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작년에 그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화제를 낳으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가 있었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앉았던 사람, 그리하여 신라를 이끌었고, 신라를 발전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했었던 선덕여왕을 다룬,  드라마 "선덕여왕"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을 연기했던 배우들 모두 매 회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중심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한 나라를 주름잡았던 인물, 미실과 선덕여왕이 있었다. 신분제로 인해 절대로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여인 미실,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가 아닌 왕의 어머니 자리를 꿈꾸었지만 그마저 이룰 수 없었다. 반면 신분제로 인해 왕의 자리를 꿈 꿀 수 있었던 여인 덕만,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서점에서는 선덕여왕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그 대부분은 소설책이었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았던지라 소설책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그녀를 다룬, 그래서 알지 못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이 "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이었다. 

 책을 쓰신 분은 현재 모 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강의 중인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이 쓰신 논문들 중에는 황진이 같이 특정 여성을 다룬 것들이 많았다.  그녀는 학교를 졸업 한 이후에 한 명의 여성이자 어머니로 살면서 역사 속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관심과 꾸준한 연구로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이 있을지 절로 궁금해졌다. 선덕여왕에 대해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녀를 보았을거란 기대와 함께. 

 한반도에서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은 그동안 우리에게 잊혀진 왕이었다. 학교 국사 시간에도 거의 언급이 없었고, 다만 왕의 순서를 내는 문제가 있을 것을 대비해 모든 왕들의 순서를 외우는 수험생들의 머리 속에만 잠시 머물곤 했었다. 그렇게 잊혀져있던 여왕의 존재를  드라마 선덕여왕이 깨운 것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선덕여왕은 절대 나약한 왕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자신을 이를 왕으로 인정 받았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다. 언니인 천명공주가 순한 이미지였다면 그녀는 늘 적극적이었다. 아들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왕위에 올랐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보면 굳이 왕의 아들이 아니어도 왕을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만이 혼인을 한 용춘이라는 인물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그를 제외한 몇몇의 남자들 또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왕은 그녀를 택했다. 그녀의 총명함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믿었던 것이다. 왕위에 오른 후 그녀는 불교를 일으키는 한 편 고통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선대의 왕들 또한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은혜를 베풀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에 커다란 재난이 있거나 전쟁이 있었던 시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반면 선덕여왕은 재난이나 전쟁이 있지 않아도 백성을 돌보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얕잡아 보는 당나라에 대해서도 늘 당당했다. 관련 이야기를 읽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면서 통쾌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로웠고, 그 새로움이 놀라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선덕여왕의 최후였다. 그녀가 어쩌면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믿지 못했던 신하들에 의해서 숨을 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 사후에 왕위에 오른 진덕여왕과 그녀로 인해 일어난 비담의 난까지. 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해 잠시 혼란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책은 읽는 내내 소설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벌써 끝인가 싶을 정도로. 

 한반도에서 최초로 왕위에 오른 여인, 그러나 여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후에 다른 어떤 왕들보다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여인. 그 점에 대해서 새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