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짠한 형 - 두물머리 농사꾼의 농업 비평
최요왕 지음 / 한티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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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에서 오이와 딸기 농사를 짓는 최요왕의 책을 읽었다. 챗지피티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문체로, 방금 풀 뽑다 온 듯한 진하고 진실된 사람 냄새가 가득 풍기는 책이다.

출판사 주소지는 대개 파주, 서교동, 마포 정도로 국한되고, 양평 구하우스 근처 연립서가나 강릉 소재지는 몇 번 보았는데 대구에 위치한 출판사는 처음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같은 출판사에 나온 <무궁화호를 위하여>를 읽었던 게 기억났다.

소재지가 지방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취급하고 지향하는 책이 서울, 수도, 중앙 중심이 아니라 변경의 서사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엇비슷한 책에 오염된 마케팅 용어로 점철된 읽다가 이런 책을 만나면 정신없이 한 호흡에 다 읽게 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소외된 보이스에 매력과 마력이 넘쳐난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테토남의 분위기, 거리와 현장에서 세상을 배우고 말보다 행동으로 신념을 증명하며 불의를 보고 침묵하지 않으며 자신과의 약속을 굳건히 지키는 자.

작은 딸내미 하연이 그려 준 그림이 금상첨화다. 딸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삽화가 인물을 마치 살아 숨쉬는 듯 부각시킨다. 잘한다 잘한다 북돋고 격려한 편집부와 서문을 쓴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안목이 탁월하다. 사적 생활을 공유하는 관계인이 아니라 돈 받고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라면 못 볼 구도가 인상적이다. 물론 MSG 양념이 좀 많이 들어가, 나이를 20년은 젋게 아이돌처럼 그린 것 같지만 (특히 트랙터 뒤로 후진하는 웹소설 드라마 남주같은 포즈가) 그 자체가 존경과 사랑을 나타내기도 한다. 항상 밭에서 일하는 아빠가 일터에서 어떤 포즈로 일하는지를 마치 고양이가 조용히 관찰하듯이, 멀리 그러나 자세히 그린 그림이 아주 좋다. 자식은 아빠가 묵묵히 일하는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는 속담의 현대적 예시라고 할만하다.

농민이란 농사짓는 머슴으로 열등한 사회인이라는 일각의 편견과 다르게, 농산업의 거시경제적 이해, 비료의 무기화학, 식물생장의 생화학, 제도, 행정과 인적자본관리를 모두 통달해야하는 올라운더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책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원망, 아내에 대한 감사, 아이들에 대한 사랑, 동료 농민에 대한 연대의식, 딸기 농사에 대한 애착과 딸기 체험장에 대한 아쉬움, 친환경 유기농업 인증과 유지의 어려움이 주로 기억에 남고 끝까지 반복되는 테마다

현장감을 더해주는 고유 어휘로는 멀칭(바닥덮기), 로터리 친다(흙을 잘게 부순다), 딸기 베드(재배용 틀)가 눈에 띈다. 개별 현장에서 매일 노동하는 사람에겐 자연스러운 어휘지만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이런 고유 명사가 현실감을 더해준다. 멀칭 비닐이란 단어를 물끄러미 보다 둘 다 외래어인데 비닐은 한국어처럼 생각했구나, 하고 문득 느꼈다.

어떤 문제와 솔루션, 정치적 스탠스는 책 안에 차분하지만 절규하듯 써있고, 그보다 유투브에 숏폼 드라마화 되었음직한 부분이 눈에 띈다. 192-195쪽에 이르는 비닐이 말려 올라간 사고다. 상황 속에 존재하고 실제로 겪었던 사람의 급박함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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