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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소녀
빅토리아 포레스터 지음, 황윤영 옮김, 박희정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고를 때 내용과 작가를 제외하고 가장 마음을 끄는 요소는 책의 표지이다.
너무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표지를 주로 선호하는데, 이번엔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분께서 표지를 그리셨다는 소개글에 정말이지 혹~했었다. 게다가 광고를 보면 마치 책 속에는 표지를 제외하고도 몇몇의 그림들이 있을 법하여 책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했었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표지의 아름다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씨익~지었더랬다. 그리고 책을 휘리릭 넘겨보는데, 그것이 다였다. 책 속에 다른 그림은 한 장도 없었던 것. '이 책의 표지와 본문 안의 그림은..'이라는 광고글을 읽었던 덕에 솔직히 정말 실망스러웠다. 못해도 한 두 장은 있을 줄 알았는데..책에 대한 만족도가 글을 읽기도 전에 살짝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선택한 이유가 단지 그림은 아니었기에 마음을 다독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적한 시골에 태어난 파이퍼, 그녀도 그녀 가족도 그녀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 줄 몰랐던 아주 어릴 적부터 파이퍼는 땅에서 붕붕 떠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신의 안내로 여겼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의 능력을 애써 부정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파이퍼가 부모님의 품 안에서 머물던 시절까지만 이었다. 처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에 파이퍼는 또래 아이들에게 인정받고자 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직 후 파이퍼는 공격 아닌 공격을 받게 되고, 그녀 앞에 나타난 헬리언 박사를 따라서 집을 떠나게 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비밀스런 그곳은 파이퍼와 같이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머무는 연구소로 오게 된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 보이는 연구소에서 파이퍼는 서서히 적응을 하게 되고, 얼마 후 사실은 자신이 머무는 곳이 행복의 낙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릴 적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꾸거나 혹은 날고자 하는 마음을 품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푸르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구름 속을 거닐며 그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나 또한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구름 속을 훨훨 날아다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곤 했었는데 최근에 본 장면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 "엑스맨"에서 날개 달린 아이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오르는 장면이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진 파이퍼는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 연구소에서 생활하는 모든 아이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그 아이들이 가진 능력들,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파이퍼가 연구소를 둘러 보게 되는 부분에서는 마치 그 연구소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장면들을 생각하면 이 책은 충분히 판타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어떠한 일들을 다룸으로써 그것을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가 정말 큰 것 같다. 그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어른과 아이의 구별이 없기도 하고.. 아이는 미처 현실을 다 알아가기 전에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화려함에 환상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어른들은 복잡한 현실과는 다른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듯한 장면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만큼 약간의 아쉬움 또한 남는다.
한 편의 책 속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책의 주제가 조금 흐려진 듯 했다. 확실히 다룬 소재를 생각하면 판타지가 맞기는 한데 굳이 분류를 나누자면 이것이 성장 소설인지, 아니면 단순히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도 아니면 번역가의 말처럼 "다름"과 "틀림"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한 책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이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확실히 이야기 전개는 빠른 편이다.
하지만 빠른 전개만큼 그 사이사이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도..좀..아쉽고..
이미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더이상 낯설고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실제 하지만 않을 뿐 영화나 문학 속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익숙한 소재를 다루게 되는 경우엔 좀 더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신선함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우정이면 우정, 사랑이면 사랑과 같이 어느 한 쪽으로라도 좀 더 확실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