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2026에 다녀왔다. 공고가 나기 전에 이쯤에 할 거 같다고 촉이 있어서 얼리버드 글을 올려놓고 정작 나는 티켓팅에 실패했고, 재작년부터 너무 사람이 많아 지는 것 같아 별로 갈 생각이 없었는데, 참새가 방앗간에서 프로모션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고양이가 생선가게 바겐세일기간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법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삼성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몽유병인가?
그래도 점심 먹고 조금 덜 번잡한 시간에 들어가서 오픈 당일만큼 1시간 줄 서고 그러지는 않아 다행이다.
그런데 전시도 그렇고 남이 찍어 준 사진이 SNS에 아무리 많아도 자기가 직접 가느니만 못하다. 디지털 이미지가 피지컬 경험을 대체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남이 편집한 부분부분의 사진과 영상으로는 내 몸이 느끼는 아우라와 앰비언스를 치환할 수 없다. 남의 눈이 바라본 곳과 나의 눈이 겹치기 힘들기에 이미지로 만족할 수 없어 결국온라인 사진은 실제로 가도록 동기를 주는 넛지 역할을 한다.
굳이 그 인파에? 어차피 도서는 다 온라인 배송인데? 잡생각은 많았지만 어쨌든 갔고, 갔기 때문에 깨닫게 된 것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스있는 공간 DP다.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신경 쓴 테마형, 체험형 부스디자인이 보인다. 출판사 내부직원의 솜씨는 아닌 것 같고 분명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정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괜찮은 체험형 부스는 대형출판사가 모여있는 메인공간에 위치해있다.
각 대기업 부스가 선명히 부각시킨 테마 역시 핫하고 범용성 있는 현재의 트렌드다. 헬스건강, 시, 스릴러, 영화, 교육, 제빵베이커리 등등.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김영사는 헬스장처럼 꾸몄다. 김종국이 자신의 성씨와 취미를 언어유희한 짐종국gym에 영감을 받아 사명을 gymyoungsa로 리브랜딩하고 건강트렌드와 독서를 연결시켰다. 근력운동과 벽돌책을 연결했는데고 한형조 교수의 두 개의 논어 같은 팔백 여 페이지의 양서가 주는 지적 밀도를 높은 수준의 뇌-근력 운동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런 식으로 유산소 운동도 있지만 아예 유산소 운동인 러닝을 테마로 잡은 예스이십사가 따로 있다.
예스이십사 크레마도 헬스건강 트렌드 속에서 러닝앱을 홍보하며 하늘색 운동복을 입은 PT코치같은 알바들로 뭔가 재밌는 게임같은 걸 하고 있었다.
사회평론과 윌북은 베이커리를 테마를 삼았는데 아마 독서와 카페, 여성독서인과 빵순이가 호환된다는 데 착안한 것 같다.
위즈덤출판사의 레이블 위픽은 책표지 디자인이 모노톤인 것이 마치 타일같이 생겼기에 그 시각적 유사성을 이어 도서전이 열리는 여름시기에 맞춰 부스를 타일로 인테리어된 시원한 수영장으로 디자인했다.
오팬하우스는 영화관 같고 중앙일보는 포토부스가 있다.
보림은 오마카세, 동아시아허블은 칠판교육형디피
안쪽으로 들어가면 창비 시요일, 문학동네도 시집을 밀고 있는데 MZ세대가 시를 좋아하는 것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짧다는 데 기댄 듯하다.
다 어쨌든 내 추측일 뿐이다. 대충 쓰고 있다.
브루탈리스트적인 철근 구조를 강조한 교보생명과 안전가옥이 있었다. 성수에 위치한 IP활용 지향의 콘텐츠기업 안전가옥. 심지어 가방보관서비스까지 운영했다.
교보문고 출판사의 책뿐 아니라 교보에서 많이 팔렸던 연도별 베스트세러나 지금 잘 팔리고 있는 책을 가져왔다. 그래서 참가하지 않은 일부 출판사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지고 간접적으로 참여시켰다. 살림이라든지. 신한은행+서울도서관이나 서울교육청도 그렇게 부분적으로 미참가 출판사의 서적을 일부 소개하는 공공적 역할이 있었다.
작년과 다르게 제지회사는 한솔제지만 보였고 일룸이 특이했다. 부드럽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볼 수 있게 하는 체험서비스를 운영했다.
철과 반대에서 목조를 강조한 DP는 문지인데 골판지 같은 벽체를 활용했다. 작년과 앙코르전에 이어 재활용했다는 재생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보니 문득 5년 전에 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이런 문구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생각해보면 문학 3총사 문학수첩,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가 각기 다른 길을 택한 것 같다.
몇 년 전에 대형출판사에서 도입해서 핫했던 문학구절 영수증에 출력해주는 자판기는 왼쪽 저 멀리 밀려나 두 개 정도 있긴 했다.
사람들이 와서 쪽지나 문구에 여러 글을 적고 가고, 출판사 관계자도 책소개 등에 엄청 조그만 글씨로 여러 글을 정갈하게 써두었는데 참 다들 보들레르처럼 천재 시인 같다. 어떻게 창의적인 문구를 이렇게 쏟아내는지. 어떤 작가의 성공은 대표성을 띨 뿐, 그 작가의 수필, 시집을 읽으며 그 문구에 기대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는 수많은 문학청년 문학소녀가 있고 그 독자층이 거대한 출판사업을 지탱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엄빠의 옛 시절 연애편지를 보면 전문작가 뺨치게 아름답고 문학적인데 그저 출판을 안했던 것마냥 익명의 어둠 속에 자기 실력을 숨기고 있는 천재들이 많다. 하나의 산업 성장 이면엔 그와 같이 노출된 대표자와 감춰진 소비자층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항상 성공한 자는 겸손해야한다. 우연히 자신이 성공했고 능력이 더 뛰어나고 경험이 더 풍부한 사람이 늘 있다. 또한 자신의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었던 바램을 대리 실현해준 것이다.
그런 생각을 도서전에 와서 참여소감을 남긴 수많은 이들의 글귀를 보며 생각했다. 나아가, 전시와 도서는 상호 참조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관객의 소감을 적는 코너는 미술관에도 있었다. 책을 읽는 이들과 전시를 가는 이의 상당 부분이 겹치기 때문일지도. 내향형에. 딥한 생각을 하고 혼자 다니는. 그런 의미에서 공간 디자인이 강조된 테마형 체험형 부스는 리움 여성작가 다른공간에서 전시같아 보이기도 하다. 이런 트렌드는 20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글자를 읽으라고 고전을 읽으라고 훈계하던 옛 선생들은 근년에 다 돌아가셨고 시대가 바뀌었다.
5월 말 서국도2026 홍보 전에 참가사 부스를 보고 오 이런 곳이 오는구나하며 궁금했었던 부분은 다 해결되었다.
1)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재단홍보를 위해 왔고, 마음챙김과 여유를 테마로 삼았다. 베이지톤의 색감에 30분 단위 정해진 인원 입장으로 쾌적한 환경을 보장한다. 작년에 있던 소전문화재단도 대충 그런 잔잔한 느낌이다.
2) 국가보훈부는 안쪽에 있었는데 김구 글귀 등 홍보차원이었다.
3) 서울도서관과 신한은행이 특이했었다. 코스피8천 반도체 투 톱의 주식광풍 트렌드에 올라타 신한수퍼솔앱설치 홍보하러 왔다. 이미 삼성역내려 코엑스로 가는 임시 통로에서도 광고가 재생되고 있었다. 다만 도서전의 테마와 합치하기 위해 서울도서관을 내세웠다.
4) 오뚜기가 뜬금없이 뭐하러 왔는지 보니까 굿즈 셀링하러 왔다. 이도 디자인하우스와 콜라보해서 도서전의 테마와 합치했다. 단정한 유럽형 체크무니 식탁 디스플레이에 요리나 에세이류의 책이 올라가있다. 향후 요리 트렌드가 더 성장하려나, 간을 보고 있다.
한 나라의 부가 증가하면 미식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흑백요리사와 미슐랭 식당 붐이 이를 반증한다.세이노는 우리나라의 고액자산가를 대략 7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올해 그 숫자가 더 증가했을 것이다.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자산으로 가는 한편 미식도 활성화된다. 요리는 넥스트트렌드다.
4) 엘르코리아는 패션잡지 홍보, 그런데 아모레와 엘르가 넓은 공간에 많은 것을 배치하지 않아 마치 뉴욕센트럴파크 같이 공원같아 여유로운 느낌도 있지만 뭐가 없이 휑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서로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다. 책만 가득있는 것에 비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책보다는 굿즈를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그 굿즈의 트렌드에 손바닥보다 작은 소형 책이 있는데 몇 년 전에 어디서 시작했다가 이제 싹 다 퍼졌다.
5) 국내 코믹스 출판사는 대원과 학산이 2천왕인데 참가하지 않았고 (슬램덩크로 강하게 밀던 재작년에는 있었다) 네이버웹툰과 중소코믹스와 그래픽노블을 주력으로 내는 출판사, 어린이용 그림책 전문출판사는 있었다. 웹툰은 스크린에서 위아래 수직형으로 배치되어있어 종적으로 독해를 하는데 오른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종이책으로 바뀔 때는 횡적 독해로 재배치해야한다고 읽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변환된 책은 플랫폼에 올라가있는 웹툰의 숫자만큼 많지는 않았다.
6) 지난 전시와의 차이점이 있다고 지난 글에 말했었는데 전시장 안에서 더 감각적으로 체험되었다.늘 와서 문화홍보하던 사우디 성님이 없다. 대신 그런 홍보하는 거대 재단을 아모레퍼시픽이 차지했다. 사우디 성님이 없으니, 기독교-불교-이슬람의 세 종교 대립각이 깨져보인다. 성서유니온/생명의 말씀사 등 개신교와 불광미디어/도반 등 불교가 있지만 영향력은 커보이지 않는다.
2010년에 기세등등하던 기독교의 헤게모니가 줄어들고, 기독교 서적 안에 존재하던 심리상담의 영역이 20년 이후로 에세이, 타로, 점성술 등으로 분리되었다. 작년에는 그런 타로틱한 행사, 굿즈가 많았는데 올해는 두드러지지 않고 그렇다하더라도 대형출판사에 흡수되었다.
왜 그럴까? 아마 금융치료를 받았기 때문일 것 같다.
주식으로 부자가 되니 걱정할 요인이 없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느슨한 심리상담계열의 자리에 신한증권앱 광고부스가 하나, 아니면 색깔을 강조하지 않고 느슨하게 여유를 테마로 삼은 아모레퍼시픽/소전문화재단이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도 모르겠다.
7) 10년대 후반에 비해 팝업북은 많이 죽었다. 여행관련 서적도 없다. 어린이서적도 많지 않다. 일단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엄빠보다는 20-40이 많다. 물론 서국도를 매년 다녔던 것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다.
그렇게 있을 법한데 없는 것을 한 번 생각해보자. 대형서점에 잘 팔리는 책들인데 도서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우선 중고등 학습서적이 없다. 영어학습서가 없다. 자격증 수험서도 없다.
경제경영 자기계발도 없다. 그런 서적은 워낙 잘 셀링이 잘되기도 하고 부읽남, 신사임당, 박정호 등 여의도 경제채널, 유투브 광고에 더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경제경영서적의 주독자층을 감안했을 때 효율적인 판매 채널이 도서전이 아닐 것이다. 이는 현상적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보다는 압도적으로 20-40대 여성이 많은 점에서 미루어 짐작되기도 한다. 이렇게 젠더적으로 독자층이 분화된다. 거칠게 분류하면, 여성은 순문학, 퀴어를 읽고 남성은 무협웹툰, 경제경영을 읽는다. 주요 문학출판사가 몇 년 전부터 여성독자를 겨냥한 책을 많이 발간하기도 했고 코로나 기간 동안 특히 콘텐츠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주제별로 독자층이 분기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매체와 취향은 상호 영향을 주며 발전한다.
어쨌든 대형출판사 안에 포함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런데 경제경영서적이 잘 팔리는 출판사라 할지라도 도서전 매대에서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은 것 같고 이는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와 허블이라는 과학출판사는 참가하긴 했지만 위의 종교출판사와 마찬가지로 이전에 비해 파급력은 다소 적어보인다. 과학서적이 유의미한 트렌드세팅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어려운 과학서적 대신 과학커뮤니케이터나 인플루언서는 부각된다. 물리학자 김상욱, 최재천(단독부스), 궤도, 천문학자 지상배 등등.
8) 주요 외빈은 프랑스인데, 준비성이나 트렌드 적합성, 관객 호응 등 여러 면에서 타이완이 더 외빈같이 보인다.
태국(지금 국중박에서 새로 열린 전시도 어메이징 타일랜드로 태국관련이다), 독일, 프랑스, 대만 이렇게 네 곳에, 약간 좀 특이하고 살짝 사이비 같아 보이는 기독교 관련 필리핀 동남아 관련 출판사와 연변출판사 정도가 외빈이다.
9) 독립출판사는 이 행사에서 최대한 도서를 팔기 위해 굿즈와 책을 정성껏 준비해왔다. 독립출판사 연합은 이 행사를 수익극대화로 여긴다. 대형출판사는 홍보, 소비자경험 등의 마케팅수단 및 기업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한다. 문제는 적당히 중형 출판사인데 대형 부스에 세련된 DP를 할 여력이 없는 곳이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본질인 책 내용에 충실하고 존버하며 양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글항아리, 까치 같은. 까치는 그 특유의 표지질감과 폰트, 표지디자인이 일관적이다. 두 출판사 모두 정말 좋은 책을 내고 있다. 그런데 굿즈도 많이 없고 두꺼운 책을 읽을 사람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주문해버렸고 무거운 책을 가져가고 싶지도 않아서 현장에서 구매할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 아쉬운 일이다.
10) 독립출판사연합 책마을 부스, 소형출판사 동맹(마포출판센터나 혜화1117등), 그리고 대형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을 보면서 양극화가 무엇인지 더 깊게 깨달은 것이 있다.
양극화는 반드시 부익부빈익빈으로 부자가 좋고 가난한 자는 나쁘다는 것이 아니었다.
부자는 부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대기업은 여윳돈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빈자는 빈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중세사회가 되어갈 미래에 인구의 98%를 차지할 플랫폼 비소유자 농노계층이 살아갈 현실은 지옥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만성 디플레의 일본인의 삶과도 닮았는데, 무한 다양화의 길이다.
초부자, 대기업이 오히려 서로 서로 엇비슷한 무언가를 한다. 크고 화려한데 형식적으로는 비슷하다. 실패하면 큰 손실이 있고 그것을 감당할 중간관리자는 없기 때문에 전례를 따르게 된다. 그것을 극강의 화려함과 집요한 섬세함으로 가린다. 중국의 높은 수준의 조형예술 혹은 거대광장과 공원이나, 홍콩의 고층건물과 대만의 거대한 조형물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인민들은 작은 집에서 살고 야시장에서 밥먹지만 공공성과 대표성을 지닌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 그런 양극화다.
소형기업, 서민, 독립출판사가 내용적으로 훨씬 더 다층적이 된다. 끝없이 분기하는 무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소량생산하기에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영화, 디자인, 패션, 사진, 퀴어 등등등.
그러니까 돈을 많이 써서 하는 어떤 사업은 외면적으로 매우 화려하고 잘 노출되지만 형식적으로는 전례를 따르고 내용적으로는 평범한데
돈을 적게 써서 하는 어떤 프로젝트는 외면적으로 작고 잘 드러나지 않고 형식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뭔가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양극화는 부자의 지배, 부자의 승리가 아니라
엄청나게 다변화, 맞춤화, 개인화하는 사회를 이르게 될 것이다. 아까 왜 일본을 말했냐면 일본처럼 온갖 소도시에 저마다 다른 특산물이 있고 평생 다 가도 다 못 갈 스팟, 유적지, 음식점, 굿즈, 과자, 그 지역에서만 나는 농산물로 만들어진 그 지역에만 있는 도시락... 이 있는 느낌이 그런 양극화에 대한 적절한 예시같기 때문이다.
11) 작년에는 돌베개가 없던 것 같은데 아주 크게 있었다.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힘입어. 돌베개의 국문학 학술서적은 좋아한다.
한겨레출판, 창비, 돌베개 등등 모두 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와 관련있다. 반면 노골적으로 보수성향을 드러내는 거대 출판사는 잘 업다. 개인적으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굳이 언급한 이유는 독서인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다.
독서인구란 독서를 하는 자들이다. 독서를 하려면 시간이 있어야한다. 그런데 지금 이 사회에서 할 일 많고 창창대로를 걷는 이들은 독서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또한 그들이 읽는 책은 적은 수의 책으로, 이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출세하기 위한 서적이다. 경제경영 수험서 등등.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 창비, 돌베개 등의 특정 정치적 입장이 강한 출판사의 성장에는 70-80년대 상명하복식 군사정권 사회와 불화했던 이들이 요샛말로 쉬었음 청년, 당시 말로 한량백수가 되어서 남은 시간에 독서계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관료로 성장하는 이들은 저녁에 소주에 삽겹살을 먹고 아침에는 조인트까이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한 사회의 주류적 가르침과 불화하는 이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독서에서 위안을 찾고, 생각을 가다듬고 분노를 가라앉혔을 수 있다. 책이 안전가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들도 시간이 지나 자신의 용신이 찾아와 주류가 된다. 생각지 못하게 자신도 자식세대에 꼰대가 된다.
이런 흐름을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 이 시대와 불화하고 독서계층으로 성장하는 이들의 한 덩어리 는 퀴어라고 보인다. 실제로 도서전에서도 상당히 많은 퀴어커플들이 보였고 독립출판이든 대형출판사든 주제적으로 퀴어를 하나의 축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느슨하고 너그러운 관찰자 및 응시자의 입장에서 미루어보자면 억압적인 (주로 기독교) 부모세대의 규율에 상처를 받고 저항을 하면서 마음이 형성되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부드러운 어른, 다정한 남성성이 아직 실체로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시대를 미리 앞서나간 섬세한 이들이다. 그런 마음들이 지금 메인스트림 집단과 불화해 독서에서 위로를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 그런 현상적인 모습은 7-8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며 책을 탐독하던 민주주의 세력과 닮은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그러므로 2-30년 후에는 퀴어도 주류가 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아트선재 전시 리뷰썼을 때도 한 말이다. 그리고 살과 뼈가 없는 비인간을 사랑하는 생태주의자 자식세대에게 사람을 사랑하라고 억압하며 꼰대가 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