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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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보울러. 이제는 성장 소설 작가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작가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리버보이"를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그의 책을 좀 보게 되었다. 스타시커나 꼬마 난장이 미짓같은. 그래서 이제는 팀 보울러하면 자연스럽게 성장 소설이 생각난다. 

 표지에서부터 환한 느낌이 가득 담겨있는 프로즌 파이어. 
이 또한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성장이야기이다. 열 다섯. 아직은 아픔을 표현해내는 방법에 서툰 나이. 하지만 상처는 어른들보다 더 쉽게, 더 깊게 받을 수 있는 나이. 주인공 더스티의 나이가 열 다섯이었다. 그녀는 정말 좋아하고 따르던 친오빠를 이유도 모른채 떠나보내야 했고 뒤를 이어 어머니조차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아버지가 그녀의 곁에 남아있었지만 당시의 아버지는 오히려 더스티에게 힘을 얻고자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약했지만 늘 씩씩한 척을 해야 했고 아픔은 혼자만의 것으로 여겼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외면하려고만 해서 그녀의 상처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오랜만의 외출로 집을 비운 늦은 밤, 정체 모를 소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 앉은 듯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년과 대화를 하면서 그녀를 그를 의심하고 그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가 오빠에 대해서 언급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더욱이 그는 약물을 과다복용하여 죽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그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그를 잡으려는 또 다른 무리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 밤 중에 읽기 시작한 책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가 넘어갔다. 주요 내용은 소녀의 상처와 상처를 극복함에 있음에도 자꾸만 신비함을 품고 있는 소년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능력을 가졌는가...정말은 그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인가하는 궁금증 때문에. 

 그러다  소녀와 소년의 대화 속에서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소녀가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 소년은 그런 소녀를 깨워주고자하는 듯했다. 그래서 보다 더 성장하라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처로 인한 두려움과 마주보라고. 

 소녀를 향해 하는 말들이 마치 내게 하는 것 같았다. 피하지 말고 마주보라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고3시절, 내게 정말 큰 힘이 되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말조차 하나의 문장에 불과해졌다. 피하고 싶어 죽겠는데, 그래서 힘든건데, 그것을 즐기라니. 대체 이런 생고문이 어딨는가하고.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피하려고만 했다는것. 그래서 두려움이란 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이 그런 내게 말했다. 마주보라고. 
그리고 소녀에게 말했다. 피하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혼자 해결해야한다고. 

 소년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내심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성장소설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라니..좀 기대하는 바가 심했던듯 싶다. 무슨 스릴러도 아니고..
그래도 그덕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자꾸만 등을 떠미는 듯한 소년의 말 때문에 약간의 껄그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무척 만족스러웠다. 

 더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나이에도 성장 소설을 즐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은 이미 클대로 커버렸고, 더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늘 움직이고 있고, 무언가에 의해 자극을 받는 순간 앞으로 한 걸음 진전할 수도 있고 뒤로 저만치 퇴보할 수도 있는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성장 소설이 아닐까 한다. 알고는 있지만 잊혀지기는 너무나도 쉬운 것.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혹은 외면하고자 했던 것.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고개를 돌려 마주보게 하는 것. 

 오늘도 성장 소설을 한 권 읽음으로써 그간 외면했었던 것을 마주 보게 되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마음의 키가 조금 성장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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