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게임에 구미호처럼 며칠 홀렸던 적이 있다. 유투브 프리미엄을 해지해 영상 시청 전에 광고가 뜨는데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예쁜 게임을 보여주었다. 클라이맥스 플레이를 편집해 보여주는 광고에 오랫동안 관심을 주지 않다가, 반복 노출의 결과인지 한 번 플레이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클릭해서 다운. 정신을 차려보니 15시간이 지나있었다. 게임은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동원한 듯했다. 정원을 가꾸고, 도시를 발전시키고, 자원을 모으고,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고, 탐험하고, 네 종류 이상의 다양한 배틀을 벌인다. 어딘가를 클릭하면 계속 부족한 재원이 들어와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니 손이 계속 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시간과 노력만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어 1500원 결제했고 그렇게 필요한 카드가 모아지니 게임은 더 쉽게 흘러갔다. 그 다음 날은 18시간을 했고, 7500원+2000원 두 번 과금했으며 게임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상당한 레벨에 올라있었다. 그리고 누웠는데 게임의 배경음악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자고 일어나 시간이 지나면 건물은 완성이 되어있을 것이었다.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책을 몇 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고. 다음 날 게임을 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정말로 내게 필요한가? 내가 돌봐줘야 할 수많은 과업이 있었고 분명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삶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하면 더많은 시간을 게임에 쏟고 나의 일과가 방해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곳에 가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을 신경쓸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게임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 그래서 미련없이 게임을 삭제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느꼈다. 이래서 게임중독이라는 말이 있구나. 포모도로 공부법이 다 무슨 소용인가, 기본적으로 관심없는 내용을 억지로 배우니까 쉼이 필요하지 학생들이 게임을 하면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아껴서 한다. 게임 한 판만 하자라는 말이 얼마나 큰 절제력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이전에 한일 양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지금은 김앤장 파트너 변호사로 있는) 사람의 합격수기에서 읽은 것이다. 게임을 딱 한 판만 하고 공부했다고. 나는 그날 해야하는 자원채취, 레벨업, 이 모두를 다 하고 나면 2-3시간을 쓸 것이었기에 그렇게 매일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인적인 정신으로 훔훔 파트 훔브룸 파트 하면서 삭제함으로써 끊어냈다. 1만2천원짜리 주말영화 한 편 보고 잘 쉰 것으로 퉁치기로 했다. 그리고 게임을 잘 몰라 조금 더 알고 싶어서 관심이 간 책을 읽었다. 알고 싶은 것은 게임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게임이란 무엇이고 게이머는 어떤 효용감을 느끼고 게임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이며(즉 어떻게 지속적으로 운용이 되며) 그동안 어떤 게임이 있었고 하는 것이다. 많은 배움이 있었다. 저 책 중 첫 번째 책, 일본 게임의 역사 중간부분에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초기 역사를 남겨놓은 자료나 잡지가 없다고, 제발 한국사람들 자료 좀 남기시라고


목소리 높여 읍소하는 일본게임제작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결투 게임은 패자 퇴장의 구조를 통한 승부심 강화, 시간제한의 카레이싱 게임, 아케이드 게임은 점점 레벨을 높여 난이도제한으로 회전율을 높여 수익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리듬 게임은 음악레슨을 받는 재미와 가시적인 평가, 그리고 가챠의 전략, F2P(일단 무료로 다운로드시킨 후 레벨제한을 걸고 과금)에서 제작자와 게이머의 신경전 등을 재밌게 읽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에서는 참여형 놀이를 디자인, 감정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디자인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Wii의 혁신적 인터페이스도 매일 전원을 켜서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폭력성을 승화하고 충격은 주되 죽지는 않는 스모정신으로 게임을 비유한 점도 재밌었다.

이전에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나고야과학관 게임전시를 간 적이 있다. 작년 이맘때 나고야서 보았던 캡콤전시는 니가타와 시가로 아직도 순회를 다니는 인기 있는 전시다. 롤이나 총기액션게임은 관심없지만 그래도 나중에 한국 온라인게임전시가 열리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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