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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음식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
선재 지음 / 나무의마음 / 2026년 6월
평점 :
선재스님의 에세이 읽었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앞부분에만 자극적으로 재밌는 스토리를 배치하고 뒤는 맥이 빠지는 용두사미형 책이 있는 반면(경제경영에 많다),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지고 훨씬 더 웅숭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글이 있는데 선재스님의 발효된 장맛 같은 글은 후자에 속한다. 자신이 만드는 음식과 자신이 쓰는 글과 그 글감이 되는 자신의 삶이 모두 합치한다.
삶과 마음의 제행합일, 자연에 따르는 목적의식과 제철음식을 각 재료의 특성에 맞게 적절히 요리하는 레시피가 조화를 이룬다. 먹는 것이 곧 삶이고, 음식이 곧 나이자 부처인 것이다.
흑백요리사2를 통해 모두 그 맛 보고 싶었으되 어디서도 팔지 않아 맛의 비밀이 꼭꼭 감추어진 그 잣국수, 선재가 성재를 감동시킨 그 잣국수의 레시피가 공개되어있다. 이와 더불어 그리운 옛 할머니들이 만들어 주던 투박하되 시원한 동치미의 비밀도. 재료는 그저 청각과 고추씨가 전부이고 기술적으로는 대나무 껍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간단한 레시피가 모두 공개되어있지만 그 맛을 구현하는 자는 많지 않으리라. 음식을 만드는 자의 진심과 정성이 더해져야하기 때문. 그것이 선재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음식은 상품 이상의 것이고, 음식 만드는 자와 그이가 만드는 음식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
이외에 제호탕도 흥미로웠는데 일본어로 제호미(醍醐味 다이고미 だいごみ)는 제호처럼 매우 좋은 맛, 묘미, 석가여래의 심오한 가르침이라는 듯이고 제호는 우유로 만든 무슨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제호탕은 레시피가 달랐다.
르코르동블루 강연에서 꿀벌 일화를 통해 감동받은 학생, 샌프란시스코 강연 때 만난, 사업실패 후 스님 조언따라 연근 먹고 기도하고 회생한 사업가 이야기, 사찰음식 지망 고등학생, 은사 스님의 시금치 데친 물 아끼라는 이야기, 성재셰프가(이름은 언급안되었고 맥락상) 칼질 숭덩숭덩이 아니라 싹싹에서 몸짓이 통해 웃었다는 이야기 모두 기억에 남는다.
9남매중 7번째로, 직장다니다가 출가하고, 40살에 간경화로 죽을 뻔하다가 발효간장차와 당근김치주스 마시고 푹 쉬어 회복했다는 개인사도 모두 울림이 있다. 자기가 건강을 잃고 좋은 음식을 통해 회복했던 전사가 있었기에 사람들의 건강을 살릴 수 있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상처입은 치료자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음식 안에 생명과 평화가 깃든다. 5대 영양소로, 칼로리로 환원할 수 없는 자연과 사람간의 조화에 대한 철학이 있다. 먼저 나 자신이 바로 세워지고 나와 세계와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주변을 돌보고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법. 모두 내 입에 들어가 나를 구성하게 될 음식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잘 익어가야한다. 은은하게 깊어져야한다. 간단한 진리지만 누구보다 선재스님이 이 말을 했기 때문에 한결 먹먹한 울림이 든다. 타인이 말했으며 억압적인 설교조였을 것 같은데 선재스님이 음식으로 대접하며 말해 맑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는 또한 쓴 이의 삶이 청정하고 정갈했던 까닭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좋았던 두 문단은 위에 캡쳐에 첨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