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진보쵸 헌책방 거리에서 고문진보를 찾을 수 있을까 검색하다가 아예 서점거리를 지도화하고 내부를 VR화한 사이트를 발견해서 놀라웠다.


한문서를 찾다가 잇세이도가 좋다고 가상탐방하다가 2층에서 서양 미술사 책을 한 가득 발견했다. 아니 이런 책도 있다고?

https://jimbou.info/virtual/

https://www.isseido-books.co.jp/



청말의 고문관지는 검색되지 않고 화역된 고문진보는 있다. 조선과 에도일본은 당송 고문의 고문진보가 반입되고 유통된 후 커리큘럼에 정착된 다음 이 책을 계속 읽었다. 많이 읽은 이유는 그 서적이 보급된 까닭이다. 책이 있어야 읽을 것도 있는거니까. 동아시아에서 서적이 하나 자리를 잡으면 다른 개정판?이 대체하기 힘들다.


이유는 한자라는 매체의 특성과 목판 활자 간행방법, 그리고 지리적 특성이 결합된 것으로 추측한다. 알파벳은 조판이 쉬운 표음문자고 한자는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한자는 금속으로 자마다 낱개로 주조해도 한계가 있다. 어떤 인명과 지명은 출현빈도가 한 번밖에 없는 것도 있다. 


목판의 경우 일단 엄밀한 고증을 거쳐서 깎아놓으면 바꿀 수 없다. 글자가 틀리면 전체 판을 다시 깎아야한다. 전시장에서 보이는 장경은 다 그렇게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한 글자 깎고 삼배하고 했던 노력의 결과. 초고가였던 금니도 마찬가지. 실수하면 죽음이다. 그렇게 완성된 조판에 먹을 발라 한 페이지씩 인쇄하면 끝. 거칠게 비유하면, 정해진 모범 교과서, 전과, 백과사전 출판같은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 이전에 유럽 중세 수도원에서도 계속 필사를 했는데 필사본의 가격은 인건비+희소성이 겹쳐 초고가였다. 필사는 보급이 쉽지 않다. <성균관대 스캔들> 사극로맨스소설에서 남장 서생은 빠른 손을 살려 알바로 필사를 하는 설정이 있는데, 판본이 확립된 서적은 언제언제 각자한 판본으로 계속 간행되고 야담같은 것은 사람 손으로 계속 썼어야했던 것.


우리나라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가 1377년 간행되어 1450년경의 구텐베르크보다 빠른 것은 맞지만, 유럽은 금속활자의 혜택이 더 좋았다. 알파벳 표음문자 52개만 만들고 자주 나오는 모음은 더 만들고 해서 금방 금방 조합할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입어서 훨씬 더 빠르게 글이 확산될 수 있었다. 

한문은 알파벳보다 어렵고 복잡해서 쓰기에도, 판각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걸려 알파벳보다 빨리 쓰이고 신속히 유통될 수 없다. SNS의 글 유통과 확산도 마찬가지. 쉽고 재밌고 가벼우면 많이 퍼지고, 어렵고 관점이 있고 무거우면 퍼지지 않는다.


게다가 유럽은 거의 평지라 이동이 쉬운데 한국과 일본은 물로 막혀있어 서적의 유통이 힘들다. 험준한 산을 넘고 거친 바다를 건너야한다.


그래도 한국에는 대만에서 공부한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고문관지 역서도 있는데 일본에는 고문관지가 아예 검색되지 않는다. 검색되면 상하이에서 출간된 중국서적이다. 그리고 고문진보가 한국처럼 많지도 않고, 일본 자체의 고문서 해독법에 대한 책이 많다. 그만큼 우리처럼 다이제스트 선집을 읽어 과거시험 보는 전통이 아니었다는 방증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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