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북극곰을 말하는 다큐를 보았다. 한 시간 가량의 분량이었는데 보고 나서 기억에 가장 남는 장면은 커다란 북극곰이 조그만 얼음 위에 주저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선 북극에 살고 있는 동물들 중에서도 위력을 자랑하는 북극곰의 당당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얼음에서 떨어질까 혹은 그 얼음이 다 녹아버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듯한 그 가여운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 후로 북극곰을 생각하면 자신의 먹이감 앞에서 당당하게 포효하는 모습이 아니라 조그만 얼음 위에 동동 떠있는 위태로운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다큐는 내게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더이상 지구온난화가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는 것을. 책 소개글을 보기 전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북극곰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북극곰이. 그 후에 제목과 책 소개글이 눈에 들어왔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현상들, 특히나 얼음과 관련되어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될 거란 생각이 들어 보게 되었다. 책은 그야말로 '얼음'에 대한 백과사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음'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혹한의 환경때문에 쉽사리 인간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부터,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까지 그 곳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 지금의 냉장고가 있기 전엔 얼음을 마치 우유배달 하듯이 배달하는 시대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다소 무겁지 않은 이야기가 책의 전반부를 이룬다. 그리고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얼음'이 말하고 있는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냉장고가 개발되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인간에 의해 지구가 점점 파괴되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인간이 미처 의식하기도 전부터 지구는 서서히 변화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파괴되어 왔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구의 온난화이다. 말그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따뜻함'이란 것이 단순히 우리가 봄날의 햇빛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은 아니다. 그정도였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이렇게 온 몸으로 호소하고 있는 지구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 변화는 단순히 자연 현상의 하나 일 뿐이라는 사람들. 아직 주어진 시간은 많으니 일단은 지금의 생산과 발전을 지속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사람들. 개인적인 이익 혹은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지은이는 그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연 최고의 온도계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명백한 기후 변화의 지표인 얼음이다. 얼음은 따뜻해지면 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음이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데는 이념적으로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으며, 정치적으로 배려를 할 필요도 없다. 얼음은 그냥 녹을 뿐이다."라고. -P.148- 얼음은 그냥 녹을 뿐이라는 저 한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짧은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책 속에서 또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2007년 IPCC평가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후반의 온도 상승 요소 중 약 90%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50%도 아니고..그보다 훨씬 높은 90%..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를 보면서 저 아마존 유역이 지금보다 더 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외에는 거주 할 수 없게 되었으면 싶었다. 그곳의 독성을 지닌 동,식물들이 더욱더 독해져서 외지인들의 출입을 절대 허락하지 않기를..마구 망가져가는 밀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북극 또한 그랬으면 싶었다. 물론 좀 엉뚱하고 위험한 생각이긴 하겠지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보기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페이지가 빠릿빠릿하게 넘어가질 못했다. 생각보다 빽빽한 글들 때문에 약간 기가 눌리기도 했거니와 관련 자료라는 것이 선이 그려져있는 그래프가 다이다보니 아무래도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곧 재미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약간의 어려움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익하고 보람있는 독서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