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당신이 그립습니다 -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
KBS <김수환추기경이 남긴사랑> 제작팀.최기록 지음 / 지식파수꾼(경향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교를 믿는 자도 아니었는데, 법정 스님의 소식에 갑작스럽게 절이라는 공간이
그리워 질 정도로. 그와 비슷한 경험이 이전에도 있었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고는 마음 깊은 곳에서 허전함을 느꼈더랬다.
성당이란 공간은 그 앞에 놓인 도로를 걸어다녔던 것이 전부였던 내가.
정말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은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에 대한 믿음이
있는자 혹은 없는 자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었던 분들이 아닐까 싶다.

 뉴스에서만 접했었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게 된 책이었다. 그분이 떠나고 안계신 지금, 성당에 다니지 않는 내가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어서. 

 
 책 속에선 그간 알지 못했던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분의 어린 시절, 그 분의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 그리고 추기경이 되기까지.
그리고 추기경이 되셨어도 전혀 변함이 없으셨던 그 분이 베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릴 적 풍요로운 생활을 하신 분이 아니었다. 풍족하지 못했던 가정, 아버지의 부재. 결코 편안한 생활이 아니었음에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껴주신 현명한 어머니가 계셨기에 힘들지만 불행하지는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가난한 집안의 소년을 대한민국 최초의, 낮은 자나 높은 자 모두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추기경이라는 높은 자리까지 오르게 한 것이다.

 추기경님께서는 권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에 오르셨음에도 기존에 보였던 모습들을 그대로 유지하신 채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셨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시려고 하셨고, 시대의 아픈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시지 않으셨다. 그로 인해 작게는 손목의 통증을 얻으셨고, 크게는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셨다. 그럼에도 늘 자신의 사랑이 부족하다 여기셨다니..같은 사람으로서 그저 부끄럽고, 고개가 숙여진다. 

 책 속에 가득한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20분이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곤 하셨던 분, 상대가 누구이든지 자신을 바보라 하시며 웃으실 수 있으셨던 분, 종교의 장벽을 종교의 장벽 따위야로 만들어 버리신 분. 책을 보면서 참 많이 그리웠다. 또 언제 이런 분을 뵐 수 있을까 싶어서. 

  한 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보는 내내 웃을 수 있기에 기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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