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현의 아무튼 주말 칼럼 돈까스편

부드러운 첫맛, 오래 맴도는 육향


김천시 한마음농장에서 키운 조선흑돈 특등심은 덜 바삭하고 잡맛이 없고 지방이 고소하다라는 표현이나


제주 재래 흑돼지를 개량한 난축맛돈은 부드럽고 엿기름처럼 순한 단맛이 배어나온다는 표현을 읽으면


지난 번에 다른 기사에서 읽었던, 다품종 소량화를 넘어 논산+설향+딸기라는둥 이제 품종 산지까지 세부적으로 따진다는 과일의 파인화(fine化)경향이 생각난다. 더이상 우리는 딸기나 돈가스라는 일반명사를 소비하지 않고 관형격이 덕지덕지 붙는다.


레스토랑 직원이 음식 설명할 때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나긋하고 자세하게 말한다는 부분이 웃겼다.


/ 아래는 글

"돈가스로 한 끼를 먹는다기보다, 한국의 돼지를 배우고 품종마다 다른 맛을 읽는 법을 안내받는 기분이었다. 정확한 동선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몸놀림은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메뉴판을 보니 돼지의 품종과 등급별로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서른 가지가 넘었다. 치즈 돈가스 같은 메뉴는 아예 없었다. 일본식으로 정형을 하여 등심에 삼겹살이나 가브리살을 붙여 잘랐다.


송학재래돼지, 버크셔K, 순종 듀록, 난축맛돈 등 품종이 열 가지였고, 옆에는 포항과 남원, 제주에 있는 농장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직원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나긋하고 자세하게 음식을 설명했다. 메뉴에는 각 돼지에 대한 유래와 맛을 표현한 만화도 있었다.


돈가스는 시간이 걸렸다. 나온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튀김옷은 갈색이 아니라 거의 하얀색이었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튀기면 이런 빛깔이 나온다.


돈가스로 한 끼를 먹는다기보다, 한국의 돼지를 배우고 품종마다 다른 맛을 읽는 법을 안내받는 기분이었다. 정확한 동선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몸놀림은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6/07/18/7B2CB3S4QBEQLMFV435PYAH3X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