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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일본 문학을 좋아하고, 특히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받자마자 기쁨과 함께 오싹함 비슷한 것을 느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라는 제목이 적지 않게 강렬한데, 거기에 강렬함을 더하는 붉은 색채의 표지까지. 제목과 표지에서 한 번 봐도 잊지 못 할 무시무시한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책이었다.
제목처럼 이야기는 머리를 자르는 살인 사건을 다룬 책이었다. 전후의 시기, 어느 촌에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는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희생자는 마을의 당주와 비슷한 인물인 조주로, 으로 이치가미 가를 이어갈 장손이었던 그가 목이 없어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그날 희생된 사람은 조주로 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혼인을 하기 위해 선과 비슷한 행사를 치르던 여성들 중 한 명 또한 조주로와 같이 목이 잘린 채로 발견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건이 전설처럼 내려오는 조상의 지벌이 내려진 것이라고 여긴다. 그간 이치가미 가의 장손의 경우엔 성장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나지 못하고 때로는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사건 또한 그와 같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자 마을의 순경이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라 의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추리 소설이라고 알고 읽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오싹하니 괜스레 양 팔을 한 번씩 쓰다듬게 할 정도로 무서웠다. 당연히 한 밤중 홀로 읽기는 포기, 자연스럽게 주변인이 좀 있는 곳에서 약간의 소음을 참아가면서 읽게 될 정도로 좀 오싹한 면이 강한 책이었다.
제목에선 잘린 머리가 불길하다 했지만 현실에선, 아니 비록 소설이라도 살인 사건에서 사람의 목이 잘렸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 더욱이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니, 사람의 짓이 아니라 신의 짓이라고 여기려던 마음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솔직히 인간의 짓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서우니까.
그렇게 오싹오싹하다 말하면서도 책을 끝까지 읽게 된 것은 과연 누가, 왜?? 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순간 순간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이유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굴었을까. 또한 책 속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때로 등장했다. 실존 인물이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 덧 신과 같은 인물이 되어버린 여인. 그 여인이 잊을만 하면 등장했는데 솔직히 마치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덕분에 진짜 많이 무섭긴 했지만 이 여인으로 인해 이 소설이 기존의 추리 소설과는 좀 다른 특성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책 속에 흔히 나올 법한 명탐정이 없었다. 적어도 명탐정 노릇을 하려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 의외였다. 누군가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생각지 못하는 비범함을 보여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추리 소설의 정석과도 같다 생각하는데 이 책에선 그런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사건에 의구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가 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사건의 과정 '정리'비슷한 것이었다. 때문에 중간 중간 생각을 좀 정리해가면서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독자가 되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무조건 글을 따라 읽기 보다는 사건 속 인물들의 앞, 뒤 행동들을 좀 따져가면서 보기도 했고..뭐..추리 비슷한 것도 다른 때보다는 욕심내서 하기도 했고..
뭔가 끝이 보이는 구나 싶은 순간, 잊고 있었던 그 여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생각지 못한 곳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무서움에 끝이 보이는구나 싶은 순간에 또 다시 무서움을 경험하게 만들었던, 그래서 정말 무서웠지만 마치 비명을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듯이 나름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