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를 좋아하지 않는데, 아리 에스터 이후 본 호러는 파묘, 교생실습, 넷플 기리고, 살목지, 옵세션, 8번출구, 백룸 정도다.


MMCA에서 상영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데뷔작 <미행>은 범죄영화인데, 젊은 청년 감독이 범죄를 다루는 연출을 인정받아 큰 작품까지 맡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문득, 공포와 범죄는 모두 혈기 왕성한 2-30대의 에너지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다. 공포와 범죄를 노년이 좋아하기 쉽지 않다. 인구 피라미드의 중위 연령이 30대 초반인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의 극장에는 매주 공포영화가 있다고 하는데,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점프 스퀘어로 사람을 놀래키는 장면도 캐릭터가 목 놓아 울부짖는 장면도 순간적으로 이에 반응할 젊은 체력과 감정적 여력이 있어야한다. 오래 경험을 함께 누적해 온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가 죽음과 늘 벗하는 노년이 공포를 특히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살아 온 날이 드라마고 내 남은 삶에 저승사자가 곧 찾아올텐데 굳이 호러를 찾아 볼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소피 할머니처럼 자연 풍광을 바라보며 쇠할 뿐이다. 당시, 두보의 <등악양루>나 <춘망>을 읊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대개 공포영화에서는 캐릭터의 서사에 몰입해 감정이 극적으로 발산되도록 한다. 감정은 네러티브와 결부된 것이다. 그 네러티브는 보통 억울한 과거, 배신, 복수 같은 것과 관련되었다. 힘들었던 사건은 있었으되,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만든 쓰라린 감정이 오래 묵어 부식되거나 망각된 노년과는 거리가 있다. 10대의 죽음은 비극이고 한이다. 억울하게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었다면 될 수 있었던 삶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불처럼 인다. 하지만 노년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편, 범죄는 공포와는 약간 다른 포인트가 있다. 10대의 범죄는 주체성이 있다. 현실에서 아직 자산을 모으지 못한 젊은 세대가 누군가의 자산을 강탈하고 획득하는 것이다. 노획과 수렵의 성취감이다. 케이퍼 무비에서 자주 보인다. 그러나 노년이 범죄물과 관련이 있다면 빼앗기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다.


어쨌든 공포와 범죄는 이제 진출하는 젊은 창작자가 다루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과거 한정으로 느와르도. 누군가와 주먹질을 하는 것도 젊은 세대의 일상이었다. 배우들에게 양복 입혀서 겉멋이 가득 든 채 길을 걷게 하는 장면도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의 자화상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옵세션과 백룸도 유투브 Z세대 출신이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지원을 받았다. 


기리고는 신인 배우, 파묘나 교생실습은 젊은 배우가 간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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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매일씁니다 2026-10-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장르의 특성을 특정 연령애 전부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고 충분히 반례가 있을 수 있다.


공포물과 범죄물 모두 사회 제도 뒷편, 미지의 무언가를 다룬다.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낮은 시선으로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공고한 문화제도와 사회시스템에 익숙해진 장년층이 보지 못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다. 마치 누군가의 집과 방이 남에게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무질서로 보이지만 십 수년을 살아 온 자신에게는 질서 잡힌 체계이듯이, 한 사회를 만들어 온 이들과 그 주어진 사회를 낱낱이 훑어보는 초심자의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기에 측면에서 삐딱하게 바라보고, 틈새와 미궁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로 20대는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기에,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이 안개처럼 가려져있고 그 만질 수 없고 실체가 없는 시간이라는 불확실함을 공포가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나아가, 무자산 계층이 일확천금을 쉽게 얻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범죄물, 케이퍼 무비에 녹아있는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