보면 지금의 과소비사회가 정말 위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통해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해 가곤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희망은 있다. 

 과소비자본주의가 아무리 자신과 타인, 문화와의 관계를 뒤흔들어놓는다고 해도 포스트 역사주의 인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배우고 이해하고 진보하며 자기를 초월하는 의지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P. 415)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정말 내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한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에 얼핏 심리를 다룬 책인가 했다. 그리고 보게 된 책의 두께에 손길이 주춤했다. 휘리릭 넘겨보고는 혹 전문서를 잘못 고른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니 어렵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처음 접하는 낯선 용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해를 할 수 없다거나 이해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용은 없었다. 그렇다고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소설 위주로 책을 읽었던지라 오랜만에 읽는 교과서 같은 책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책은 재밌는 소재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아주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로인해 유익한 독서를 했다는 흐뭇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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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 경험의 함정에 빠진 군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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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거라 그런지 속도가 역시 빠르다. 그래서 어느 덧 11권.
주인공은 광해군. 연산군과 마찬가지로 신하에 의해서 왕의 자리를 물러나야했던 왕.
그래 그런지 기억되기로 선한 군주의 이미지보다는 폭군의 이미지가 더욱 강한 임금이다. 

 광해군은 선조와 공빈 김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광해군 3살 때 돌아가셨다.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물론 그 자리를 지킴에 있어서도 외척의 세력이 몹시 중요했던 시대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것은 광해군의 앞날이 편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선조는 새로운 중전을 맞았던 것. 그녀가 인목왕후 김씨였다. 당시 광해군의 나의 26세였다. 둘째였지만 형이었던 자가 현명치 못해 그가 선조를 이을 왕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조 39년, 인목왕후가 영창대군을 낳았다. 인목왕후가 새로운 중전인 이상 영창대군은 선조의 유일한 적자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광해군의 지위가 위태로워짐은 너무나도 뻔한 상황이었다.

작가분이 말하길 어쩌면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보였던 포악스러운 면은 세자 시절에 쌓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막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신하들까지 그보다는 왕의 적자인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선조 41년, 선조가 사망했다. 만약 선조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의 바람대로 영창대군이 왕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조금 더 일찍 떠나는 바람에 장성했던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세자 시절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즉위 초 그는 현명한 정치를 하는 왕이었다. 당시 모든 백성들을 힘들게 했던 조세를 개편하여 대동법이란 법을 시행하였다. 조선시대 내는 세금 중에 지금처럼 돈이 아니라 그 지방의 토산물을 조정으로 올려보내는 세금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중간에서 관리들이 농간을 부리는 바람에 백성들의 피해가 무척 컸던 세금이었다. 또한 방납이라는 것이 생겨나 더욱더 백성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토산물 대신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만큼 쌀로써 세금을 대신하는 제도가 바로 대동법이다. 시작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지만(양반들의 반대로 인해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100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교 사상에 젖어 있어서 국제 정서를 읽지 못했던 대부분의 신하들과는 다르게 광해군은 주변의 정세를 읽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하고자 했다. 이른바 중립외교라는 것을 한 것이다. 당시 강국으로서 조선을 넘보던 후금과 명 사이에서 때에 따라 적절한 외교를 한 것인데 이것은 나중에 반정이 발생하는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천하다 여기는 왜에게 고개를 수그린다는 것이 당시의 신하들에겐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현명하게 나라를 운영해나가고자 했던 광해군의 정치에도 먹구름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형장에서 고문을 당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이의 이름을 거론하는 옥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형장에서는 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광해군하면 자신의 이복형제를 잔인하게 죽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영창대군은 역모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엔 위리안치되는 것으로 그치는 듯했지만 곧 식량을 끊고 아궁이에 쉴 새 없이 불을 땠다. 영창대군은 바닥이 뜨거워 눕지도 못하고 밤낮으로 울다 기력이 다해 죽었다고 한다. 그 어떤 고문보다 더욱더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복동생을 죽인 형, 광해군. 더욱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나름 우애가 좋았던 사이였다고하여 그 충격이 더욱더 크다.   

정확히 어느 시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광해군은 점차 퇴락을 길을 걷는다. 그리하여 결국엔 신하들에 의해 왕의 자리를 내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뭔가 불안했었던 왕이었다면 실망감이 이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란이 일어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군을 조직하고 용감하게 왜군에 맞서 싸웠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피난길에 오른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왕위에 올라서는 자존심보다는 현실을 더욱 중시 여겨 현명하게 외교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 피를 보았으며 결국엔 좋지 못한 결론이 났는지 정말 안타까웠다.

광해군 이후 반정을 일으키면서까지 왕위에 오른자가 행한 정치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안타까움이 커다란 한숨으로 뿜어져 나올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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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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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갈 법한 책이었다. 
더욱이 전편의 경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곳곳에 담겨져있어 보는 내내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회가 왔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고 대부분이 후속편을 내놓을 때면 당연스럽게 그 스케일을 키우곤 한다. 이 책 또한 전편에 비해서 스케일이 커진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여전히 서점! 이번엔 주요인물들이 근무하는 서점을 벗어나 나가노의 고서점에서 발생하는 유령 출몰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역시 큰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전편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서점의 여인인 교코와 다에. 어느 날 교코에게 온 편지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편지의 내용인 즉슨, 교코의 지인이 근무하는 서점에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그 유령이 27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나가노의 고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는 지인으로부터의 도움이고, 고서점을 탐방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교코의 마음이 기운다. 무엇보다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에서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다에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둘은 사건 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서점이고, 등장 인물 또한 서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사건은 작가와 그 문하생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가 책과 연관된 사람들이었다. 이점이 참 흥미로웠다. 솔직히 너무 비슷비슷한 요소들이 모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이다. 그치만 것도 잠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요소들을 정말 잘 버무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어느 인물에 대해서 너무 치우쳐있지도 않고, 사건의 해결에서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었다. 범인이 너무 쉽게 정체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 했지만. 

 전편이 단편연작소설이었던 점과는 달리 이번 편은 장편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괜스레 흐뭇했었다. 더욱이 전편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우리의 서점 여인들이 이번에는 낯선 지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하니 엉덩이가 자꾸만 들썩거릴 만큼 기대가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스토리 전개도 좋았고,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 소설에서 여전히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독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 소설이 흔한 요즘, 그 전개와 결과에 있어서 이렇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긴장감까지 챙길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말 흔치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추리 소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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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rayed 배신 하우스 오브 나이트 2
크리스틴 캐스트,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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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와일라잇을 통해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해서 엄청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단 네 편에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다. 아쉬움을 달래주듯이 이야기는 영화화 되었지만 글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대신해주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그렇기에 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질 무렵 새로운 뱀파이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배신"은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의 두번째 편이다. 
이야기는  전편에 이어 전개된다.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 모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주인공인 조이는 입학부터 주목을 받았던 아이였다. 모든 뱀파이어들이 숭배하는 닉스 여신으로부터 그간 신입에게는 없었던 힘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1편에서는 조이 스스로조차 이 힘에 대해서 자각을 못하고 있었지만 2편에선 자각은 물론 그 힘을 이용해 서서히 활동을 시작한다. 그 첫 목표가 가식으로 무장한 채 ’어둠의 딸들’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아프로디테, 다른 학생들을 돌보는 입장이어야 할 그녀가 온갖 방법을 이용해 약한 자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악이 선으로 보여질 수 는 없는 노릇, 결국 아프로디테는 리더자리를 조이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로 인해 더욱더 눈에 띄는 신입생이 된 조이.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그러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조이의 룸메이트이자 베스트인 스티비 레이가 죽는다. 그녀의 몸이 뱀파이어로의 체인지를 거부한 것이다. 친구의 예상치 못했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조이.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인간이었을 적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 중엔 그녀의 전 남자친구이자 현재에 갈등 상황에 놓인 헤스도 있었다. 
자꾸 꼬여만 가는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나이트 하우스에 깃들어 있는 어둠의 그림자. 이는 조이를 더 힘들게 하지만, 그녀를 더 발전하게도 만들어준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선의 무리 조이와 그녀의 친구들, 그리고 본격적으로 어둠을 드러내기 시작한 악의 무리.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란 특별한 존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에 더욱더 긴장감이 더해졌다. 서로에 대한 거짓 판별력이 뛰어난 뱀파이어들을 속여가면서 무언가를 꾸미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무척이나 손떨리는 일이기에. 

 더욱이 잊고 있을만하면 등장하는 ’체인지의 부작용’.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무조건 뱀파이어가 된다는 기존의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몰라도 이 ’체인지의 부작용’은 매우 독특해보였다. 또한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러브라인이다. 
조이에게는 원래 헤스라는 인간 남자친구가 있었다. 나이트 하우스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연이 끊어질수도 있는 아이였지만 얼떨결에 그에게 흔적을 남기게 되면서 헤스는 조이를 누구보다 따르게 된다. 당연히 사랑하는 여자친구로서. 게다가 나이트 하우스 최고의 섹시가이라는 에릭 나이트 또한 그녀에게 사랑을 표한다.  전편에서는 이 둘로 끝이었지만 2편부터는 새로운 인물이 더해진다. 나이트 하우스의 임시 교수인 로렌 블레이크.  그 또한 조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는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판타지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사랑이야기라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선다면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도 같고. 
책에서는 이 넷의 사랑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쉽게 공감이 가진 않는다. 더욱이 문화 차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십대인 조이에게 일어나는 일은 좀 과감하다 싶은 부분이 있다. 
책을 쓰신 분들이 모녀사이인 것으로 아는데 그 점에서 정말 놀라웠다. 역시 문화 차이가..

 러브라인에 이어 약간의 아쉬움을 말하자면 번역의 부자연스러움이다. 
전편에 비해서 뭔가 급하게 번역을 하신 듯.. 그래서 살짝 "어라?"하여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거나 그 부분을 여러 번 읽었던 적이 있다. 번역서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출판된 책보다 앞으로 출판될 책이 더 많은 점을 생각하면 이 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 책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더 커질 테니까.  


새로운 뱀파이어 시리즈, 하우스 오브 나이트.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시작을 "상징"에서 화려하게 알렸다면, "배신"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편이다.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아군이 적군이 되고, 적군이 아군이 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주인공을 몰아부치며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배신". 
세번째 시리즈가 저절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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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반양장)
글로리아 J. 에반즈 글.그림 / 규장(규장문화사) / 198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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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나와 당신을 위한 이야기. 라는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책도 얇고, 휘리릭 넘겨보니 그림과 글이 거의 같은 비중인지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스스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튼튼한 돌을 이용해 '담'을 쌓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언제부터 쌓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무슨 이유로 쌓기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담을 열심히 쌓아가는 여자. 사람들은 그녀가 쌓아놓은 담에 손을 걸쳐 쉬기도 하고, 그런 그녀를 비웃기도 한다. 하여 여자는 돌 위에 삐족한 돌을 놓기 시작한다. 그 삐족함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더이상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의 노력으로 담은 세상과 그녀를 갈라 놓았다. 처음엔 담으로 인해 편안함을 얻었던 그녀지만 곧이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무도 그녀가 쌓아놓은 담을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담이 너무 높아 이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외로움으로 인해 후회를 하며 슬퍼 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꽃 한송이가 담을 넘어온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누군가가 그녀의 곁에 있어 주고 있었고, 그녀를 응원해 담을 허물기 시작한다. 

 여자에게 있어 담은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장치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담을 높이 쌓았고, 때로는 삐족한 장애물을 설치하여 사람들의 접근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결국엔 아무도 그녀를 넘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편안함이 아닌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라는 생각은 그녀에게 또 다른 담을 마음속에 순식간에 쌓아 놓은 것이다. 

 혼자서 외로움으로 인해 상처 받고 있을 때, 그녀는 담을 허물고자 한다. 하지만 혼자라는 생각과 자신이 그동안 정성들여 쌓아놓은 담을 허물어야한다는 불안이 그녀를 막아서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드디어 담을 허물기 시작하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쌓아놓은 담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분노, 교만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녀가 세상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상처가 그대로 굳어져서 무엇보다 단단한 돌이 되었고, 그 돌이 쌓여만 갔던 것이다. 

 그녀는 어두웠던 자신의 세계에 빛이 들기 시작하고, 그 빛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과 같이 돌을 쌓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단순히 쉬어가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보다 보니까 책 속 여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나 혼자만 상처 받았다고 생각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나에게 너무 깊이 관여하려 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바로 한 걸음 물러나버리는 부분 등에서.
 그래서 절로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돌려서 표현하고는 있지만 왠지 적나라하게 비난 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지만 단순히 비난으로만 마무리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따뜻하게 책 속의 여자를, 그리고 책의 밖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 나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보다 보니까 종교적인 느낌이 조금 드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강하지 않아서 특정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특정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물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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