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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우리가 사랑한 도시> 재밌게 읽었다.
피렌체, 교토, 워싱턴 D.C., 에든버러, 암스테르담, 상하이, 파리, 런던 이렇게 동양 2도시, 서양 6도시 총 8도시에 대한 인문기행집이다.
꼭지별로 구조적 공통분모가 있다. 다루는 도시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로 흥미를 돋우는 두 사람의 대화로 포문을 열고, 역사 정치 예술 문화 등 종횡무진하며 이야기하다가 라디오에서 라스트 코멘트하는 식으로 은환on 지윤on하며 한 문단씩 마무리한다. 마치 on air 불 들어 온 것 같다. 대개 이 부분에서 맛집을 다루지만 메인 글에 포함된 경우도 있고, 둘이 아니라 한 명만 등장하기도 한다. 그 도시는 해당 패널이 다녀오지 않은 모양이다.
맛집 소개하는 여행도서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식당정보는 없다. 심지어 여행 때 그립다는 이유로 파리 한식당 우정에서 순두부찌개를 먹는다. 이렇게 개인이 솔직하게 생각하고 느낀 도시에 대한 단상이 묻어난다.
비슷한 결의 책이 생각난다. 예컨대
짧은 대화문 형식을 미술사 대중서에서 처음 도입한 양정무의 난처한 이야기 시리즈
역사 정치 문화를 종횡무진하는 고 남경태 번역가의 양서들
시공사에서 나온 김상근의 <나의 로망 로마>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연대 졸업 학벌이 느슨한 접점인, 도시와 예술을 통섭한 책을 쓰는 박학다식한 전원경의 550쪽에서 630쪽에 달하는 예술 3부작 시리즈
저자가 역사적 인물을 생각하며 걷고 여행하는 이야기가 포함된다는 아이디어는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40여권과
구완회의 <여행하는 일본사>
언뜻 생각해보아도 이런 책들이 떠오른다.
저자들은 확실히 서양을 좋아한다는 점이 글에 드러난다. 과고에는 암기중심 화학생물 vs 원리중심 물리수학파가 나뉘고, 외고에는 문법구조의 알파벳파 vs 표의문자의 한자파가 나뉘는데, 미술사는 동양과 서양으로 취향이 나뉜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마음의 지향점이 나뉘는 경향이 있다.
에딘버러를 강력 추천했다고 말하고(p115) 피렌체는 정말 들를 곳이 넘쳐난다 감탄하며(p22) 파리는 냄새가 좀 날지언정 일단 너무 예쁘지 않냐 경탄하고(p193) 워싱턴은 지루했던 첫 인상과 달리 살아 움직이는 핫 플레이스로 생각이 달라졌다고(p69) 대화하며 암스테르담은 모든 것이 과하지 않고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곳이라고(p149) 평가하며 런던을 거닐며 연속성의 힘이 대단하다 느끼면서 대영제국 부심이 부럽다고(p238) 찬사한다.
그러나 상하이나 교토를 다룰 때는 이런 도시를 다룰 때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톤의 차이가 보인다. 이를 통해 동양에 대해 다소 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교토와 상하이의 장점과 인상적인 포인트는 충분히 설명한다. 허나 서양을 다룰 때는 보이지 않던 투덜거림이랄까 볼멘소리가 약간씩 드러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던 천황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은 꽤 역설적이다."(p49) 이런 표현은 혹여 번역이 되면 다소 강한 어조라고 느낄 수 있다. 문단의 맥락은 메이지유신이 분기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또, "천황은 궁궐인 교토 어소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창살없는 감옥이 아닐까?("p52)라는 구절도 있었다. 이어서 광대한 어소에서 견딜 수 있을 것이라 부연설명하나 이때도 서양을 호출해 유비한다. "세계적 소국 모나코 공국 면적의 절반에 가까우니 이런 규모라면..."(p52)
상하이에서는 아트 토이 및 피규머 파매점 팝마트 일화를 언급하면서 고른 몇 개의 박스에 같은 인형이 나와 실망감이 크다(p163)고 고백하고 털게 식당은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p170)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런 볼멘소리는 일부이고 AI가 쓰지 않고 인간인 썼다는 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저자 개인적인 인상을 진실되게 전했다는 증거로 기능한다. 전체적으로 도시에 대해 긍정적인 톤으로 서술했다. 다만, 짚고자 하는 점은 그저 서양 도시는 압도적으로 기분이 들떠서 신나고 재미나서 썼고 약간의 불편함마저 미화되었는데 동양 도시는 그만큼은 아니라는 것일 뿐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영어가 편해 서양도시는 이해가 빨라 친근함이 느껴지고 배경지식도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거리는 가깝지만 다소 생소한 문화에 언어장벽이 친연성을 다소 떨어뜨리는지도.
책은 물론 미술관 답사기의 외피를 입지는 않았으나 서양은 모두 뮤지엄을 언급하면서 동양에서는 뮤지엄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교토는 문화유산인 금각사와 은각사와 청수사라는 사찰을, 상하이는 조계지와 동방명주 등의 스팟을 다루었다.
이에 더해, 교토의 경우 아서 골든의 <게이샤의 추억> ,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 상하이의 경우 조너선 카우프만의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등 서양인의 도서를 경유해 영미권의 시점으로 이해한다. 다 좋은 도서이고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읽었지만 현지인, 내부자의 시점의 설명이 결여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예술은 국제성이 내제되어있어 정치학자 김지윤의 시각은 이해에 큰 기여를 한다. 동주 이용희는 국제정치학자이자 한국미술사가였고 히라노 겐이치로는 국제문화론을 지어 문화를 정치현상처럼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처음 글에 꼭지별로 공통분모를 간략히 다루었는데 세부적으로 뜯어보자.
1) 다루는 도시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로 흥미를 돋우는 두 사람의 대화로 포문을 열고
2) 역사 정치 예술 문화 등 종횡무진하며 이야기하다가
3) 지윤on, 은환on하며 라디오 라스트 코멘트식 대화 한 문단씩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구조적 유사성 속에서 내용적으로는 어떤 라이트 모티프가 있을까?
우선, 구조적으로 걷는다는 모빌리티를 강조한 문장이 나와 드라마틱한 이동성이 느껴진다. 도보이동하는 시각적 묘사가 있다.
아울러, 모든 꼭지에서 미술관과 맛있었던 음식이 등장한다. (영국 미식문화가 악명이 높아서 그런지 런던만 음식이 없고 맥주와 까페 한 마디만 나온다) 그리고 전술했으나 교토와 상하이만 미술관 대신 문화유산, 역사유적, 관광지가 나온다.
예컨대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T본스테이크
교토의 카레우동과 소박한 뷔페식당과 KULM까페
워싱턴 D.C.의 국립자연사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와 필립스 컬렉션 그리고 포시즌즈 호텔의 스테이크 하우스와 마틴스 태번과 블루 덕 태번
에딘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그리고 위스키, 순대 해기스와 피시앤칩스
암스테르담의 뮤지엄플레인,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그리고 파넨쿠켄과 인도네시아 나시고랭
상하이의 조계지, 동방명주, 털게, 만두 샤오롱바오, 차
파리의 오르세, 루브르, 갤러리 라파예트, 그리고 크루아상(얼마나 좋았는지 p180, p192-193두 번 언급된다), 바게트, 한식당 우정과 세토파
런던의 테이트브리튼, 테이트모던, 내셔널갤러리, 윌리스 컬렉션 그리고 음식은 맥주 한 마디만 나오고 대신 쇼핑만 비중있게 언급된다.
-5장 암스테르담에는 지윤on이 없고 은환on이 없다.
-8장 런던에는 지윤on이 있고 은환on이 없다.
나아가 각 꼭지에서 인물과 건물과 책이 나온다. 메디치, 미시마 유키오 페르메이르 쏭칭링 벤야민 나폴레옹 셰익스피어 영국왕등등. 건물과 책은 생략.
그리고 가능하다면 도시에서 한국과의 접점을 주려고 한다. 별도의 주제로 다루거나 아니면 한 문장으로 처리한다.
피렌체는 한국직항이 없고 로마, 밀라노를 거쳐온다. (p15)
교토는 서울의 1.36배다. (p61)
워싱턴의 주미공사관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p87-90)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 거리는 약530km..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30km인 걸 생각하면 제법 먼 거리다(p98)
상하이 임시정부(p168-170)
파리의 한식당(p204)
-그리고 앞서 on이 하나씩만 있던 것처럼 5장 암스테르담과 8장 런던에는 일단 한국언급은 없다.
에필로그에서 전은환은 모든 사람의 여행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라 말한다. 인문예술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 책에서 정치학자와 경영전문가가를 닮은 여행의 모습은 어떤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같은 도시에 다시 갔을 때 얻는 경험도 매번 달라진다하니(p246) 다음 번에는 동양은 조금 더 너그럽게 보아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