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부국제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영화제도 간 적이 없다. 나중에 정식 개봉하면 독립영화관에서 보는 편이다.


가는 차비하며 호텔비하며.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보이지 않는 허들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영화제에서만 상영하고 정식수입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그렇지 않아도 볼 고전영화도 많고 읽을 양서도 태산처럼 쌓여있으며 째깍째각 전시종료일이 시한폭탄인 제철 전시도 많다. 민음사, 을유 등 세계문학전집 사백 권 언제 다 읽을지, 만 얼마에 넷플이나, 콜렉티오 하나만 구독하더라도 한 달 안에 DB안에 있는 영화를 다 볼 수나 있을지


그런데 이런 축제는 장점이 있다. 파이널 정리같아 특정시기에 집중해서 한 해의 트렌드를 빠르게 섭취할 수 있다. 개봉일정에 맞춰 매 번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보다 시간절약이 된다. 근처에 특히 독립영화관이 있는 서울사람이 아니라, 영화관을 가기 위해 꽤 먼 거리를 어차피 이동행하는 지방러나 교외거주자의 경우 이득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독주택거주자들은 보통 집에 홈시어터를 구비해놓고 현재상영작은 Btv나 지니에서 결제해서 보는 경우도 많은 듯 하다. 그러나 누구라도 어차피 영화제에서만 선보이는 독립영화를 보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런 다이제스트형 축제는 전시나 출판계에도 있다.


미술전시에는 프리즈, 키아프, 화랑제가 유명하고 최근에는 아트오앤오 등등이 있었다. 물론 나는 안 갔다. 이전에 프리즈는 키아프는 가 본 적 있다. 너무 시각적 집적도가 강해 머리가 과부화하가 되어 팽팽 돌 지경이었다. 전시계의 최근 경향이 무엇인지 압축해서 습득할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온갖 곳에 흩어져있는 전시장을 다 돌아보지 않아도 좋아 분명 시간 세이브는 된다.


다만 그동안 하나도 전시를 안 보다가 갑자기 여기서 다 습득하려면 너무 인풋이 많아 기억 나는게 없을 수도 있다. 1년 내내 놀다가 갑자기 공부해서 100점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국공립미술관은 공공성을 추구해서 상업화랑의 페스티발에는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최근 아트오앤오에서 수원시립에서 전시를 했다고 하는데 그 사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외적이다.


나아가 이런 미술축제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이미 갤러리를 평소에 많이 다녀야한다. 이를테면, 파이널 모의고사식으로 그동안 봤던 것을 점검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도 파이널 대비강의 하나 듣고 고득점을 받으려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혹은 1년에 사나흘 한계이상으로 운동해서 1년치 운동량을 채우려는 것과 비슷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일주일에 몇 번 꾸준히 운동한 사람만이 시합에 나가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고, 매일 루틴처럼 공부하는 학생만이 파이널 대비반에서 노하우를 쏙쏙 발라먹는다. 이미 전시장에 자주 내왕했어야 키아프 프리즈에서 어 이거 저번에 본 작품인데, 어 이거 옛날에 봤던 작가인데 할 수 있다. 글로벌로 넓혀서 아트바젤이니 홍콩을 가려해도 이미 아는 게 있어야 보이고 페스티발이 처음이면 수용정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영화제는 영화제에만 출품하고 다시 못 보는 작품도 있는데 미술전시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반반이다. 많은 갤러리는 브이아이피 전용룸과 섹션을 따로 갖추고 있다. 영화제는 영화프로그램 중에 일반인 상영이 금지된 경우는 없는 것과 반대 사례다.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업계종사자라고 티켓팅에 더 유리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일단 건축되어 존재하고 있는 상영관은 공공의 것이고 상영시작하면 모두가 동등하게 시청을 한다. 유명감독이나 배우라고 더 업그레이드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영화는 미술보다는 어떤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의 발달과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상영관에서 좋은 자리를 관계자에게 우선배분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좋은 자리의 기준은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맨 뒤에서 보고 싶을 수도, 어떤 사람은 앞에서 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전시처럼 정말 살 의사가 있는 콜렉터들에게 보여주는 프라이빗룸이 있어 관람에 배리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영화제는 모두가 평등하게 경쟁하고 동등하게 시청하는 편인 것 같다.


책은 서울국제도서전이 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도서전에 가서 책을 살 수 있지만 살 수 있는 권수도 내 물리적 역량에 따라 제한적이고, 배송시키는게 더 낫다. 도서전이라고 할인폭이 더 큰 것도 아니다. 출판사는 도서전을 마케팅, 멤버십 가입 수단 정도로 사용하는 것 같다. 일부 리셀러들은 굿즈 사는데 바쁘고 정작 책은 백안시하는 경우도 있었다.인디서점, 독립출판사 섹션에 있는 책은 도서전에서만 살 수도 있긴 하지만 이들도 매출이 목적인 이상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하거니와 도서전 외에 판매금지를 하지도 않는다. 도서전은 그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매출을 더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무엇보다, 도서전에 가서 앉아서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문득 비교분석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상 시간이다.

영화제는 티켓을 사서 상영관에 들어가면 1-3시간에 완전 시청이 된다.


도서전은 구매 후 집에 돌아가 묵독이 필요하다. 쇼핑이 학습이 아니고 구매가 독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읽는 속도가 제각기다.


미술전시는 들어가서 보는 것으로 감상은 되긴 된다. 그런데 저마다 한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다르다. 대개 몇 초 몇 분이고, 사람들 바글바글한 미술전에서 1시간씩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갤러리 관계자가 제지를 하든지, 구매권유하러 스몰토크를 시작할테니 영화감상시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적으로 비교하면

영화제 티켓값(1만원 내외)<책(5천원도 있을 수 있으나 평균 1-2만원 이상에 벽돌책은 권당 10만원까지도 가능)<미술품(몇 백, 몇 천, 몇 억 단위)

이다.


작품접근성을 생각해보면

영화제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아주 마이너한 작품은 나중에 정식 상영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여러 면에서 고려했을 때 다시 볼 매력이 없는 작품일 가능성도 있다.

미술전시는 경제력 있는 콜렉터와 업계종사자에게 조금 더 친화적인 면이 있는 편이지만 딱히 차별은 아닌 듯하다.

도서전이 가장 접근성이 오픈되어있고 도서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또한 이런 페스티발에 모든 업계가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작년의 경우 없었던 좋은 출판사들이 있었다.

영화도 그렇고 미술전시도 그렇다.


그래서 늘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스스로 알아서 찾아다니는게 최선이다. 페스티발은 한 계기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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