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밤하늘 - 별자리에 이야기를 새긴 인류 최초의 천문학
유성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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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 박사의 <고대 이집트의 밤하늘> 흥미롭게 읽었다.

 

성실한 독해와 저자의 인간미가 자연스럽고 녹진하게 묻어나는 정성스러운 책이다. 주어진 포맷에 맞춰 적당한 정보를 짜깁기한 저가형 퀼트책도 많은 인문교양분야에서 396쪽에 이르기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균일한 지적해상도로 글을 썼다. 저자의 통역경험의 유산인지, 고유명사에 이해를 돕기 위해 원어를 병기했는데 그 어학적 범위는 한문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뿐 아니라 일본어, 아카드 쐐기문자, 콥트어, 히브리어, 희랍어, 러시아어, 산스크리트 데바나가리문자에 달한다. 2013년 스틸로그라프 출판사에서 나온, 지금은 절판된 희대의 책, 프랑스 가톨릭대에서 공부한 권영흠의 <곱트어 문법> 이후로 곱트어 글자가 우리말 설명과 함께 있는 모양새를 본 건 오랜만이다.

 

문이과 마스터로 고전어를 천문학과 함께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예를 들어 서울대 역사학부에서 한국과학사를 여구하는 문중양 교수와 경희대 역사학과에서 조선후기 천문역산학을 연구하는 구만옥 교수가 있는데 둘 다 학부는 이과를 나왔고 사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두드러지는 공통분모는 한문서를 탐구하며 우리나라 역사의 기초학술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인데, 이집트 천문학보다는 오디언스가 훨씬 많을 테다.

 

고전학의 극히 세부적인 정보는 전공한 학자가 우리말로 글을 생산하지 않으면 정보가 아예 유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학문적 짐을 지고 있다. 독자가 극히 한정적인 필드에 외롭게 발신하며 아틀라스적 과업을 홀로 짐지고 그는 근년에 서적 여러 권을 출판했는데 2026년 초의 이 책은 <시누헤 이야기(2024)>, <상형문자 필사노트(2024)> <이집트 창세신화(2025)>에 이어 네 번째 접한 유성환의 대중서다. 2024년은 그에게 생산적인 한 해 였는지 총4권을 냈고 CIR출판사에서 나온 루스터총서의 다른 두 책은 아직 읽지 않았다. 최소 출판시장에는 그가 서술한 지적밀도가 높은 책 6권이 있다.

 

이집트의 하늘은 신화적 상상력과 정밀한 역법계산이 어깨를 맞대는 문이과 융합의 최전선이다. 문과의 마스터가 이과적 내용을 커버하고자 노력한 흔적은 책 여러 지점에서 쉬이 발견된다. 예컨대 "이차방정식 이상의 수식이 나오면 두뇌의 작동이 멈추는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p6)"이 치윤법 계산하는 한 문단(p136)을 쓰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했을 듯한 노력이 역력히 묻어난다. 물론 이런 역법계산은 복잡한 수학연산의 영역이고 이공계 천문학 논문에서 나오는 더 상위의 수학공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논문 데이터를 계산하기 위한 가우시안 정규분포나 베이지안 같은 양적 방법론, 오일러 방정식을 통해 성간가스의 압력, 밀도, 속도의 변화가 중력 붕괴로 이어져 별 형성을 유도하거나 폭발에 의한 충격파가 초신성의 팽창을 설명하는 정도의 수학공식이 역법계산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분석적이고 꼼꼼한 엑셀함수 계산능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화성식민지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발맞춰 여러 분야에서 천문학을 통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물분석, 발굴보고, 종교의례를 중심으로 한 문헌학이 지배적인 이집트학계에 최근 들어 천문학에 대한 증진된 관심이 존재하고 책은 이런 트렌드와 직접 참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술시점에서 옅게 맥을 같이 한다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재작년(2024) 여름엔 이탈리아 피사대학에서 이집트 마술과 점성술과 천문학을 교차하는 여름학술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그 해 초 이집트 아인샴대학에선 파피루스와 금석문연구 컨퍼런스에서 이슬람문명과 그리스로마문명 아니라 고대이집트학을 포함한 다수의 인류문명에서 고고학과 천문학(Archaeology and Astronomy in Human Civilizations)의 중요성에 대해 논설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종교학과 문헌학 중심이었던 티벳학에도 천문텍스트 연구가 활발해진 경향이 있다. OCR리딩과 에이아이 문헌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망실되거나 부분적으로 손결된 텍스트를 읽게되어 디지털 인문학의 기여도 두드러진다.

 

대중에게 있어 이집트학은 다단계로 강의팔아 먹고 산다는 조롱섞인 밈만 인구에 회자되는, 적당히 알고 넓게 비판하고 느슨한 정보만 유통되는 시절이다. 누구도 제대로 알고 깊게 분석하고 선명히 탐구하려 하지 않는 와중에 저자의 이런 책은 무의미와 쓸모없음에 대한 비관에 맞서 일어선 웅대한 걸음 한 보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집트유물과 성각문자의 존재에 대해선 국중박 이집트전을 통해 널리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품 231(2009.4-2009.8)

미국 브루클린미술관 소장품 229(2016.12-2017.4)

미국 브루클린미술관 소장품 94(2019.12-2022.3)

가 있었다. 그러나 성각문자를 직접적으로 해석하는 캡션은 없었고 그 유물에서 문자를 해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무리는 시각기호의 향연을 소비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을 것이다. 성각문자 기초서가 있긴 했지만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적절한 예시문을 우리말로 제공하는 이 서적이 있어 다소 안심이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오픈소스편집기로 편집해 둔 성각문자 예시는 James P.AllenMiddle Egyptian primer 정도 읽은 이에겐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 예를 들어 앨런 기초학습서 2p6-7에서 초보적인 단음문자 s (bolt of cloth), d (hand) 만 습득해도 원어의 풍부만 시각적 세계가 열린다.

 

어학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다.

p28 sḫt ḥtp 평안의 들판에서 삼자음

p33 범선 표의문자

p248 sšd 유성, 번개에서 s-šd-d 뒤의 의미한정서

p281 셀케트에서 삼자음 srqt

p106 발가락

p126 각주1번 남성 혹은 여성 10을 의미하는 교집합 기호

p202 청동 금속 주둥이

같은 부분이 흥미롭다.

 

특히 p23의 신 이름이 p24의 그림 안에서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독해를 가능케한다. 라틴어 그리스어 한문 등이 늘 그렇듯 학자가 예시문으로 편집한 텍스트는 쉽다. 원문에서 필체 변주 가운데 스스로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노력은 칭찬받을 만한 훌륭한 업적이다.

 

내용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좋다.

p35-36 빛의 부재에 대한 종교적 해석

p47 1/64에 대한 해석

p75-76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이 두 개 떠있는 <1Q84>와 이외수의 달이 없어진 <장외인간>과 서태지의 <컴백홈>의 검열당한 달 가사 5번트랙, 스타워즈 4

p199 은하수는 누트 여신의 등뼈

p228 오른쪽은 서쪽, 외쪽이 동쪽인 것은 "이집트의 기준 방위가 나일강이 흐르는 방향을 기준으로 상류인 남쪽이었기 때문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차이는 철학, 신학, 대중교양서에도 많이 퍼져있는 말인데 p235에 이집트인의 양적, 질적 시간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아마 이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지평선의 지배자 호루스가 "선사시대부터 이집트 남부에서 광범위하게 숭배됐더 하늘신" 이며 "아득이 멀다를 의미하는 형용사사 헤리에서 파생됐다"(p175)는 부분과 왕과 호루스를 동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진실한 목소리(p202)를 읽고 호루스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졌다

 

이집트인의 도량형을 언급한 p206에서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 길이인 완척이 손가락 28개 또는 손바닥 7개라고 하여 직접 내 팔꿈치까지 세어보기도 했다.

 

p212-213의 중왕국 시대 이디의 목관에 그려진 순성의 주기를 정리한 표를 이렇게 깔끔한 도표로 정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런데 저자는 이 대각선 별시계를 어떻게 활용했을지 알 수 없다고 p216 말한다.

 

 

문체적으로 특이한 부분이 있다.

설화석고의 화학적 특징이 석회 황산염CaS04, 2H20)를 언급했다. p203

한창 인문역사를 이야기하다가 단 한 부분에서 과학적 해상도가 선명해지는 것이 흡사 서울대 국문과 박희병 교수의 1014페이지에 달하는 책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 1(돌베개, 2018>에서 그의 회화의 벽돌책에서 그의 회화 64점을 한문체로 평석하는 중에 p426에서만 화학식이 나오는 것과 닮았다. 운모를 찧어 종이를 만들었다는 부분을 언급하며 갑자기 "운모는 규산염 광물의 일종으로 SiO4사면체가 3개의 산소 원자를 공유하여 층상구조를 이룬다"라는 이과적 표현이 부각된다. 유성환의 p243에서 공작석과 방연석 같은 광물용어가 조형예술적 특징과 설명하기 위해 결합하는 정도, 도 비슷한 감각이다. p232-233에서 갑자기 중세에서 20세기 전자기술의 압전효과와 물리학 등이 나와 판타레이같은 문체로 변한다. 한편 p91 천문학과 고전학이 교착하는 실험 완전한 문체 통일이 안되어있고 텍스트의 질감이 각기 재료의 분절적 조합인 샐러드에 가깝다.

 

 

 

책에는 오타가 적지 않은데 AI가 최종 글을 배설하지 않았다는 인간적인 증거다. 아래는 오타가 개정판에서는 수정되길 기대하며 적어둔다. 허나 이러한 리스트가 저자의 노력을 폄훼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한다.

 

주말에 일정이 많아 글을 지금 쓰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 일단 독서 노트를 그대로 옮겨 발행한다. 나 역시 다소 오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오류들은 저자의 정확한 용어를 기술하려는 노력에 대비되어 특히 두드러진다. 지적 선명도에 대해 옥의 티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부분 이렇다.

p75 <1Q84> 등장인물 가와나 덴고, 아오마메 마사미의 일어한자병기, 伊邪那岐命의 정확한 음차(いざなぎのみ, p96), 심지어 엑스선 형관 부석법 XRF도 풀네임으로 쓰는(p249), 아마의 학명Lunum usitatisimum까지 베푸는(p85)

단순히 한자의 한글독음뿐 아니라 p168 각주에서 장식 띠를 견대라는 한자로 추가병기까지 할 정도다.

네덜란드어 정확한 발음 하위헌스 p206

p250 각주영프단어에 이어 대문자로 시작하는 독일어 명사 정확한 표기

p42 굳이 삭망을 한자로 주어서 그 다음 삭망월에 대해 선명히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p92 단출旦出heliacal rising (혹은 신출)은 처음 알게 되었다.

p99 러시아 민담 웃지 않는 공주 원어로 표기

p160 stasis를 의미하는 정체성은 한자를 停滯性로 병기하지 않았으면 identity를 일컫는 正體性과 헷갈릴 수 있어 표기선택이 적절했다.

p168 전페이지에서 이어진 각주1번에서 이집트의 천문관을 신의 종, 선지자라고 오역한 그리스인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p191-192 대주교이자 천문학자였더 필리포 루이지 질리가 오벨리스크 기단부에 만든 자오선 표시는 한국어로 정보가 아예 없다. 인터넷에 찾아보아도 대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일본어 등으로만 자료가 찾아진다.

filippo luigi gilij

https://romainfinita.com/los-sampietrini/

 

https://esploraromablog.com/2016/06/06/il-cuore-di-nerone-e-la-sua-leggenda/

 

https://ameblo.jp/trinakria/entry-12695694672.html

 

오타 편집 오류는 이렇다.

1. 프랑스어 관련 오타는 다음과 같다.

p20 각주1번 르메르트 Lemaître 르메트르, p149 아래에서 네 번째줄 d'Églantine e위에 악쌍떼귀 붙여야함

 



2. 아랍어는 모두 표기가 잘못되었고 읽으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거슬려서 출판사 편집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p82 각주1번 세 번째줄 안닐, p83 위에서 11번째 줄 바튼 엘-하자르, p84 두 번째줄 안-날 알아바이드는 철자도 틀렸고, 이어 5번째줄 안닐 알아즈락은 앞 뒤가 바뀌었는데 한글에서 자주 있는 실수, p100 각주14-5번째줄 알니타크, 알닐람, 민타카(참고로 여기서 알닐람의 경우 원래 알니잠al-niẓām(النظام)인데 중세 라틴어에 습합되며 발음이 잘못 굳어버렸다는 점을 지적하면 더 좋겠다), p120 각주 2번 네 번째줄 라마단, p177 위에서 15번째 줄 노루즈, p178 각주 아래서 두 번째줄 니싼, p247 위에서 네 번째줄 파즈르, p269 아홉 번째 줄 세르답, p316 8-9번째 줄, 알주반알주나비, 알주반알샤마리야 (심지어 이도 연음해서 읽으면 알주바닐이 될테지만), p350 일곱 번째 줄 피르만, p371 아래에서 두 번째줄

 

아랍어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자음중심 문자체계인 히브리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틀림없이 정확히 쓰였기 때문에 아랍어의 右書 역전 표기오류는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예컨대 마겐 다비드(다윗의 별) p242와 창세기 16절의 궁창 라키아 어근 p29 정확히 표기되었다.

 

3. 성각문자 음차에 대한 것은 이렇다.

p353의 카르투슈 안 성각문자 표기가 3wtqrtr에서 t가 아니라 d로 보인다. 물론 이는 로마 황제 아토크라토르의 성각문자 음차이긴 하다.

 

p31 6번째 줄 mqst -> msqt

 

p228 6-3은 아마 이메네티와 이아베티는 제외하고 성각문자만 표 안에 구겨넣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잘 모르겠다.

 

4. 그리스어

p195 각주1번 여덞 명의 바람의 신 그리스어 표기 중 다 정확하나 πηλιώτης만 아펠레오테스가 아니라 아펠리오테스다.

p358 각주1번 네 번째 줄의 찬가의 여신은 복수표기로 폴리힘니아라면 Πολυύμνια라고 써야하고 그리스어 그대로 읽는며 폴륌니아다.

p362 각주3번에 그리스어로 병기한 유레카의 이중모음 위에 거친 기음표시(῾)가 있기에 정확한 발음은 헤우레카ερηκα. 대중의 인식은 유레카로 고착되었으나 정확한 그리스어 표기를 적었다면 발음도 원어로 써야한다.

 

5. 로마 제정시대 원로원 승인에 따른 신적인 존재라는 divinus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면 중세에 변한 ㅂ가 아니라 반모음을 존중해 디위누스divinus라고 하며 좋았겠다. 틀린 것은 아니다.

 

 

첨언으로, 뒷장의 은색 부분이 읽을 때 특이한 그립감을 준다.

 

 

 

p273-276에서 주류 이집트학의 입장에서 오리온자리 상관 이론이 논거가 빈약하다 비판한다. 근거 부족, 비교군과 비정합적, 실용적 이유 부족 등으로 임의적 선택에 의한 비전문가의 왜곡된 낭설이라는 요지다. 이 부분은 마치 서울대 역사학부 고대사 전공 권오영 교수의 서가명강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2020>의 서문과 <미래를 여는 한국고대사, 서울대출판문화원, 2022>에서 제기한 낭설에 대한 비판을 닮았다.

 

 

 

피라미드의 별자리에 대한 부분은 정연식, 경주첨성대의 기원, 주류성: 2023. 가 생각난다.

 

정연식 서울여대 교수는 경주 첨성대가 전통적인 견해인 '천문관측대'가 아니라 선덕여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정치적 표상라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77636.htm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3180802

 

 

 

 

 

약간의 오류를 고친 개정판이 나온다면 모두의 서가에 구비해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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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매일씁니다 2026-04-0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학명 Ibis religosa아니고 religiosa
The Sacred Ibis (Threskiornis aethiopicus, formerly Ibis religiosa) is an African wading bird historically worshipped in ancient Egypt as the embodiment of the god Th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