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문화원에 다녀왔다


네이버에 핀한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가 600개를 넘는데 중남미 문화원은 몰랐다. 심지어 97년 건립이라 28년 넘었는데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SNS에서는 모르던 갤러리를 알게된다. 어떤 이는 블로그에 작품캡션을 아카이빙하고 어떤 이는 개막 폐막 전시를 지도와 함께 잘 정리해두어 예복습할 때 좋다. 다 도움이 된다. 경합적이고 배제적인 비즈니스와 달리 문화예술은 교학상장으로 인한 지식의 복리효과가 크다


일산만 신도시라고 생각했다. 지축 삼송 원당, 3호선 일산가는 길목의 모든 지하철역에 다 신도시가 늘어서있다.삼송에서 고양동으로 올라가면 중남미문화원에 이른다. 대사님이 93년 퇴임하시고 아내분이 중남미 문화원을 지을 때는 근처가 다 허허벌판이었을 것이다. 상전벽해다



재미있게도 고양향교와 중남미문화원과 에즈라성경대학원이 같은 장소에 붙어있다. 전통유교와 이국원주민문화와 히브리종교가 대동단결하고 있다. 컬렉션은 어마무시하다. 하나하나 다 공부할 가치가 있다. 도자기, 금속공예 같은 장식과 물질문화, 종교회화, 가면과 악기 같은 공연문화가 조각과 함께 있는 박물관은 말 그대로 여러 물건 박물이 가득했다. 미술관에는 캔버스에 유채나 돌가루로 표현한 안데스풍 그림 외에도 현대 그래피티와 천경자류의 눈화장 같은 열대색감 그림도 있었고, 양모화, 위촐, 가우초, 퀼트 같은 직물도 독특한 맛이 있었다. 밖에는 마야벽화가 있는 조각공원과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오는 남미풍 성당건물이 있어 가지각색의 문화에 흠뻑 빠지는 훌륭한 산책코스를 완성한다.



만약 서어서문학과에 진학했다면 학과 답사의 필수코스였을 것 같을 정도로 훌륭한 배움의 장이다. 서어는 스페인어고 유럽이 본토지만 중남미 사용화자가 더 많다. 유럽에 살거나 스페인문학만 읽을 게 아니라면 취직기회, 여행경험, 댓글교환 등 모든 측면에서 더 높은 확률로 중남미 스페인어를 더 사용하게 된다. 마치 프랑스어하면 프랑스 현지보다는 아프리카 프랑코포니 국가에 파견될 기회가 더 많듯이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에 감화되었는지 중남미 문화에서는 태양을 향한 경외와 사랑이 보인다. 태양신이 상징으로서도 색감으로서도 빈번하게 확인된다. 여성의 젖가슴도 부피가 크고 성적표현을 동양처럼 금기시하지 않는다. 가면과 조각에 도롱뇽 새 악어 같른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 생물종이 보인다. 심지어 인간과 합치되어 있기도하다. 얼굴이 쌍둥이로 되어있는 가면도 꽤 있다



화려한 응접실에 이복현대사님 표창장과 사진이 있었다. 공원을 걸어가는데 딱 봐도 조선상궁같은 포스 있는 기풍의 남미인처럼 진한 색조화장을 한 할머니가 정원수를 만지면서 걷고 있었다. 누가봐도 관리자의 기운이다. 얼굴도 사진에서와 같다. 인사를 드렸다. 박물관을 실질적으로 건립하고 관리하는 대사님의 아내 홍갑표이시다


고양향교 바로 앞에 이국문화시설 운영하는데 반대가 없었는지 물었다. 그것은 심지어 문제로도 삼지 않는다는 듯, 뭔 상관이야하고 일갈했다. 와 쎈 할머니다. 이정도 카리스마여야 이런 기관을 30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구나, 감동. 당시 땅값을 기억하시며 6천평을 300원에 싸게 샀다고 했다. 선택한 이유는 향교 앞이라 터가 좋기 때문이라고. 실제로도 걷는데 기분이 좋은, 볕이 뉘엿뉘엿드는 양지바른 곳이었다. 이곳의 지명은 고양, 높은 태양이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문화가 따뜻하고 기운 좋은 터에 잘 자리해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다


식민지와 제국의 위상전복, 유럽종교의 재영토화, 선진문화의 토착화, 조선의 애네깽경작 초기이주, 척박한 기후와 낙후된 유통의 극복을 위해 소형 금속유리공예에 미세하게 새긴 장식, 메스티조와 하이브리드 혼종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 좋다

외국에 아시아민속촌이라는 이름으로 한중일 인도 동남아를 다 묶어서 전시했다면 어떤 반응이 올지, 중남미 33개국을 모두 전시한 중남미 문화원에서 생각해본다. 단점이 아니다. 제한된 상황 속 전략적 결정이었을 터. 공원을 걷는 한국-남미 커플과 장모의 표정에서 흡족함이 보인다. 그 만족은 K드라마의 얼굴을 한 선진국 사위를 맞이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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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맛집 크앙 식당 1 - 오백 살 호랑이 요리사가 나타났다!
장재니 지음, 홍그림 그림 / 트리앤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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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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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 다녀왔다


25년 고양미술축제의 일환으로 한국작가 단체전을 하고 있다. 눈여겨 볼 만한 작가의 세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대형위주로 선정해 사진이 한 프레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영리하게 배치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시지 말고 이 모듬세트 드시면 저희 가게 메뉴 다 드신 효과가 있어요, 하는 느낌의 잘 구성해놓은 전시다. 퍼포먼스, 설치까지 있다


마침 어제 양평군립미술관에서 봤던 이영희의 작품이 보인다. 대형 풍경에 미세한 인물이 묘사된 작품이다. 어제 작품과 구도가 비슷해서 보니까 제목이 다르다. 일산전시는 산서성가는 길이고 양평전시는 윈난성 가는 길이다



봄에 아트선재와 국제갤러리에서 대거 전시했던 하종현의 작품도 보인다. 국제에서 봤던 마포처에 배압법으로 만든 빨갛고 파란 유채작품(접합)과 학고재에서 봤던 철조망 작품(72년 work)를 볼 수 있다


최승호, 오세문, 오상욱 조각작품이 재밌다. 저고리나 아이 블라우스를 세라믹 질감으로 단단하게 표현하기도 이사짐차량의 짐더미와 측면을 돌출시켜 풍경을 레이어화시키기도한다. 스텐리스로 3x3 작품 사각형을 입체로 만들어 내부9+측면9+반대편8가 추가돼 내부에 반사광이 새로 만들어지 작품도 재밌다

오세문, #, 2012



걷거나 짐을 이고있거나 달려가는 군중들을 표현한 질감탐구가 재밌다. 양각으로 돌출된 부분만 사람의 윤곽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양각으로 돋여져 새로이 생성된 음각부분도 사람의 윤곽을 나타낼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혼합매체로 모여서 직립보행하는 군중들의 물성을 형상화했다


공성훈의 작품은 저렴한 렌즈로 사진을 찍었을 때 다 구현되지 않는 빛과 그림자를 유화롤 표현해냈다. 어두움 속의 아파트 불빛을 표현하기 위해 흰색 유화물감으로 마티에르감을 주고 건물 외곽은 소략했다


디테일, 공성훈, 운동장, 2007



비슷한 방식이 유근택의 수묵에도 보인다. 수묵으로 도시를 표현하면서 창문을 검은 먹으로, 구조를 여백으로 비웠다. 유화와 달리 수묵은 여러번 덧칠하면 한지가 울기에 이정도 풍경화는 쉽지 않다. 

디테일, 유근택, 도시, 나의 지평선


집적회로를 용접하는 노동자도 재밌다

디테일, 박은태, 회색모들 추모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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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에 다녀왔다


패티 스미스와 현대 소닉 아트 플랫폼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협업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를 하고 있다.




지도를 보면 회현역에서 가까워서 걸어가기 만만해보인다. 그러나 짧은 구간이지만 급경사라 만만하지 않다. 산악지형의 서울은 넓은 간토평야의 도쿄에 비해 군데군데 언덕이 많아 도시임에도 도시안에서 작은 등반하는 재미가 있다. 산맥의 한국, 등산의 민족이다. 피크닉은 근처 갤러리 눈, 화이트스톤과 동선연계성이 좋다. 다만 여기도 급경사다.

지난 전시는 우에다 쇼지의 모래극장 사진전이었다. 이번에는 풍성한 음향과 깊은 해류느낌의 짙고 느린 예술영상작품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종교적 영상도, 늑대와 고래와 남극과 난교가 병치된 영상도, 박제된 동물에서 불타는 자연으로 이어지는 영상도 모두 서정적인 이미지의 영상이다. 자근자근 전달되는 성우음성과 풍성하게 밀려오는 파도음향과 함께 작가가 전달하는 풍경에 적시다못해 잠기는 기분이다.


밤에 잠에 잘 못 드는 이들이 있다. 자더라도 가벼운 수면을 하다가 종종 깨는 이들이 간혹 있다. 감각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의미화하고 맥락화하는 뇌세포가 발달해서 눈을 감아도 쉽게 수면상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걱정하며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지 되새김질하는 사고회로가 강제적으로 멈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잠이 못 든다. 대략 MBTI중 N계열에 많다.


반면 무던한 S계열 중 멍때리는 게 가능한 이들이 있다. 생각을 멈출 수 있고 따라서 누우면 잠이 온다. 아예 걱정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주어진 정보를 잘 인식하고 그것으로 그치는 사람들과 의미를 이끌어내는 데 특화된 사람들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게 멍 때리는 게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각기 좋아하는 예술도 다른 편이다.


스토리 없이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의 연속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의미추출능력이 발달해 밤에 잠 못 드는 이들은 잘 못 보는 영화다. 네러티브가 없고 대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보고 나서 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쉬이 흥미를 잃는다. 한편 멍 때릴 수 있는 부류들은 재밌다고 찾아본다. 원래도 큰 의미부여를 안 하기 때문에 체르노빌 흑백배경에 폐허에서 수풀 사이를 걷는 컷을 편집한 화면에 의미심장하지만 기승전결없는 신디사운드에 방사성 동위원소 번호와 싯구를 섞은 내레이션이 ㄴㅏ오는 영상을 보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피크닉 이번 전시는 큰 줄기에서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다. 다만 매층 2편 연속 30분-40분 영상 3개를 다 봐야 전시설명도 이해가고 예술가가 의미하는 바를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해의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미지의 향연을 몇 분씩 인내하며 보고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마지막 3층 대멸종과 산불연작은 1946년 출생일듯한 저자가 매년 멸종된 동물을 자기 생애주기와 함께 읊는다. 1966년 20살이 되었다. 1967년 딱따구리가 멸종되었다. 범상어 듀공 등등.. 작가가 70살이 될 때까지 매년 어떤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자연재해와 인간재해에 대한 화두를 섞었다.


매 영상마다 교육받은 30대 여성 미국인의 중음 내레이션이 있다. 끝까지 완강했다면 시의 대구처럼 반복되는 대사를 놓칠 수가 없다.


그토록 질펀한 눈물 such great tears

Smothered lamb crushed

All the muscles are contracting

그리고 모든 근육이 수축하고 있었다

종을 주조한다

Sweeping time sleeping time scheming

Prince of anarchy

Do you remember me 등등


각본이 좋다. 영어대사의 리듬과 전달이 좋다.

I was just a country girl

With the mind of God

Who loved you

다른 메시지 세 개다


더러는 이게 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하고 스치며 볼 거다. 더러는 피크닉이라는 전시장 이름에 데이트장소라고 생각해서 왔다가 실망할거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혼밥하듯 나홀로 피크닉을 해야할 것 같다. 그래야 잦아드는 사운드스케이프에 세례를 받고 1층으로 들어갔다가 4층으로 나오는 기분이 되어 전시장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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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 바라보면 - 202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 수상작
아술 로페즈 지음, 김서정 옮김 / 목요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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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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