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보았다. 오늘 개봉했다.


배우를 참 잘 대접해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역량을 이끌어내고 이를 캐릭터로 잘 녹여낸 연출이 돋보인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는 다 보았지만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이 영화를 계기로 그의 찬란한 60대를 기대하기로 마음 먹었다.


방년 56세인 감독이 그간 찍고 빚어 온 장편작품 다섯 편,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기억의 밤(2017) 리바운드(2023) 오픈더도어(2023), 중 <리바운드>가 캐스팅, 플롯, 연출, 변곡점에서 트위스트 등 여러 측면에서 일품인데 비운의 작품이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재고영화가 쌓이는 바람에 병목현상으로 다른 영화에 배급이 밀리고 관객들이 OTT에 익숙해져 티켓값을 아끼게 된 바람에 4년 전에 개봉했더라면 2배는 잘 되었을 영화가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심기일전한 그가 스타 드라마 작가의 남편이 아닌 한 명의 건실한 감독으로서 웅대한 첫 걸음을 내딛는 효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큰 스포 없이 캐릭터 연출, 나의 대안적 스토리 접근방식, 영어 제목과 역사 팩션의 핍진성에 대해서만 말을 꺼내보고 싶다.


영화는 배우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렸다. 다음 일곱 배우가 모두 제 역할을 잘 한다.


1. 엄흥도(유해진 분)

- 처음에는 다소 연기톤이 과하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점차 유해진의 매력에 설득된다. 궁녀(전미도)가 계속 자기 어필하는 엄흥도를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고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그 매력에 스며들어 혀를 내두르는 장면은 관객의 표정과 같다. 그는 그저 한양대감댁이 오면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애들 교육도 시킬까 싶었던 촌노인데 하필이면 상왕이 내려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노루골 촌장(안재홍 분)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서로 자기 마을이 유배지로 적절하다고 마을의 특징을 설명하는 장면은 마치 지방 공무원이 마을살리기 PT하는 것 같기도 하다. 쌀밥 묘사 장면도 넉살 좋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홍위 앞에서 마을사람들의 저마다 식재료 조달 역할을 설명할 즈음까지 와서는 이제 처음의 부담스러움은 없어지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다. 미워할래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잘 디자인해서 마지막 이홍위의 부탁을 들어주기에 합당한 역할이다


2.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

- 앞니에 쳐진 눈매가 귀여운 토끼상이다. 그가 아니면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거대한 위계질서 속에 자아가 억눌리고 내면의 고통을 받은 청소년을 매우 잘 소화했다. 유해진과 더불어 메마른 입술이 고민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가녀리고 상처받은 아이의 형상이다


3. 한명회(유지태 분)

- 화면 지배력이 압권이다. 특히 갓의 선 사이로 카메라가 틸트업하는 숏트에서 눈매와 갓의 선이 평행을 이룬다. 인상깊은 이 장면은 숏츠로도 많이 만들어질 것 같다. 중반 이후 역모에 분노하며 치껴 뜬 눈이 아주 매섭다. 잘 벼린 칼 같은 냉정함과 부드러움 속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일품 연기였다


4. 이홍위의 숙부 금성대군(이준혁 분)

- 도합 일곱 여 신에 삼십 쇼트 정도로 등장한다.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거나, 우천 상황에서 출정연설하며 포효하거나, 군사전략을 짜다가 포위되고, 임금 방향으로 전통 방식의 절을 하며 사약을 받고 죽는 신이다. 등장과 논의 장면에서 그저 시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을 뿐인데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5. 영월군수(박지환 분)

 - 일이 닥치며 하는 P형에, 기회주의자이면서 2% 머리가 부족한 역할을 잘 담당했다. 유해진이 말 더듬으며 장황하게 만담을 하는 캐릭터라면 박지환이 영화가 코미디로서 성립할 수 있도록 몸개그와 상황개그를 담당한다. 대개 이 상황이 뭐지? 하면서 상황파악하며 놀라는 얼굴표정으로 등장한다. 단, 잡아쳐넣어라 할 때 대사가 너무 빨라 다소 씹히는 점이 아쉽다.


6. 노루골 촌장(안재홍 분)

 - 리바운드와 마스크걸에서도 그랬지만 작은 이익을 두고 다투는 찌질한 소인배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남에게 그 속셈이 훤히 보이는 일을 우당탕탕 진행하거나 스스로 쟁취한 조그마한 행복을 만끽하는 연기가 일품이다.


7. 궁녀(전미도 분)

각진 너구리? 오소리? 상의 네모지고 하얗고 예쁜 얼굴에 목 카라 높인 한복이 잘 어울린다. 궁 안에서의 의복보다 유배지에서의 하얀 색감이 더 좋다. 웃을 때, 어이없어할 때, 미안해할 때의 적절한 표정을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정확히 캐릭터 분량에 맞게 카메라에 담았다.


대충 이정도 기억난다. 다 좋았다는 말이다. 앙상블도 좋지만 각 캐릭터 저마다 돋보이도록 잘 연출한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달파란의 사운드트랙도 좋다. 특히 초반 국악에 신스나 전자음악으로 베이스 우퍼를 강화해서 특별하다.


영화는 단종 이홍위의 유배지를 지키고 감시하는 시골마을 청령포 보수주인(유해진 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감독이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이다.

픽션이 거짓, 논픽션이 비거짓=사실이라고 거칠게 비유한다면 팩션은 실화에 기반하고 상상을 덧대어 풍부하게 양념을 친 작품이다. 사실과 얼마나 가깝냐, 역사적 인물을 스크린에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했냐 핍진성을 생각하면 곤란한 작품이고 감독의 유쾌한 터치와 배우의 열연을 기대하면 괜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아예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엔딩크레딧에 보니 고려대 역사교육과 권내현 교수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쓰여있다.


그저, 상것이 단종에게 예끼 이놈아 어린 놈이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하고 쿠사리를 주거나 시골 아낙네와 독대하며 밥 먹는 장면은 사람에 따라 당시 사회상을 감안하더라도 불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로서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장면으로서 기능한다.


왕의 감시역이라는 의미에서 영화 영어 제목은 King's Warden이라고 지었다. 프리즌브레이크에서도 간수장 성이 월든이고 실제로 옛 직업명이 성씨인 사례다. 스미스가 대장장이, 테일러가 재단사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전체의 이야기가 간수의 감시일지라기보다는 아이돌과 그 팬덤으로 읽힌다. 리틀 포레스트에 조선사로 각색한 듯한. 그렇게 읽으면 더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접근방식이다.


청소년 때 뜬 인플루언서, 배우, 유명인인데 불미한 논란에 연루되어 업계에서 추방된 인물인데 여전히 충성 팬들은 따라오고 조공을 바친다. 한물갔지만 서울에서 한 끗발 날렸기에 시골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의 존재 덕분에 마을이 관광지가 되고 이득을 볼 수 있을까봐 대접한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과 보호받으며 자랐으나 양날의 검이다. 어른들이 만든 대타자의 질서에서 기세를 펴지못하고 사랑의 정치학에 시련을 받았다. 즉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논란의 대상이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움직여 누구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득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상처를 받았다. 시골로 내려와 순박한 이들과 교류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상처를 준 어른에게 대들 수도 있게되었으나 여전히 권력은 자기에게 없다


장삼이사들은 자신이 주류사회에서 무엇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저 떡고물에 관심이 있다. 김칫국만 마신다. 자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밥 먹기)가 그들에게는 중요한 대화주제다. 한양 궁궐에서는 소박한 한상이 시골에서는 진수성찬이다. 그정도의 한양-청령포, 왕족-유배자는 그정도의 위치에너지의 낙차를 준다. 자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큰 것이다. 자신의 말이 의미가 있고, 내 말을 들어주고, 아무 것도 아닌 말 한 마디, 천자문 가르침, 도움의 한 손길로 촌구석 세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기에 드디어 어른으로서 성장해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를 둘러싼 원한과 오해의 구조가 견고하고 선대의 죄업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새드엔딩뿐. 그러나 그 방식도 시스템이 준 사약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하기로 마음 먹고 운명이 가리킨 방향이지마 자발적으로 길을 선택한다.


이런 얼개의 이야기에 궁녀는 매니저, 보수주인은 시골마을 펜션관리인 정도로 생각해보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오히려 그 편이 대사로서는 더 적절한 네러티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왕조실록 단종 구절로 시작해 엄흥도로 마무리하는 수미쌍관의 역사물이지만 현대 아이돌 이야기로 읽어도 위화감이 없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의 역할은 서구에서 종교와 같다. 역사가 신이다. 서구는 종교를 섞는 것을 싫어하고 동아시아는 역사를 섞는 것을 싫어하다. 반대로 동아시아는 종교문화는 융합적이고 서구는 역사는 로마부터 교류사가 활발하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에서 역사에 손을 대는 일은 논쟁적이다. 역사에 맞지 않으면, 마치 서구문화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는 일처럼 반발이 인다.


그래서 서구에서처럼 유연한 역사물 변주는 다소 힘든 편이다. 예컨대 존재하지 않았던 영국 왕정의 흑인 귀족이 등장하는 <브릿저튼>이나 레이디가 총을 쏘고 여왕의 질투심을 부각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페이버릿>처럼 말이다. 한편 신부와 스님이 친구인 <퇴마록>이나 도교, 불교, 민속신앙이 섞인 손오공(기반의 <날아라슈퍼보드>)나 <파묘>와 <신과함께>는 서구에서 열광하긴 힘들다.


반대로 각자의 진영에서 정통을 취하면 열렬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종교를 중요시하는 서구에서 <패션오브크라이스트>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인이 최근 애니화한 <킹오브킹스>도 서구에서 기독교는 실패할 수가 없다는 신념으로 만든 작품이다.


역사를 신격화하는 동아시아에서도 정통을 다루어 큰 수익을 낸 사례는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을 다룬 <명량>이 있다. 김한민 감독은 자기 이름으로 제작사를 내서 몇 백 억을 벌었다고 기사에서 읽은 적 있다. 그 이후 <한산> 등은 애프터서비스 같은 느낌이었다. 중국에서 애국주의를 강조한 <장진호>, 일본에서도 일본예술사를 다룬 <국보>가 비근한 예시다.


그런 와중에 <폭군의 셰프>처럼 조선으로 차원이동한 먹방 푸드포르노 같은 작품은 특이하다. 원래는 불가능한 설정이나 이세계물 트렌드에 녹였다. 그러나 이 작품도 사신접견 장면의 음식배치 등에서 시청자들의 비판은 받았었다. 그만큼 역사를 조금만 다른 세팅에서 접근하려고 해도 신성모독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만약 감독이 자기 스타일대로 많이 각색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려한다면, 아예 역사를 다르게 틀어버린다면 엄청난 비판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왕과 사는 남자>도 역사가 신인 한국에서 위험성이 있었다. 감독이 택한 방식은 <대장금>처럼 역사 기록상에 한 줄로 존재했으나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한 평범한 인물, 거의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핍박받은 인물을 상상력으로 복원하고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장금은 수라간 궁녀였고 왕과 사는 남자는 아전이었다. 영화에서는 시골 촌장으로 바꾸었지만 말이다. 왕에게 씨발하는 남자, 엄흥도.



VFX로 만든 장면은 엄흥도와 노루와 호랑이 장면 하나, 호랑이 습격 둘, 왕이 쏘아맞히는 셋, 세 번 등장한다. 이 마지막에서 왕이 왕을 잡는 장면의 등장 시퀀스가 장엄하면서 코믹하고 편집이 기가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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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전시는 특이하다. 폐관된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


성북동 우손 찾아가다가 건물 외양에 이끌려 우연히 들어갔었는데

정초석은 있는데 차고는 닫혀있고 보청기 회사가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헤버싯 텍스트 페어

HAVEASEAT TEXT FAIR

2026. 02.07. - 02.28.


@wreathandtowel님의 이 Instagram 게시물 보기: https://www.instagram.com/p/DUQCK4okm88/


오는 토요일(7일)에 문을 여는 <헤버싯 텍스트 페어>는 21일간 운영되며, 마지막으로 수건과 화환이 전시공간으로서 추구했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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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모든 F&B 브랜드에서 담당자를 쪼면서 왜 우리는 두바이 안 하냐고 해서 나오는 것 같다

속필링을 바꾸거나 얹기만 하면 되는 모든 조합류는 다 도전이 가능할텐데

두바이초코+도넛

두바이초코+음료

두바이초코+케이크

두바이초코+붕어빵

두바이초코+과자

는 물론이거니와

두바이초코+만두(?)

두바이초코+호빵(?)

두바이초코+약과(?)

두바이초코+버거?

두바이초코+피자(크러스트?)

두바이초코+파스타(?)

두바이초코+빙수

나의 빈천한 상상력은 여기까지..


처음에는 출시될 때 이정도까지는 붐은 아니었는데 누가 카다이프면 잔뜩 컨테이너선으로 수입해와서 물량으로 풀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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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도 정치철학이 있는가? : 흥미로운 생각이예요. 유가의 정치철학 담론과 비교하면 불교는 통치불가능성에 더 천착하고 개인의 인식에 더 천착하는 경향이 있긴 하죠 사회윤리로서 가능성은 더 많아보여요 중요 핵심 교리를 톺아보아도 무상은 제도가 본질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고 비판할 것이고 무아는 주권자라는 실체가 허상이라고 연기는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할테니 계속 미끄러지죠 외적인 측면에서 그 어떤 정치체제도 궁극적 정당성이 있을 수 없다 말하겠지만 제국의 통치언어를 제공했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구의 정치철학이 너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보일 수 있으나 통치의 정당성을 윤회에서 구하는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태국 국가불교체제, 전륜성왕에 기댄 몽골의 라마불교(특히 청나라시기), 미얀마의 불교왕정 등 현상적으로 아예 불교통치전략이 없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모두 하나씩 일별해보자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체인소맨의 리좀식 진행에 대해 : 서사가 깔끔하지 않은, 비정석적인 전개인데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요. 식인문화에 러시아적 구원없는 처절한 죽음감성에 전혀 메이저한 감성이 아닌데 이걸 어떻게 마무리할지 전혀 예측이 안돼요


소장가치 있는 책 추천: 서머싯몸 면도날이요 :) 한병철의 시몬베유와의 대화와 미학수업과 두개의논어와 배움의기쁨과 달러이후질서와 미술관에서우리가놓친것들과 may contain lies의 최근번역본(주의거짓이포함)와 만화로보는곤충의역사와 그래비티익스프레스포함한 이 만화가의 4권과 먼저온미래와 서양과학은없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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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샐러드 - 오싹오싹 친구들! 토토 징검다리 2
에런 레이놀즈 지음, 피터 브라운 그림, 홍연미 옮김 / 토토북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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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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