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즈 잇 스타일 - 간지남이 되는 패션 쇼핑 뷰티 스타일북
이선배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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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를 돋보이게 해 주는 아이라인.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라인은 여성들의 전용 화장품이었다. 
그러나 패션을 선도하는 몇몇 남자 연예인들이 아이라인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것이 멋지게 보인다는 인식이 넓어지면서 남자들의 아이라인 사용은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이정도라면 남자들의 팬더같은 눈, 검은 눈물을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치 여성들이 처음 화장을 시작하듯이, 남자들 또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에는  멋져 보이는 누군가를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맞는, 그래서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나만의 패션 찾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그래서 자신만의 패션을 찾고자 한다. 

 맨즈 잇 스타일은 그런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책이다. 
간지남이 되는 패션 쇼핑 뷰티 스타일북이라는 글에서 보여지듯이 이제 막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나 자신만의 패션 틀이 어느 정도 박힌 사람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 속에 담긴 정보들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풍부했다. 
남성 스타일링을 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법칙들, 옷이나 구두 같은 아이템별 쇼핑법이나 스타일링법은 기본이고 보통은 신경쓰기 힘든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내용이 자세하고, 풍부해서 꼭 남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가족이나 남자친구 등을 보다 멋지게 꾸며주고 싶은 사람(물론 본인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야겠지만)들이 읽어도 좋은 법한 책이었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좀 치우쳐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패션=돈’이 아님을 초반에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엔 ’패션=돈’이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지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점에서는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정보의 폭을 넓혔다면 더욱더 알찬 내용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패션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정보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넓게 본다면 겉으로 봤을 때, 패션만 놓고 본다면 무척 남성을 보다 멋진 남성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정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두고 본다면 조금 삐끗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약간의 산만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 부분을  패션과 관련하여 다른 내용으로 채웠다면 책이 더욱더 탄탄해 지지 않았을까? 

  TV에서 화려하게 꾸미고 나오는 남자 연예인들, 그에 못지 않게 멋지게 꾸미고 다니는 거리의 남자들. 이들은 보면서 "사내자식들이 하고 있는 꼬라지 하고는..."하고 혀를 차는 모습. 이제는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뒤쳐져 있다는 말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사내와 계집의 경계가 쉽사리 무너지기 쉬운 곳이 바로 "패션"이 아닐까. 그렇기에 초반엔 말도 많았다. 그러나 많이 보고, 많이 알아갈 수록 더욱더 빛이 나는 것이 또한 "패션"이다. 그렇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책을 통해서 그 관심을 보다 키우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척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제 막 패션에 눈을 뜬 초보자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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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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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보울러. 이제는 성장 소설 작가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작가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리버보이"를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그의 책을 좀 보게 되었다. 스타시커나 꼬마 난장이 미짓같은. 그래서 이제는 팀 보울러하면 자연스럽게 성장 소설이 생각난다. 

 표지에서부터 환한 느낌이 가득 담겨있는 프로즌 파이어. 
이 또한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성장이야기이다. 열 다섯. 아직은 아픔을 표현해내는 방법에 서툰 나이. 하지만 상처는 어른들보다 더 쉽게, 더 깊게 받을 수 있는 나이. 주인공 더스티의 나이가 열 다섯이었다. 그녀는 정말 좋아하고 따르던 친오빠를 이유도 모른채 떠나보내야 했고 뒤를 이어 어머니조차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아버지가 그녀의 곁에 남아있었지만 당시의 아버지는 오히려 더스티에게 힘을 얻고자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약했지만 늘 씩씩한 척을 해야 했고 아픔은 혼자만의 것으로 여겼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외면하려고만 해서 그녀의 상처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오랜만의 외출로 집을 비운 늦은 밤, 정체 모를 소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 앉은 듯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년과 대화를 하면서 그녀를 그를 의심하고 그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가 오빠에 대해서 언급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더욱이 그는 약물을 과다복용하여 죽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그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그를 잡으려는 또 다른 무리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 밤 중에 읽기 시작한 책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가 넘어갔다. 주요 내용은 소녀의 상처와 상처를 극복함에 있음에도 자꾸만 신비함을 품고 있는 소년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능력을 가졌는가...정말은 그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인가하는 궁금증 때문에. 

 그러다  소녀와 소년의 대화 속에서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소녀가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 소년은 그런 소녀를 깨워주고자하는 듯했다. 그래서 보다 더 성장하라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처로 인한 두려움과 마주보라고. 

 소녀를 향해 하는 말들이 마치 내게 하는 것 같았다. 피하지 말고 마주보라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고3시절, 내게 정말 큰 힘이 되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말조차 하나의 문장에 불과해졌다. 피하고 싶어 죽겠는데, 그래서 힘든건데, 그것을 즐기라니. 대체 이런 생고문이 어딨는가하고.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피하려고만 했다는것. 그래서 두려움이란 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이 그런 내게 말했다. 마주보라고. 
그리고 소녀에게 말했다. 피하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혼자 해결해야한다고. 

 소년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내심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성장소설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라니..좀 기대하는 바가 심했던듯 싶다. 무슨 스릴러도 아니고..
그래도 그덕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자꾸만 등을 떠미는 듯한 소년의 말 때문에 약간의 껄그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무척 만족스러웠다. 

 더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나이에도 성장 소설을 즐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은 이미 클대로 커버렸고, 더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늘 움직이고 있고, 무언가에 의해 자극을 받는 순간 앞으로 한 걸음 진전할 수도 있고 뒤로 저만치 퇴보할 수도 있는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성장 소설이 아닐까 한다. 알고는 있지만 잊혀지기는 너무나도 쉬운 것.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혹은 외면하고자 했던 것.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고개를 돌려 마주보게 하는 것. 

 오늘도 성장 소설을 한 권 읽음으로써 그간 외면했었던 것을 마주 보게 되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마음의 키가 조금 성장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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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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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에 그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화제를 낳으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가 있었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앉았던 사람, 그리하여 신라를 이끌었고, 신라를 발전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했었던 선덕여왕을 다룬,  드라마 "선덕여왕"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을 연기했던 배우들 모두 매 회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중심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한 나라를 주름잡았던 인물, 미실과 선덕여왕이 있었다. 신분제로 인해 절대로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여인 미실,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가 아닌 왕의 어머니 자리를 꿈꾸었지만 그마저 이룰 수 없었다. 반면 신분제로 인해 왕의 자리를 꿈 꿀 수 있었던 여인 덕만,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서점에서는 선덕여왕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그 대부분은 소설책이었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았던지라 소설책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그녀를 다룬, 그래서 알지 못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이 "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이었다. 

 책을 쓰신 분은 현재 모 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강의 중인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이 쓰신 논문들 중에는 황진이 같이 특정 여성을 다룬 것들이 많았다.  그녀는 학교를 졸업 한 이후에 한 명의 여성이자 어머니로 살면서 역사 속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관심과 꾸준한 연구로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이 있을지 절로 궁금해졌다. 선덕여왕에 대해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녀를 보았을거란 기대와 함께. 

 한반도에서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은 그동안 우리에게 잊혀진 왕이었다. 학교 국사 시간에도 거의 언급이 없었고, 다만 왕의 순서를 내는 문제가 있을 것을 대비해 모든 왕들의 순서를 외우는 수험생들의 머리 속에만 잠시 머물곤 했었다. 그렇게 잊혀져있던 여왕의 존재를  드라마 선덕여왕이 깨운 것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선덕여왕은 절대 나약한 왕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자신을 이를 왕으로 인정 받았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다. 언니인 천명공주가 순한 이미지였다면 그녀는 늘 적극적이었다. 아들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왕위에 올랐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보면 굳이 왕의 아들이 아니어도 왕을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만이 혼인을 한 용춘이라는 인물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그를 제외한 몇몇의 남자들 또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왕은 그녀를 택했다. 그녀의 총명함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믿었던 것이다. 왕위에 오른 후 그녀는 불교를 일으키는 한 편 고통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선대의 왕들 또한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은혜를 베풀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에 커다란 재난이 있거나 전쟁이 있었던 시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반면 선덕여왕은 재난이나 전쟁이 있지 않아도 백성을 돌보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얕잡아 보는 당나라에 대해서도 늘 당당했다. 관련 이야기를 읽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면서 통쾌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로웠고, 그 새로움이 놀라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선덕여왕의 최후였다. 그녀가 어쩌면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믿지 못했던 신하들에 의해서 숨을 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 사후에 왕위에 오른 진덕여왕과 그녀로 인해 일어난 비담의 난까지. 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해 잠시 혼란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책은 읽는 내내 소설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벌써 끝인가 싶을 정도로. 

 한반도에서 최초로 왕위에 오른 여인, 그러나 여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후에 다른 어떤 왕들보다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여인. 그 점에 대해서 새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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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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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갈 법한 책이었다. 
더욱이 전편의 경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곳곳에 담겨져있어 보는 내내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회가 왔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고 대부분이 후속편을 내놓을 때면 당연스럽게 그 스케일을 키우곤 한다. 이 책 또한 전편에 비해서 스케일이 커진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여전히 서점! 이번엔 주요인물들이 근무하는 서점을 벗어나 나가노의 고서점에서 발생하는 유령 출몰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역시 큰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전편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서점의 여인인 교코와 다에. 어느 날 교코에게 온 편지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편지의 내용인 즉슨, 교코의 지인이 근무하는 서점에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그 유령이 27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나가노의 고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는 지인으로부터의 도움이고, 고서점을 탐방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교코의 마음이 기운다. 무엇보다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에서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다에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둘은 사건 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서점이고, 등장 인물 또한 서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사건은 작가와 그 문하생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가 책과 연관된 사람들이었다. 이점이 참 흥미로웠다. 솔직히 너무 비슷비슷한 요소들이 모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이다. 그치만 것도 잠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요소들을 정말 잘 버무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어느 인물에 대해서 너무 치우쳐있지도 않고, 사건의 해결에서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었다. 범인이 너무 쉽게 정체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 했지만. 

 전편이 단편연작소설이었던 점과는 달리 이번 편은 장편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괜스레 흐뭇했었다. 더욱이 전편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우리의 서점 여인들이 이번에는 낯선 지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하니 엉덩이가 자꾸만 들썩거릴 만큼 기대가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스토리 전개도 좋았고,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 소설에서 여전히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독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 소설이 흔한 요즘, 그 전개와 결과에 있어서 이렇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긴장감까지 챙길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말 흔치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추리 소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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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시베리아 억류자, 일제와 분단과 냉전에 짓밟힌 사람들
김효순 지음 / 서해문집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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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는 정말 독특하다 싶었다. 
한 사람이 일본군이었다가 인민군이었다가 국군이 되었다니..
한 사람의 인생이 어찌 그리 될 수가 있는건지. 설령 소설 속에서라도 너무 가혹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있었다. 허구라고 넘기기에도 너무 가혹한 사람들이..

 일제치하 시절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군으로 징집되어 전쟁터로 보내진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가 전쟁이 끝난 후에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군으로  지목되어 시베리아에서 포로 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도 아닌, 전쟁으로 피해를 본 나라의 백성이 어찌하여 전쟁 종료 후에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포로 생활을 했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시 러시아 말이나 일본말을 할 수 있었던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주장했으나 소련 측에서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시했다고 한다. 

 일본군이 시베리아로 이송이 되고 억류 결정이 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미국과 소련의  전후 주도권 장악을 위한 대립 때문이고, 둘째는 일본이 소련에 배상하는 방안의 하나로 노동력 제공을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전억협(전국억류자보상협의회)이라는 일본의 단체가 찾아내 공개된 문서에 뚜렷히 나와 있는 사실이었다. 문서로 인해 논란이 되자 아사에다 참모는 "전쟁에 진 일본의 본토 4개 섬에 모든 사람을 밀어넣으면 경제를 재건할 수 없다. 일본이 재기하려면 자원이 있는 대륙에 달라붙어 설사 국적이 바뀌더라도 남아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또한 수인노동(죄수에게 과해지는 강제노동)이 1930년대부터 소련에서 국가 계획경제의 한 기둥이었으며, 시베리아 억류는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된 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이 마지막 세번째 이유였다.

 억류, 시련이 시작되다

1948년 12월. 한 밤 중 38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그 곳을 고국 땅을 밟는다는 기쁨으로 발길을 옮기던 사람들. 그들은 일본군으로 징집되어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 종료 후 시베리아에서 몇년 간 포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소련군에 항복 할 때도 손 안들어봤고
이북에서도 손들지 않았는데
내 고향 땅에 와서 손들라고 하니 
이게 무슨 꼴인가. 
결국 손 들었지. (P.23)

 당시 한반도는 독립을 맞았지만  한반도 내에 하나의 정부가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각각의 정부가 들어섰고, 서로 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한 밤 중 38선을 넘었던 사람들 중엔 남한 군인의 총에 맞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한 밤 중에 38선을 넘은 이유는 북 쪽에서 그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 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그들에게 조선의 화폐를 제공하기도 했다. 

 힘들게 고향 땅을 찾아와 가족을 만났지만 이들에게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시베리아에서 포로로서 노동을 했던 시간은 3~4년 정도 였는데 그 사이 고향의 가족들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던 것. 게다가 때는 1948년 12월. 한국전쟁이 터지기 채 2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본군에게 징집될 당시 대부분 젊은 나이였기에 포로 생활을 하고 고국에 돌아왔을 당시 이들의 대부분이 3~40대였다. 그리하여  한국전쟁이 터지자 정부는 다시 그들에게 전쟁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아니 명령했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다시 전쟁에 나가야했다. 

귀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국내에 있는 단체 중에 "삭풍회"라는 곳이 있다. 삭풍은 겨울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말한다. 시베리아에서 당한 고초를 잊지 말자는 뜻으로 이름지어진 이 단체는 1991년 12월께 시베리아에서 억류 생활을 했던 분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한국 전쟁이 끝난지도 훨씬 오래 전인데 왜 그제서야 단체를 조직했을까 싶지만 이 또한 한국이 소련과 수교를 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한국 정부에게 삭풍회 회원들은 앞의 상황은 딱 잘라버리고, 단지 그들이 북에서 넘어온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들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아직까지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삭풍회에선 김영삼 대통령 때와 김대중 대통령 취임 당시 진정서를 제출 했으나 돌아온 것은 수용불가나 해결곤란이란 답변이 전부였다.  

 일본의 경우 "전억협"의 활동으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보상 또한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적이 "일본"인 자에 한해서였다. 때문에 보상을 받은 일본인 중에 한국의 억류 피해자에게 자신의 보상금을 나눠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음은 2005년 4월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마치우라 외상등 외무성 간부 사이에 오고 간 질의, 응답 중에 곤노 아즈마라는 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P.296)

 "삭풍회 사람들은 이미 80세가 넘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성의를 갖고 대응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제 이분들은 나이가 많이 드셨다. 처음 단체를 만들 당시만 해도 50여명이셨던 분들이 현재는 20여명 정도 밖에 남아계시지 않다. 침묵으로 일관한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화합을 통한 발전. 새삼 필요한 일임을 책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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