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화가의 연필과 목탄 드로잉을 보는 것
수묵화의 담묵과 준법을 보는 것
만화가의 필선을 보는 것
혹은 우리에게 드러난 최종 진화과정으로서 자연을 보며 그 원인과 변화 과정을 추적해가는 것
디테일은 다르지만 시지각의 훈련법과 사고실험이라는 점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
아르누보 체코화가 알폰스 무하가 연필로 휙휙 그은 선에서 우아함이 있고
보티첼리의 단테 신곡 삽화에선 정중동의 미학이
에곤 쉴레에선 파괴적인 섹시함과 동시에 관능 속에 끝점이 정해진 붕괴되는 세기말적 체념이 보인다
고매한 회화뿐 아니라 스틸컷이라는 점에서 만화가도 같은 생각의 훈련도구를 제공하는데
슬램덩크의 자전거가 내달리는 배경 속 바람을 표현한 디테일한 선과 힘준 한 페이지 컷과 열혈강호의 땀방울과 털과 과격함과 체인소맨의 막 그린 단순화된 등장 장면(달리는 허벅지)를 두고 표현법을 비교해본다
이렇게 완성된 최종 일러스트에서 중간 작업과정 속 고민을 톺아보면
미술과 과학은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