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장혜민 지음 / 산호와진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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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서 법정 스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선물 받은 난을 통해 소유의 의미에 대한 말씀을 소박하게, 그러나 몹시 강렬하게

이야기하셨던 분으로 기억되는 분이셨다. 그럼에도 이후에 법정 스님의 글을 읽었던 적은 없었다. 오로지 무소유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뉴스를 보았다.

불교를 믿어서 절을 자주 찾거나 불교 관련 서적을 자주 읽지를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뉴스를 보는 내내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었다.

우리 시대를 이끌어가셨던 한 분이 또 이렇게 가시는구나 싶어서..

 

 법정 스님께서 남기고 가신 말 중에 생전에 쓰셨던 모든 책들을 더이상 출판하지

말라 하셨다는 뉴스를 보고 덜컥 했다. 그 뉴스를 보자마자 그럼 절판이 되기 전에 빨리 무소유나 다른 법정 스님의 책들을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곧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구매했다. 사기 전에는 빨리 사두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사고나니 참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 또한 출판 직후에는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왠지 법정 스님의 말씀을 역행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런저런 도구를 사들이며 요란을 떠는 것 같기도 하여.

 

 그러다 우연히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는 내내 불끈 주먹을 쥐었다,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했었다.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법정 스님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읽으면서 나는 정말 이런 분이 동시대에 살아계셨음에도 너무나도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분을 잃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흔히 우리나라 불교를 산중 불교라고 한다. 바로 이웃해서 존재하는 교회와는

달리 대부분의 절들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자세한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스님' 혹은 '불교'라고 하면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살아가시는 분들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법정 스님은 계속해서 속세의 정세에 관심을 기울이셨고, 행동 또한 망설임이 없으셨다. 정치에서부터 환경까지 그 분야 또한 다양하게 목소리를 내셔야

한다고 생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셨다. 특히 7.80년대의

경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르셨을텐데도 굽히지 않으셨다는 부분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또한 법정스님은 종교에 따라 편을 가르기를 원치 않으셨다.

 

 출판사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을 말하길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인생의 가르침에

마음공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라고 했는데, 정말 읽는 내내 깨달음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좋은 가르침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구매했던 "아름다운 마무리" 또한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덮으면서 들었다.

또 한 번의 마음 공부를 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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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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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우연히 북극곰을 말하는 다큐를 보았다.

한 시간 가량의 분량이었는데 보고 나서 기억에 가장 남는 장면은 커다란 북극곰이 조그만 얼음 위에 주저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선 북극에 살고 있는 동물들 중에서도 위력을 자랑하는 북극곰의 당당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얼음에서 떨어질까 혹은 그 얼음이 다 녹아버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듯한 그 가여운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 후로 북극곰을 생각하면 자신의 먹이감 앞에서 당당하게 포효하는 모습이 아니라 조그만 얼음 위에 동동 떠있는 위태로운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다큐는 내게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더이상 지구온난화가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는 것을.

 

 책 소개글을 보기 전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북극곰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북극곰이. 그 후에 제목과 책 소개글이 눈에 들어왔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현상들, 특히나 얼음과 관련되어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될 거란 생각이 들어 보게 되었다.

 

 책은 그야말로 '얼음'에 대한 백과사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음'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혹한의 환경때문에 쉽사리 인간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부터,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까지 그 곳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 지금의 냉장고가 있기 전엔 얼음을 마치 우유배달 하듯이 배달하는 시대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다소 무겁지 않은 이야기가 책의 전반부를 이룬다. 그리고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얼음'이 말하고 있는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냉장고가 개발되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인간에 의해 지구가 점점 파괴되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인간이 미처 의식하기도 전부터 지구는 서서히 변화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파괴되어 왔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구의 온난화이다. 말그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따뜻함'이란 것이 단순히 우리가 봄날의 햇빛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은 아니다. 그정도였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이렇게 온 몸으로 호소하고 있는 지구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 변화는 단순히 자연 현상의 하나 일 뿐이라는 사람들. 아직 주어진 시간은 많으니 일단은 지금의 생산과 발전을 지속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사람들. 개인적인 이익 혹은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지은이는 그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연 최고의 온도계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명백한 기후 변화의 지표인 얼음이다. 얼음은 따뜻해지면 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음이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데는 이념적으로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으며, 정치적으로 배려를 할 필요도 없다. 얼음은 그냥 녹을 뿐이다."라고.                     -P.148-

 

 얼음은 그냥 녹을 뿐이라는 저 한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짧은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책 속에서 또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2007년 IPCC평가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후반의 온도 상승 요소 중 약 90%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50%도 아니고..그보다 훨씬 높은 90%..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를 보면서 저 아마존 유역이 지금보다 더 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외에는 거주 할 수 없게 되었으면 싶었다. 그곳의 독성을 지닌 동,식물들이 더욱더 독해져서 외지인들의 출입을 절대 허락하지 않기를..마구 망가져가는 밀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북극 또한 그랬으면 싶었다.

물론 좀 엉뚱하고 위험한 생각이긴 하겠지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보기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페이지가 빠릿빠릿하게 넘어가질 못했다. 생각보다 빽빽한 글들 때문에 약간 기가 눌리기도 했거니와 관련 자료라는 것이 선이 그려져있는 그래프가 다이다보니 아무래도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곧 재미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약간의 어려움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익하고 보람있는 독서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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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소녀
빅토리아 포레스터 지음, 황윤영 옮김, 박희정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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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를 때 내용과 작가를 제외하고 가장 마음을 끄는 요소는 책의 표지이다. 
너무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표지를 주로 선호하는데, 이번엔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분께서 표지를 그리셨다는 소개글에 정말이지 혹~했었다. 게다가 광고를 보면 마치 책 속에는 표지를 제외하고도 몇몇의 그림들이 있을 법하여 책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했었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표지의 아름다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씨익~지었더랬다. 그리고 책을 휘리릭 넘겨보는데, 그것이 다였다. 책 속에 다른 그림은 한 장도 없었던 것. '이 책의 표지와 본문 안의 그림은..'이라는 광고글을 읽었던 덕에  솔직히 정말 실망스러웠다. 못해도 한 두 장은 있을 줄 알았는데..책에 대한 만족도가 글을 읽기도 전에 살짝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선택한 이유가 단지 그림은 아니었기에 마음을 다독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적한 시골에 태어난 파이퍼, 그녀도 그녀 가족도 그녀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 줄 몰랐던  아주 어릴 적부터 파이퍼는 땅에서 붕붕 떠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신의 안내로 여겼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의 능력을 애써 부정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파이퍼가 부모님의 품 안에서 머물던 시절까지만 이었다. 처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에 파이퍼는 또래 아이들에게 인정받고자 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직 후 파이퍼는 공격 아닌 공격을 받게 되고, 그녀 앞에 나타난 헬리언 박사를 따라서  집을 떠나게 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비밀스런 그곳은  파이퍼와 같이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머무는 연구소로 오게 된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 보이는 연구소에서 파이퍼는 서서히 적응을 하게 되고, 얼마 후 사실은 자신이 머무는 곳이 행복의 낙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릴 적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꾸거나 혹은 날고자 하는 마음을 품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푸르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구름 속을 거닐며 그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나 또한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구름 속을 훨훨 날아다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곤 했었는데 최근에 본 장면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 "엑스맨"에서 날개 달린 아이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오르는 장면이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진 파이퍼는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 연구소에서 생활하는 모든 아이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그 아이들이 가진 능력들,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파이퍼가 연구소를 둘러 보게 되는 부분에서는 마치 그 연구소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장면들을 생각하면 이 책은 충분히 판타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어떠한 일들을 다룸으로써 그것을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가 정말 큰 것 같다. 그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어른과 아이의 구별이 없기도 하고.. 아이는 미처 현실을 다 알아가기 전에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화려함에 환상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어른들은 복잡한 현실과는 다른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듯한 장면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만큼 약간의 아쉬움 또한 남는다. 
한 편의 책 속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책의 주제가 조금 흐려진 듯 했다. 확실히 다룬 소재를 생각하면 판타지가 맞기는 한데 굳이 분류를 나누자면 이것이 성장 소설인지, 아니면 단순히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도 아니면 번역가의 말처럼 "다름"과 "틀림"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한 책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이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확실히 이야기 전개는 빠른 편이다. 
하지만 빠른 전개만큼 그 사이사이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도..좀..아쉽고..
이미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더이상 낯설고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실제 하지만 않을 뿐 영화나 문학 속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익숙한 소재를 다루게 되는 경우엔 좀 더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신선함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우정이면 우정, 사랑이면 사랑과 같이 어느 한 쪽으로라도 좀 더 확실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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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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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쥐구멍을 찾는 심정으로 말하자면,
내가 태어난 시기는 1980년대 중반,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한 시간에 한 대씩 버스가 운행되는 아주 한적하고 조그마한 시골이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가에 대한 것보다 올 한 해 혹은 어느 한가지의 작물 농사에 더욱더 관심을 갖곤 했었다.(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조금 정치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 갈 즈음에 갖게 된 기억 하나, 그것은 선거 포스터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도 노태우씨가 나왔던 선거같다. 커다란 벽에 여러 장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해보여 포스터들을 쭈욱 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어른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 포스터를 건드리면 큰일이 나니 곁에서 떨어지라는 것이었다. 포스터를 훼손할 경우 감옥에도 갈 수 있다하여 몹시 놀라며 도망갔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내가 정치라는 것과 처음 마주선 기억이었다.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라..다칠수도 있느니라..

 

 그러나 이후에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혹은 정치라는 것으로 인해  어떤 위협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내가 성장할 즈음엔 이미 민주주의라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것은 비밀, 보통, 직접, 평등의 4원칙이 지켜지는 것이며, 광주 사태 또한 처음부터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배웠다. 때문에 나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주어지게 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당연히 주어진 걸로만 알았던 민주주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뤄낸것으로 내가 그저 당연하게만 여겨선 안되는 것이었다. 

  역사를 교과목으로 공부 할 때는 뭐가 그리 복잡하고, 뭐가 그리 나오는 인물들이 많으냐며 투덜대기 일쑤였다. 그 앞 뒤의 관계를 파악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저 사건이 일어난 연도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기 급급했던 시절. 역사라는 것은 그렇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시험기간 직전에만 열심히 외워되던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역사 관련 책들을 읽어가면서, 특히나 현대사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진짜 못난 행동을 하고, 못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귀찮고, 복잡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하면서..

 

 한홍구씨의 현대사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읽기 전에는 빽빽한 글씨들이 가득하여 쉽지 않은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참...재미를 떠나서 손에서 책을 쉽사리 놓을 수 없음을 느꼈다.
순간 순간 분노하고, 그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죄스러웠다. 
 

  내가 이런 것을..
이렇게 힘들게 주어진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도 모자라 귀찮아 했구나..
 

 책은 강의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라 그런지 마치 강의하듯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더욱 내용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홍구씨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이분이 쓰신 다른 현대사관련 책들 또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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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인 100인 역사를 움직인 100인
김상엽.김지원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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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란 흔히 기록으로써 전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해서 역사가 패자는 기억되지 않는 승자의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문자로 분명히 기록했었더라도 그 끝무렵 패자가 된다면, 승자에 의해 역사는 다시 쓰여지곤 하니까. 
그럼에도 역사란 분명히 인간에 의해서 나고, 인간에 의해서 없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와 인간은 바늘과 실같이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역사 관련 책들을 좋아해서 자주 챙겨보곤 하는데 얼마전부터 조선의 역사를 말하는 책들 중에 기존의 왕 중심의 출판에서 약간 벗어나서 몇명의 인물 중심으로 책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왕의 곁에 머물며 정치에 관여했던  유명한 신하들 중심이기는 하지만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보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서 역사를 바라보고자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운 변화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리고 표지에서부터 그 광범위함의 포스를  풍기고 있다. 받아보는 순간 그 두께와 무게에 일단 한 번 놀라게 되는 책. 그리고 휘리릭 넘겨봄을 통해 책 속에 정말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란 걸 알게 되어 절로 기대가 커지게 되었다. 

  책은 크게 동양과 서양을 나누고, 각각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그 시대의 인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100인이라는 많은 수를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각각의 인물들에게 배정된 페이지가 많지는 않다. 짧게는 2페이지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길게는 5~6페이지의 분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구성을 보면 우선은 인물의 주요 내용을 상자 속에 간단하게 정리를 해준 후에 출생부터 삶의 주요 사건들을 간략하게 서술해준다. 또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관련된 그림이나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있다. 

   동양편을 볼 때만해도 당시의 역사를 어느 정도 고려해서 볼 수가 있었다. 가령 공자, 맹자, 진시황등을 보면서  그들의 활동 시기가 아주 오래전의 중국이었구나 하는 식으로.. 깊고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물과 당시 시대를 함께 고려해가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딱, 동양편까지였다. 아쉽게도..아니 부끄럽게도 세계사에 관련된 지식은 거의 전무한지라..서양편은 시대를 전혀 고려해보지 못하고 그저 인물만을 단편적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겹지는 않았다. 특정 인물과 특정 사건에 대해서 복잡한 것까지 설명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무리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100인이라는 많은 수의 인물을 다루기 때문인지 설명이 정말 너무 간략했다. 과학이라면 누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악이라면 누가 무슨 곡을 작곡했다하는 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끝내도 무리가 없겠지만, 전쟁과 같은 복잡 미묘한 사건을 다루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특정 사건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에  너무 아쉬워만 할건 아닌듯 하지만..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땐 순서대로 볼 것이 아니라 차례를 보고 내가 보고 싶은 인물 먼저 찾아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몇 분을 만나고 보니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일단은 순서대로 책을 다 본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부분을 찾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물 중심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역사가 함께 하는 것이니까..

  읽으면서도 그랬고, 다 읽고서나서는 더욱 강하게 든 생각이 있다. 왠지 이 책..단순히 책이라기 보다는 인물 사전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정말 동서양을 통틀어 100인이라는 유명하고, 멋진 분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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