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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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탐정이라는 단어에 끌려 읽게 된 것이 어느 덧 세 번째이다. 탐정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지만 장소가 "서점"이라는 점에서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은 그야말로 즐거운 놀이터이다. 갈 때마다 새로나온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나온 책들 중에서는 베스트 목록에 어떤 책이 올랐는가하여 서점에 가면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한다. 구경할 책들이 가득하고, 특히나 요즘 같이 단기간에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의 서점이란 곳은  그야말로 별천지인 것이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서점을 운영하시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좀 커서는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부러웠다. 그런분들은 책과 늘 가까이에 있으니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을까싶어서. 물론 이제는 그분들이라고 책을 만지는 만큼 많이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지만.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는 서점에서 일어날 법한, 조금은 흔하다 여길 수도 있는, 그렇지만 절대 시시하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서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라 책의 이야기는 더욱더 리얼하다. 

 세 번째 이야기이면서 홈즈걸 시리즈의 마지막이기도 한 명탐정 홈즈걸 3. 
이번엔 1권과 같이 몇 개의 짧고, 긴 단편들이 가득했다. 
책을 주문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주문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건, 유치원 아이들이 의문의 실종 사건을 겪는 사건, 그리고 무엇보다 유명 작가의 세후도 사인회에 얽힌 사건까지. 
살면서 그냥 스쳐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눈치 채지 못 할,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일부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물론 그 사건을 잡아채는 건, 우리의 다에양!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벽에 부딪치는 사건들의 골목을 요리조리 헤쳐 나간다.  곁에서 그녀를 믿고, 도와주는 세후도 서점의 직원들 또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가 한결 같아 읽는 내내  좋았다. 그리고 왠지 나도 무언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사건의 앞뒤를 파악하려하고, 범인이 누구일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를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읽었다. 

 사건들 중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심적으로 부담을 덜 가지게 되어 긴장하지 않고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 절대 흔하지 않은 경우가 아닐까.
 
 3권째이다보니 사건의 배경이 되는 ’세후도’라는 서점도, 그곳에서 일하는 교코나 다에와 같은 직원들도. 이제는 정말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더욱이 이 책은 출간되기 전에 다산 책방에서 운영하는 네이버의 카페에서 연재가 되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씩이나마 미리 만나 볼 수 있었기에 책으로 보는 즐거움이 컸었다. 화면에서 보던 글이 새책으로 출판되어 눈앞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그 익숙함이 왠지 신기하고, 더욱더 반갑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정드니 이별이라고. 아쉽게도 3권은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좀 더 나와도 좋지 않을까? 혹은 좀 더 나왔으면..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시리즈.
그래도 이렇게 재밌는 책을 3권이나 쓰신 작가분이니까, 다음번에는 더욱더 좋은 책을 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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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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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기에 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제목이나 표지에서 뭔가 강렬한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도서관에 얌전히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어서 기회다 싶어 읽게 되었다. 

 조금은 평온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시작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았다. 
약간은 사이코의 향이 나는 빵집 사장과 그 곁의 파랑새 같은 소녀,  그리고 상처 받은 어린 양같은 소년이라는 등장인물에서 무언가 평범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편의점은 흔하지만 24시간 빵집은 드물다. 
직원이라곤 빵을 굽는 남자와 카운터를 보는 파랑새같은 여자 아이 단 둘. 
그러나 빵집은 24시간 돌아간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 빵집으로 뛰어들어온 길 잃은 어린양 한 마리. 그 어린양은 집에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쫓겨난 상태였다. 예민한 십대 소년을 받아준 빵집. 약간의 독특한 구석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이상으로 독특함을 숨기고 있었던 빵집에서 소년은 몸을 숨기고 자신의 상처를 돌보게 된다. 

 흔히 빵집이라고 하면 고소한 냄새와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가득한 장면은 상상하게 된다. 빵집 앞을 지날 때 은근 맡게 되는 냄새처럼. 그리고 사악함과는 거리가 먼 달콤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위저드 베이커리에선 달콤함보다는 약간의 악의가 느껴지기 쉬울 듯 하다. 빵집 아저씨의 능력을 살려 만든 빵들은 누군가를 위하는 주문이 걸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해하는, 저주와 같은 주문이 실린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서운 사실은 이것이 단순히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인생을 뒤집을 수도 있을 만큼의 위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빵들인 것이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수상쩍은 빵집에 몸을 숨긴 우리 길 잃은 어린 양, 과연 무사 할 수 있을까??

 내용이 참 독특하다 싶었다. 마법이라니..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먹힐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이  초기에 살짝 들기도 했었다. 이미 마녀, 마법, 주문과 같은 단어들을 현실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만한 나이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누군가를 불행에 빠뜨리는 빵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웠다라고 말하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우리 길 잃은 어린 양.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주어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에 못지 않게 빵집 아저씨 또한 매력적이었다. 소설 속 인물이라 단지 글로써만 접해야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까칠함 속에 담긴 부드러움. 그리고 상처. 왠지 자꾸만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같다. 

 책 속에는 길 잃은 어린양의 이야기가 주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특성(?)상 어쩌면 이후의 다른 이야기들도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왔으면 좋겠고. 

 약간의 우울함과 약간의 독특함, 그래서 한 편의 즐거운 이야기가 된 "위저드 베이커리". 
다음 번의 책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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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즈 잇 스타일 - 간지남이 되는 패션 쇼핑 뷰티 스타일북
이선배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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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를 돋보이게 해 주는 아이라인.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라인은 여성들의 전용 화장품이었다. 
그러나 패션을 선도하는 몇몇 남자 연예인들이 아이라인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것이 멋지게 보인다는 인식이 넓어지면서 남자들의 아이라인 사용은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이정도라면 남자들의 팬더같은 눈, 검은 눈물을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치 여성들이 처음 화장을 시작하듯이, 남자들 또한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에는  멋져 보이는 누군가를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맞는, 그래서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나만의 패션 찾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그래서 자신만의 패션을 찾고자 한다. 

 맨즈 잇 스타일은 그런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책이다. 
간지남이 되는 패션 쇼핑 뷰티 스타일북이라는 글에서 보여지듯이 이제 막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나 자신만의 패션 틀이 어느 정도 박힌 사람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 속에 담긴 정보들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풍부했다. 
남성 스타일링을 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법칙들, 옷이나 구두 같은 아이템별 쇼핑법이나 스타일링법은 기본이고 보통은 신경쓰기 힘든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내용이 자세하고, 풍부해서 꼭 남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가족이나 남자친구 등을 보다 멋지게 꾸며주고 싶은 사람(물론 본인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야겠지만)들이 읽어도 좋은 법한 책이었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좀 치우쳐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패션=돈’이 아님을 초반에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엔 ’패션=돈’이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지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점에서는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정보의 폭을 넓혔다면 더욱더 알찬 내용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패션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정보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넓게 본다면 겉으로 봤을 때, 패션만 놓고 본다면 무척 남성을 보다 멋진 남성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정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두고 본다면 조금 삐끗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약간의 산만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 부분을  패션과 관련하여 다른 내용으로 채웠다면 책이 더욱더 탄탄해 지지 않았을까? 

  TV에서 화려하게 꾸미고 나오는 남자 연예인들, 그에 못지 않게 멋지게 꾸미고 다니는 거리의 남자들. 이들은 보면서 "사내자식들이 하고 있는 꼬라지 하고는..."하고 혀를 차는 모습. 이제는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뒤쳐져 있다는 말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사내와 계집의 경계가 쉽사리 무너지기 쉬운 곳이 바로 "패션"이 아닐까. 그렇기에 초반엔 말도 많았다. 그러나 많이 보고, 많이 알아갈 수록 더욱더 빛이 나는 것이 또한 "패션"이다. 그렇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책을 통해서 그 관심을 보다 키우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척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제 막 패션에 눈을 뜬 초보자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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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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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보울러. 이제는 성장 소설 작가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작가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리버보이"를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그의 책을 좀 보게 되었다. 스타시커나 꼬마 난장이 미짓같은. 그래서 이제는 팀 보울러하면 자연스럽게 성장 소설이 생각난다. 

 표지에서부터 환한 느낌이 가득 담겨있는 프로즌 파이어. 
이 또한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성장이야기이다. 열 다섯. 아직은 아픔을 표현해내는 방법에 서툰 나이. 하지만 상처는 어른들보다 더 쉽게, 더 깊게 받을 수 있는 나이. 주인공 더스티의 나이가 열 다섯이었다. 그녀는 정말 좋아하고 따르던 친오빠를 이유도 모른채 떠나보내야 했고 뒤를 이어 어머니조차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아버지가 그녀의 곁에 남아있었지만 당시의 아버지는 오히려 더스티에게 힘을 얻고자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약했지만 늘 씩씩한 척을 해야 했고 아픔은 혼자만의 것으로 여겼었다. 표현하지 못하고 외면하려고만 해서 그녀의 상처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오랜만의 외출로 집을 비운 늦은 밤, 정체 모를 소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 앉은 듯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년과 대화를 하면서 그녀를 그를 의심하고 그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가 오빠에 대해서 언급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더욱이 그는 약물을 과다복용하여 죽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그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그를 잡으려는 또 다른 무리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 밤 중에 읽기 시작한 책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가 넘어갔다. 주요 내용은 소녀의 상처와 상처를 극복함에 있음에도 자꾸만 신비함을 품고 있는 소년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능력을 가졌는가...정말은 그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인가하는 궁금증 때문에. 

 그러다  소녀와 소년의 대화 속에서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소녀가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 소년은 그런 소녀를 깨워주고자하는 듯했다. 그래서 보다 더 성장하라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처로 인한 두려움과 마주보라고. 

 소녀를 향해 하는 말들이 마치 내게 하는 것 같았다. 피하지 말고 마주보라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고3시절, 내게 정말 큰 힘이 되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말조차 하나의 문장에 불과해졌다. 피하고 싶어 죽겠는데, 그래서 힘든건데, 그것을 즐기라니. 대체 이런 생고문이 어딨는가하고.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피하려고만 했다는것. 그래서 두려움이란 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이 그런 내게 말했다. 마주보라고. 
그리고 소녀에게 말했다. 피하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혼자 해결해야한다고. 

 소년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내심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성장소설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라니..좀 기대하는 바가 심했던듯 싶다. 무슨 스릴러도 아니고..
그래도 그덕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자꾸만 등을 떠미는 듯한 소년의 말 때문에 약간의 껄그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무척 만족스러웠다. 

 더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나이에도 성장 소설을 즐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은 이미 클대로 커버렸고, 더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늘 움직이고 있고, 무언가에 의해 자극을 받는 순간 앞으로 한 걸음 진전할 수도 있고 뒤로 저만치 퇴보할 수도 있는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성장 소설이 아닐까 한다. 알고는 있지만 잊혀지기는 너무나도 쉬운 것.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혹은 외면하고자 했던 것.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고개를 돌려 마주보게 하는 것. 

 오늘도 성장 소설을 한 권 읽음으로써 그간 외면했었던 것을 마주 보게 되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마음의 키가 조금 성장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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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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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그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화제를 낳으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가 있었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앉았던 사람, 그리하여 신라를 이끌었고, 신라를 발전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했었던 선덕여왕을 다룬,  드라마 "선덕여왕"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을 연기했던 배우들 모두 매 회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중심에 여성으로서 당당히 한 나라를 주름잡았던 인물, 미실과 선덕여왕이 있었다. 신분제로 인해 절대로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여인 미실,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가 아닌 왕의 어머니 자리를 꿈꾸었지만 그마저 이룰 수 없었다. 반면 신분제로 인해 왕의 자리를 꿈 꿀 수 있었던 여인 덕만, 그리하여 그녀는 왕의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서점에서는 선덕여왕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그 대부분은 소설책이었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았던지라 소설책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그녀를 다룬, 그래서 알지 못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이 "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이었다. 

 책을 쓰신 분은 현재 모 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강의 중인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이 쓰신 논문들 중에는 황진이 같이 특정 여성을 다룬 것들이 많았다.  그녀는 학교를 졸업 한 이후에 한 명의 여성이자 어머니로 살면서 역사 속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관심과 꾸준한 연구로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이 있을지 절로 궁금해졌다. 선덕여왕에 대해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녀를 보았을거란 기대와 함께. 

 한반도에서 최초로 여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은 그동안 우리에게 잊혀진 왕이었다. 학교 국사 시간에도 거의 언급이 없었고, 다만 왕의 순서를 내는 문제가 있을 것을 대비해 모든 왕들의 순서를 외우는 수험생들의 머리 속에만 잠시 머물곤 했었다. 그렇게 잊혀져있던 여왕의 존재를  드라마 선덕여왕이 깨운 것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선덕여왕은 절대 나약한 왕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자신을 이를 왕으로 인정 받았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다. 언니인 천명공주가 순한 이미지였다면 그녀는 늘 적극적이었다. 아들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왕위에 올랐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보면 굳이 왕의 아들이 아니어도 왕을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만이 혼인을 한 용춘이라는 인물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그를 제외한 몇몇의 남자들 또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왕은 그녀를 택했다. 그녀의 총명함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믿었던 것이다. 왕위에 오른 후 그녀는 불교를 일으키는 한 편 고통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선대의 왕들 또한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은혜를 베풀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에 커다란 재난이 있거나 전쟁이 있었던 시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반면 선덕여왕은 재난이나 전쟁이 있지 않아도 백성을 돌보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얕잡아 보는 당나라에 대해서도 늘 당당했다. 관련 이야기를 읽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면서 통쾌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로웠고, 그 새로움이 놀라움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선덕여왕의 최후였다. 그녀가 어쩌면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믿지 못했던 신하들에 의해서 숨을 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 사후에 왕위에 오른 진덕여왕과 그녀로 인해 일어난 비담의 난까지. 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해 잠시 혼란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책은 읽는 내내 소설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벌써 끝인가 싶을 정도로. 

 한반도에서 최초로 왕위에 오른 여인, 그러나 여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후에 다른 어떤 왕들보다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여인. 그 점에 대해서 새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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