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에 올라온 일본 애니는 매 주 시간이 쫓겨 만든 TVA에 비해 작화가 훨씬 뛰어나다.

붓벌레, 이누도지 같이, 귀엽고 무해하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반려동물 캐릭터는 굿즈 2차 시장에 필요해서 등장하는 것 같다.

지브리의 붉은 돼지서부터 느꼈는데 인물 묘사가 서구적이다. 말과 행동거지는 일본인인데 동양인에 없는 금발과 하얀 피부다. 이젠 청발, 녹발도 있다.

한국에 동도서기(東道西器), 중국에 중체서용(中體西用)이 있듯 일본에 화혼양재(和魂洋才)가 있다. 19세기 말 서구열강의 침략에 저항하며 한중일 저마다 자신의 전통을 지키며 근대과학기술을 도입해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했던 보수적 근대화 전략이다.

건담이나 제이캅스(한국엔 케이캅스로 수입) 같은 소년 메카닉 만화가 이런 화혼양재의 픽션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단한 외갑은 서양의 기계공학에 기반하되 조종사는 일본의 순수한 정신을 상징하는 초등학교 소년이다.

그런 로봇만화가 화혼양재의 하드버전이라면, 소프트버전이 바로이런 애니의 외양묘사인 것 같다. 말과 행동거지는 일본인인데 금발 녹발 청발의 서구적 외모다. 19세기의 꿈이 21세기에 생각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 이 산업의 장르문법이고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표현해서 굳어져 보기에 거슬리지 않다.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보아야 이상한 일이다. 그렇지만 흑발 흑안에 양복정장을 입은 무채색의 사회을 판타지 세계에 그릴 수는 없다. 꿈을 상상할 것이라면 형형색색이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화혼양재의 반대는 본 적이 없다. 얼굴은 동양인인데 말은 교포인 그런 픽션은 없다. 러시아인이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예능은 본 적이 있어도. 일본문화는 폐쇄적이고 내수용이고 고맥락적이라 일본어를, 화혼을 경유해야만 소비할 수 있다.

조금 더 글로벌 지향적인 한국엔 서도동기가 있다. 교포 래퍼, 교포 연예인, 교포 배우, 혼혈 선수 여럿 생각나고 미나리나 성난 사람도 있다. 한국의 소울은 피라는 헤리티지에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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