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턴> 재밌게 보았다. 아직 설익은 생각의 단상.
마음 속 깊은 곳을 어루어만지는 연극적 터치가 있다. 스크린 너머의 귀족같은 연예인이 꼭두각시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두런두런 말해주는 듯한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이야기. 카메라보다 가까이 있다. 나와 관계없는 대상을 멀리 관찰하는 게 아니라, 무대 앞에서 감정 변화와 얼굴 표정을 가족처럼 연인처럼 자세하게 응시한다. 진하고 깊다.
조남주 원작소설의 <82년생 김지영(2019)>, 대만 유약영 감독의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 2025)>의 리메이크작 <만약에 우리(2026)>, 할리우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리메이크작 한국판 <인턴>까지, 다 각색작이다. 그것은 장점이기도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라 하면 탄탄한 스토리, 익숙한 서사가 있는 것이고 이에 의해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단점이라 하면 바로 그 코드스위칭 현상 때문에 원작의 어떤 부분은 한국적 배경에서 매끄럽게 전환되지 않기도 하고, 한국인이 한국배경으로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원작의 설정, 대사가 역으로 도드라져보이게 되기도 하다.
예컨대, 주인공 설정에 있어 70대의 전직 전화번호부 출판회사 임원 로버트 드니로가 30대의 신생 인터넷 의류업체 CEO 앤 해서웨이가 각색되었을 때 각각 출판사 편집자와 3년차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 창업공동대표로 설정되었다.
미국에서는 임원급이라 매일 다른 양복을 잘 갖춰입는 게 어색하지 않았으나, 한국에서는 편집자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 이상한 감이 있다. 종이를 다룬다는 점만 같은 셈인데. 남산이 보이는 이태원/해방촌보다, 파주일대에 출판회사가 더 많다는 것도 옥의 티. 물론 이는 서정적인 뷰를 위한 연출적 선택이다.
신입 앱개발자이자 기호의 입사동기인 박주성(김요한 분)은 원작에서 잭 펄만=데이비스였는데 연장자를 우대하는 한국분위기에서 피스트밤을 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사는 다 좋았고 백루다(한지은 역)과 그 이외 모든 여성 캐릭은 아주 잘 디자인되었고, <먼훗날우리>가 베트남에 간 것처럼, 일본 이자카야와 철도로 간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