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져 데이>보았다.


처음에는 더 디쉬라고 알려졌던 것 같은데 개봉 즈음해서 이 타이틀로 확정되었다. 바꾼 제목이 영화의 메시지에 더 적합하다. 원반 접시 모양의 UFO(미확인 비행물체) 혹은 UAO(미확인 비행현상)이 핵심이 아니다. 방송국에서 미국 정부가 숨겨왔던 외계인 정체를 속보(Breaking News)로 보내며 헤드라인을 폭로의 날로 잡는다.


갓 신내림받은 애동제자마냥 미국의 산신 외계인에 빙의해 공수를 마구 쏟아내는 에밀리 블런트와, <챌린저스>풍으로 사슴을 닮은 조쉬 오코너, 성해나의 소설 <혼모노>에서 찐 신제자를 질투하는 박수무당 문수를 닮은, 방울대신 디바이스를 든 콜린 퍼스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한국어를 소화한 에밀리 블런트가 노력을 많이 경주했고 카메라의 중심에 있으며 네러티브를 멱살잡고 끌고 간다.


설마설마했는데 내용은 댄브라운 다빈치코드를 닮아간다. 안 본 사람을 위해 스포는 하지 않음.


한국은 다섯 번 정도 언급된다.  북한 내의 반군과 핵점령를 전하는 뉴스 앵커로서 에밀리 블런트, 뉴욕 총 방송국에서 3차대전, 남친이 에밀리더러 K-뷰티에 대해 언급, 한국어는 언제 배웠어?, 캔자스 방송국내 박대성과의 한국어 통역 등 초반부터 엔딩까지 이렇게 다섯 신 정도다. 에밀리 블런트가 열심히 암기하고 연습해서 말한 "예췩불가늉한..." 파트는한국에 2년정도 머문 외국인의 발음처럼 느껴진다. 외국인 억양이 물씬나지만,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면서 떠듬떠듬 말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비정상회담의 다니엘, 알베르토, 장위안, 타쿠야나, 조나단 정도는 아니고 넷플 흑백요리사 시즌1 이탈리아 셰프 파브리정도라고 생각한다. 파브리는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수준이고 에밀리는 외워서한 것만 다를 뿐. 미드 로스트의 아 페이퍼타올이 요기잉네? 머라고요? 자눼으을 장인이신 빽 회장님 미테서 일하코 이치.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물논, 보다는 당연히 잘한다.


스필버그옹의 고전적 카메라 테크닉과 연출은 모두 보인다. 예를 들어 빈번한 카메라 패닝, 


달리 크레인 카메라로 계단에서 붐 업, 반사면 활용(휴고는 증명사진으로 콜린 퍼스와 2인자 가운데에, 에밀리 블런트와 조쉬 오코너는 얼굴로 모든 주인공이 유리면에 반사되어 비친다) 같은 삼십 년 이상 보아왔던 스필버그의 시그니쳐 카메라 움직임이 보인다. 연출적으로는 전형적인 미국 교외지역의 집안 무대, 가족애, 피지컬 실물 외계인에 대한 경이, 쫓고쫓기는 체이스신, 비밀을 숨기려고 하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텐션이 있다.


그러나 미국 외에서 미국만큼 흥행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옛날에는 일관적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영화 연출이, 뉴미디어 유투브시대를 만나 천재적인 크리에이터들이 쏟아내는 영상의 향연 속에 익숙해진 비주얼 리터러시 높은 대중에겐 다소 빛이 바래보일 수 있다.


2시간 25분의 러닝 타임이 지루함 유발의 요인이 아니다. 드라마 8회차 8시간이라도 흡입력만 있다면 빈지워칭(몰아보기)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대다. 오펜하이머나 원배틀애프터어나더나 듄이나  위키드가 러닝타임이 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지금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쓰고 다섯 가지 점이 특징이라고 브레인스토밍 노트만


1. 한국의 빈번한 언급에서 한국이 미국주류문화에 어떤 하나의 유의미한 문화코드로 등극한 게 보인다.


나아가, 외면적으로 K를 언급할 뿐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빙의, 점지, 예언 이런 초자연적이 다 무속, 무당같은 K-오컬트로 읽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미국의 무당, 미국의 박수무당, 미국의 주령 방울이다.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은 신을 모시지만, 미국은 신이 실험체이며,


한국은 자신의 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얻고자 하는 기복신앙이 기반이지만 미국은 중요한 정보를 은닉하고 외계인 기술 역설계를 하고 생체실험을 한 정부에 대한 공적 분노가 보이고,


한국은 장화홍련 심청이 등 여러 고전설화를 통해 보여지는 것처럼, 사또라는 정부인사에게 의지해 그들의 공권력과 자원을 사용해 자신의 못 다 푼 원한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미국은 정부인사는 아군이 아니라 자신을 쫓아오는 적이고,



미술, 소품, 무대 디자인에 있어 한국은 불교(가 통합한 산신, 칠성을 포함한) 무속에, 재료 물성은 나무와 종이고, 색감은 오방색인데


미국은 종교의례로서 의학과 전자기기가 눈에 띄고, MRI, 눕는 의자 등 의학기구, 스테인레스 스틸과 플라스틱 공업재료물성에 색감은 모던한 하얀색 그레이색 계통이다.


또한, 반복되는 동작수행, 반복되는 전문용어, 특별한 기구 같은 점이 종교인류학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종교는 의학이다. 


그러니 벽에 가득한 디스플레이에 온갖 인포그래픽이 있고, 의학 기구 사이에서, 산소포화도, 칼슘, 협압 같은 대사가 난무하는 중에 빙의한다. 물론 이는 양자역학적으로 두 곳에 존재한다고도 풀 수 있겠지만. 내적으로 빙의는 빙의이고 외적으로 그 주변 각본, 무대, 세트, 소품 디자인이 현대 의학의 것이다.


물론 카톨릭 수녀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기성 종교도 외계인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위해 포함된 것이지 휴 그랜트 주연의 <헤레틱>처럼 종교철학적 대화를 하거나 세속화된 수녀로서의 캐릭터가 특별히 의미있는 기여를 하지 않는다.


2. 외계인은 역사가 깊지 않은 미국이 상상해낸 신이다. 단군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꼼꼼하게 역사를 거슬러오는 한국과는 달리 고고인류학 같은 이주사에 갑자기 유럽인 이주로 점프하는 미국은 역사가 아니라 광활한 우주에서 상상력을 얻는다. 스페이스X 상장되면 135달러에 매물 빠지고 보호예수(락업) 이후 100달러에 구매해 장기보유해야하는 이유. 스타워즈부터 시작해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대한 신화와 더불어 달, 화성 식민지 정복은 미국의 어떤 사명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교훈은 스페이스X 135달러에 상장되면 비상장시기 80달러 매물이 빠지고 보호예수(락업) 이후 100달러에 구매해 장기보유해야한다는 점이다. 스타워즈부터 연결되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대한 신화와 더불어 달, 화성 식민지 정복은 미국적 사명처럼 느껴진다. 우주와 미국은 불가분이다.



3. 댄브라운 <다빈치코드>식 결말. (스포일러라 말을 아낀다)

안동지는 어디있는가?가 계속 반복되는 <하얼빈>처럼 휴고는 설명해주지 않고 이동시키며, 콜린 퍼스는 이유없이 쫓는데 이 부분이 설득력이 특히 약하다.


콜린 퍼스가 결국 <나우유시미>처럼 최면술로 처리되어 털썩 의자에 앉아 체포명령을 내리지 않고 방송을 허락하고 2인자는 화나서 씩씩 거리며 나가는데 그럴 거면 왜 변전소나 비상발전기까지 다 폭발하는 난리 부르스 전시 행정을 한 것인지. 콜린 퍼스가 에밀리 블런트의 눈빛 공격을 받고 풀 죽은 강아지가 되어 털썩 의자에 앉아서 방송을 허용하는 이 신 때문에 앞선 모든 정부 기관의 장기간(79년?) 정보 은폐와 장악력과 조직력이 다 허술해보인다.


요원들은 거의 스타워즈 트루퍼처럼 타이어를 쏘아 맞추지 못하고 눈 앞에서 자동차 탈취당할 정도로 허술하다. 심지어 에밀리 블런트는 공수를 남발하며 사람들을 최면해 홍해의 기적을 펼치며 기지에 입성했다가 무사히 퇴장한다.


4. 패권제국의 중심성이 보인다. 일종의 할리우드식 미디어 자본주의다. 중요한 자료를 방송국을 통해 전세계에 송출하면 버스 타는 것도 잊고, 비행기에서도, 비행기 짐 찾는 곳에서도 짐 찾는 것도 잃어버릴 정도로 볼 것이라고 느슨히 믿는다.




먹고 살기 바쁜 나라, 제국이 아닌 제3세계,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도 과연 미국의 주류 필름메이커와 동일한 강도로 외계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한 개도국은 철학문제를 두고 씨름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 문화의 중심 할리우드의 블랙홀 정점에 있는 스필버그의 상상은 그렇지만 방글라데시에서도 알바니아에서도 이런 뉴스를 보면서 같은 충격을 먹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의 상징인 백과사전(Encyclopédie)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지식을 민중과 대중에게 공개해야한다는 믿음이다. 디드로와 달랑베르가 편찬한 백과사전은 지식의 나열을 통해 이성과 합리주의를 통해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으며 엘리트주의에 저항했다. 인터넷과 리눅스도 이런 믿음에 기반했고, 이 흐름은 위키피디아, 오픈AI까지 이어진다.


18세기 백과전서는 모든 지식의 문서화이고, 20세기 인터넷과 리눅스는 기술독점 타파이며, 21세기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의 대중화, 현재 생성형 AI는 지식 활용의 평등화를 추구하며 모두 기본적으로 무료로 공개된다.


지식의 민주화를 막고 탄압하는 세력은 정부와 엘리트이기 때문에 와덱스라는 국방부, FBI와 얼기설기 얽혀있는 정부기관이 이들을 막는 것이다.


UFO 미공개 파일뿐 아니라, 최근에는 엡스타인 파일공개도 미국내에서는 큰 이슈다. 그만큼 정보의 독점적 소유에 대해 민감한데 이는 어떤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조쉬오코너 캐릭터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마저 마다하고 정보공개를 위해 분투하는 사명감은 유럽-미국적인 전통에 있고 다른 문화권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5. 외계인은 존재론적 고민이다. 외계인이 있구나 음 그럼 그럴 수 있지. 하는 게 아니라 외계인의 존재가 있다는 자체에서, 인간이 문명의 중심, 


캔자스라는 아주 작은 미국의 오지 시골에서 퍼뜨린 진실이 뉴욕을 통해 프랑스, 스페인 등 글로벌로 송출이 되더라도 이뿐이다. 파리에서 다시 브르타뉴나 남프랑스 Ajoux로, 마드리드에서 바로 카탈루냐어를 쓰는 바르셀로나로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제국의 중심부는 중심에서 퍼뜨린 지식이 제국 곳곳으로 균질하게 확장될 것을 믿으나 주변부는 중심-주변의 위계에 따른 지역적, 문화적 감수성을 감안해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번안해 이해한다. 언어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모든 방면에서 교섭되고 착종된다. 조선이 하달한 문서가 쓰시마에서 일본 국왕이 아닌 천황에게 올리는 문서로 번역된 것처럼 중간 노드에서 간섭현상도 발생한다.


이때, 진실을 은폐하는 사람이었으나 대중에게 진실을 공개해야한다는 정의로운 사명감에 입각한 조쉬 오코너가 USB에 60기가바이트 정도되는 파일을 방송국 서버에 업로드해서 공개하려고 온갖 애를 쓰며 인디애나의 시골 (모텔 이름에 스필버그식 아재개그를 넣어 Inn-di-ana다. Inn=숙소를 활용한 언어유희다)을 돌아다닌다. 인디애나는 넷플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기묘한 이야기>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인디애나주는 남한의 사이즈와 모양과 같으니 기묘하게 한국과 닮았다.


외동아들이자 문명의 태자로 살아오다가 우주의 단독자가 아니라는 충격을 받을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도 애초에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사고를 하는 히브라이-그레코문화세례를 받은 유럽문명이 발명한 믿음에 서구백인들이 탄탄히 쌓아올린 것이다.


이미 자기가 세계의 중심이 아닌, 패권국의 인사가 아닌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강도로 비인간 생명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정치,경제,금융,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위계적으로 높은 영감님들의 아젠다를 따라왔는데 외계인이라는 다른 아전, 도지사, 대통령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제도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는 로마황제나 귀족들이 페르시아 황제나 이집트 군사지도자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문명의 중심부라는 나르시스즘적인 태도가 있어야만 외계인이 경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인류의 보편성과 존재에 대한 범세계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건 중심부에서 주변으로 이어지는 원심적 파급력을 느낀 이들이어야하는 것이다.


캐스팅에 있어서 동양,여성,흑인,인도 등 다양하게 채용해 의사,요원,MRI운영간호사 등으로 배치해 의미있는 대사를 준 것 같지만 어쨌든 주연 셋 모두 백인이다.


여기까지 일단 대충 노트. 나중에. 나중은 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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