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으로 저며오는 슬픔을 주었던 루리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윌리엄폴영의 <오두막(The Shack)>과 비슷한 문체였다는 생각이 든다. 오두막은 그리스도교의 구원에 대한 주제로 종교적이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먹먹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설교없이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이번 작품도 그런 느낌이 짙다.



긴긴밤 서평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649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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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불의 잔 4권 14장 용서받지 못할 저주(The Unforgivable Curses)의 한 구절이다. 론이 매드아이 무디의 암흑방어술 수업에서 부모를 죽인 저주를 실견하고 놀란 해리의 눈치를 보는 장면이다.


But Ron fell suddenly silent at the look on Harry's face, and didn't speak again until they① reached the Great Hall, when he said he supposed they② had better make a start on Professor Trelawney's predictions tonight, as they③ would take hours


이 문장에서 they가 세 번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they는 Ron and Harry 둘 다 가리키고 세 번째 they는 과제물로서 predictions를 지칭한다. 영어 대명사 형태는 동일해서 때론 지칭대상이 불분명해 문맥으로


파악해야한다. 프랑스어나 독일어에서 남성/여성/복수 등 성수가 많고 일반명사를 대명사로 받아줄 때 성수일치를 해야해서 언뜻 영어보다 복잡해보인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하고 정교한 구분을 한다는 뜻이다.


다른 외국어로 번역했을 때 이 they 가 어떻게 처리될지, 더 정교해질지 더 불명확해질지 살펴보자


한국어는 이렇다.

론은 해리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말을 멈췄고, 둘이① 그레이트 홀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제야 론이 "(우리②) 오늘 트릴로니 교수 예언 해석 과제, 이제 시작해야 할 거 아냐? (그것은③) 몇 시간은 걸릴 테니까"고 말했다.


①은 살리고 ②는 대화문 속에 우리로 빼고 ③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어는 주어를 여러 번 반복하지 않으며 대명사의 활용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어도 마찬가지인데 번역본에서 살펴보니


그러나 해리의 얼굴을 보자, 론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しかし、ハリーの顔を見て、ロンは急にだまりこんだ。


그 후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①) 대광장에 도착하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それからは一言もしゃべらず、大広間に着いてからやっと、


"트릴로니 선생님의 예언 숙제는 몇 시간이나 걸리니까, 오늘 밤이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トレローニー先生の予言の宿題は何時間もかかるから、今夜にも始めたほうがいいと思う」と口をきいた。


"둘은 대광장(그레이트홀)에 도착했다"라고 할 수 있을 주어 1번도 생략

우리가 숙제를 시작해야해의 2번도 생략, 과제물의 주어 3번도 생략

모두 생략했다. 없다. 그래도 의미가 잘 통한다.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경우 명사의 성수일치가 영어보다 엄격하니 언뜻 3번 they를 더 정교하게 직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프랑스어는 어미가 시옹tion일 경우 여성명사이고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과제(predictions)이 여성명사로 판별될테니 원문 영어 "as they③ would take hours"에서 elles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직역을 해보자면 예컨대


il dit qu’ils feraient mieux de commencer les prédictions de Trelawney ce soir, parce qu’elles prendraient des heures.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작 번역본에서 보니 대화문으로 풀었다.


Mais Ron s’interrompit soudain en voyant l’expression de Harry et ne prononça plus un mot jusqu’à ce qu’ils① soient arrivés dans la Grande Salle.

그러나 론은 해리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말을 멈추었고, 그들이① 그랑살(대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 On② ferait bien de commencer le devoir pour le professeur Trelawney dès ce soir, dit alors Ron. Ça③ va nous prendre des heures pour arriver au bout…

"오늘 저녁부터 트릴로니 교수의 숙제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고 그때 론이 말했다. "끝내려면 우리에게 몇 시간이 걸릴 거야"


프랑스어는 ①은 남성 그들(ils, 일, s는 묵음)로 성별 상관없는 영어의 they보다 더 정확하고 ②는 대화문 속에 무인칭 주어 on(옹, 우리, 사람들 등을 의미)으로 우리로 변환했으며 ③은 문장을 끊고 그거(Ça 싸)로 받았다. 싸는 해석 안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이를 영어로 직역하면

①until they had arrived...

②"We would do well to start the homework for Professor Trelawney this evening,"


③Ron then said. "It is going to take us hours to finish…"

이다.


프랑스어에서 영어의 they 세 개를 다 직역할 수 있으나 역자는 조금 더 잘 읽히게 문장을 끊고 다듬었다.


독일어의 경우는 어떨까?


Doch Ron verstummte, als er den Ausdruck auf Harrys Gesicht sah, und sprach erst wieder, als sie① in die Große Halle gelangten, wo er vorschlug, am Abend schon mal mit den Voraussagen für Professor Trelawney anzufangen, da sie③ sicher Stunden dafür brauchen würden.


로망스어 계통의 프랑스어와 달리 그리스라틴어의 명사곡용이 남아있어 격 구별이 명확한 독일어의 특징이 보인다.


독일어는 영어처럼 한 문장으로 처리했는데 우리에 해당하는 ②번 they는 문장 안에 포함해 생략했고, 예언과제에 해당하는 ③은 mit(with)에 수반되는 3격(여격 Dativ) 복수여성명사 den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론은 해리의 얼굴에 있는 표정을 보자 말을 잃었고, 그들이(소문자 sie①) 대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 말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트릴로니 교수에게 제출할 예언들을(mit den Voraussagen) 저녁에라도 미리 시작하자고 제안했는데, 그것들에는 sie③ 틀림없이 몇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영어로 직역하면

But Ron fell silent when he saw the expression on Harry’s face, and did not speak again until they① reached the Great Hall, where he suggested starting the predictions for Professor Trelawney already in the evening, since they would surely need hours for them


독어와 영어는 모두 한 문장이지만 차이는 이렇다


영어는 시간 접속사로 연결했다. "도착했을 때 말했다. 그들이 시작하는게 낫겠다고"

when he said he supposed they② had better


독어는 장소 접속사로 연결했다(wo) "그곳에서 그는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where he suggested starting the predictions


영어와 달리 they를 한 번 더 쓰지 않고 suggested starting(vorschlug + anzufangen)으로 풀었다. 참고로 영어 suggest+to는 틀렸다.


이때 anzufangen은 to start로 분리동사(trennbare Verben)이며 방향, 시작을 의미하는 분리전철 접두사(an)와 동사어간(fangen)으로 구성되었다


1과 2의 they는 론+해리

3은 숙제인데


같은 유럽어라도 영어를 기계적으로 직역하지 않고 어순과 문맥에 더 알맞은 표현을 찾아 문장을 다듬는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원문과 다른 문법구조를 지닌 도착어의 결을 잘 살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명확성과 가독성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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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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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다르게 붙여진 세계의 거울상


자본주의에서는 광고비와 마케팅비가 시장을 움직이는 윤활유다.

독재정권에서는 뒷돈과 뇌물이 같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게 왜 필요하지 싶은, 본질과는 관련없이 관계자들에게 찔러줘야하는 돈이다. 체제가 돌아가려면 늘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른다. 최근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은 제작비 2억, 마케팅비13억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다. 탈북하려면 찔러줘야하는 온갖 브로커비, 구사회주의블록에서 사업하려면 꽌씨에게 줘야하는 와이로(뇌물)와 같ㅇ느 포지션이다.


신문을 보면 이런 것도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주가 폭락, 환율 요동이 공포를 증폭시키는 신호다. 블랙먼데이

독재정권에서는 권력자의 실각설, 갑작스러운 병환설, 친위세력의 이상한 움직임이 같은 풍파를 일으킨다.

경제지표냐 소문이냐, 시장그래프냐 권력자의 요동이냐

현상적 차이는 있어도 같은 충격파를 일으킨다.

두 체제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지만 함의는 같다. 기표는 다르나 기의는 같다.

숫자로 흔들리거나 소문으로 흔들리거나

불안과 공포로 체제가 유지된다.


자본주의에서는 신뢰자본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신뢰, 브랜드 평판, 기업의 투명성이 시스템을 앞으로 굴러가게하는 양질의 연료다.


독재정권에서는 충성자본이 중요하다.

충성 맹세, 권력 핵심부의 내부 결속, 서열의 안정성이 같은 역할을 한다.


자본에 대한 신뢰냐 권력에 대한 충성이냐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이 얼어붙고 충성이 흔들리면 권력이 무너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붕괴되면 시스템이 삐걱인다.


그러니까 IMF외환위기, 모기지사태와

소비에트 개혁개방으로 인한 공산주의 블록 내부의 연쇄적 붕괴, 연개소문 사후 내분으로 인한 고구려 멸망은 같은 셈


자본주의에서

현금흐름이 튼튼한 기업, 불황에도 쓰러지지 않는 브랜드는 건강의 신호다.


독재정권에서는

권력 핵심이 장기간 교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버티는 것이 긍정적 징후로 여겨진다.


하나는 기업의 생존력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생존력이다

둘 다 체제가 괜찮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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