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유럽 소수언어를 가르치시는 분은 공개된 메일로 들어오는 수많은 문의를 귀찮아하면서도 다 쳐냈다. 버거워는하되 내심 전문가로서 위치를 즐기는 듯 보였다. 어느 한인 민박집 사장도, 어느 마이너 관광지 가이드도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즐기면서,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하소연하면서도, 남을 도와주길 거리낌없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어떤 한국 거주 원어민 강사는 20년 동안 가르치면서 매달, 매학기 학생들이 바뀌어 왔는데 그중 성공한 뒤 다시 찾아와 감사 인사를 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고 수업 중에 이야기했다. 훗날 대기업 취직 후 바로 이전 소속인 대학교수에게 직접적 도메인 지식 전달에 감사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업계 커넥션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쓸모가 있으니. 조금 더 기분이 좋은 이는 고등학교 교무실을 찾아가서 자신의 못난 과거와 화해하고 지위상승을 자랑하고자 찾아갈 수는 있다. 유치원까지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아직도 집근처가 아닌 이상.


엄마와 유치원 원장님이 지인이 아닌 이상. 초기 도움은 잊기 마련이다. 사람의 생리가 그렇다. 진입을 도와준 이들은 베풀고 잊어야하는 숙명을 감내해야한다. 그것이 싫으면 하면 안되고, 상처를 받을 것을 알면서 나 자신을 내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이들이 있고 복되고 귀한 이들이다. 가능하지 않고 마상이 된다면 하면 안된다. 애초에 사람들이 접근할 통로조차 만들지 않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북미엔 할로윈날 밤에 집 현관문 등을 켜두면 관습적으로 아이들이 노크하고 사탕을 가져간다. 현관문 등을 모르고 켜둔 한인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만약 평탄하고 내면에 집중하고 실속있는 삶을 바란다면 애초에 눈길을 끌 단서조차 주지 말아야한다는 뜻이다. 아름답고 잘생기고 젊은 사진을 올려두면 사적 DM을 받을 수 있다. 학벌 직업 커리어를 전시해두면 사람들은 글에 기대하기 마련이다. 문화권력에선 정보와 도움을 바란다. 외모자본, 지위학벌자본, 문화자본 모두 그렇다. 드러내면 찾아오는게 당연하다.


어떤 이가 책을 몇 만 권을, 영화를 몇 천 편을, 전시를 몇 백 군데를 다녔다고 한다면 일단 멈춰서서 그이의 내면을 관조한다. 무엇을 말하는가, 디테일은 어떠한가. 실제로 글과 표현에서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튀어나오면, 그제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숫자나 자랑, 인증 등 외면적 정보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티켓인증, 전시장 앞 포토월 등 즉각적인 외적 전시가 타인의 시선을 끈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 유능한 마케터는 팩트풀니스를 열심히 읽고 인포그래픽적 사고를 통해 어텐션유지를 위한 테크닉을 사용한다.

나의 입장은 콘텐츠를 시간을 들여 소비했는데 남에게 알려줄 자신만의 생각이나 정보가 없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대단한 지식일 필요는 없다. 초등학생도 영화나 전시를 보고 나름의 시각으로 포착한 포인트가 있고, 때론 그게 어른에게 큰 인사이트을 제공한다.

생각한 바를 다 글로 쓰기엔 어려우니 사진으로 대체해 간소화할 필요성도 있겠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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