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은 마태복음효과를 언급하며 부익부 빈익빈을 재화 뿐 아니라 기회에도 확대적용했다. 이미 성공한 사람이 더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것.


지식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부자와 앎이 많은 학자는 비슷하다. 돈이 많은 자는 돈을 놀려 돈을 불리다. 앎이 많은 자는 모르는 걸 계속 알아가며 더 앎이 풍성해진다. 둘 다,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결여된 자와 차이가 점차 벌어진다. 그리하여 부자와 빈자는 동일선상에서 대화를 할 수 없고, 스승은 제자에게 자기가 아는 것의 1%도 다 전해줄 수 없다. 투자기회, 부동산, 그린벨트, 다주택, ETF, 우주항공, 반도체웨이퍼, 수수료, 보험, 절세, 배당금같은 세부이슈에 대해 같은 혀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 외국어 입문반 첫 1시간을 배우는 사람과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산다. 깨달음이 높은 고승도, 평생을 고전을 읽어온 학자도 갓난쟁이를 AtoZ로 교육시킨다는 것은 막막한 일이다. 그래서 가진 자는 없는 자 앞에서 침묵한다.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개개인은 존엄하고, 그것과 별개의 이야기다. 


부자도 학자도 많이 가짐으로 인해 질시와 동경을 동시에 받는다. 왜 가지게 되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운과 파장과 중력과 태도와 생각에 의해 저절로 마태복음 효과가 일어난다. 동물적 감각을 지닌 것 같기도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돈이 벌리는지, 어디에 돈이 모이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자원을 운영해 더 큰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지 감각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대상인, 은행가의 영혼을 지닌 이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어디에 사료가 있는지,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야하는지 귀신 같이 파악하고 선생없이 기초부터 자기주도학습으로 전진하는 이들이 있다. 대개 여정의 초입에 들어온 입문자는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조차 파악이 어려운데 메타인지가 된 이들은 목표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대니얼 대닛의 자서전을 번역한 신광복은 옮긴이의 글(p15)에서 "현대에서 학문을 하려면 무언가를 누구에게서든 배워야하고 또 그 대가로 자신이 아는 것을 내놓으며 인적 그물 안의 한 매듭이 되어야한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 어떤 수준에서 학습의 진척이 이루어질려면 자신이 깨닫고 이해한 바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서 타인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류투성이에 이해하고 소화한 정도가 부끄러울지언정.


수학공식을 학습하고 유제를 손으로 풀어 채점한다.

건축모형, 수채화, 유화, 설치미술, 영상, 조각 등등 나의 작품을 만든다. 

그립, 포즈, 호흡법 등 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며 스포츠와 악기를 배운다.

어휘와 표현을 학습해 내 입으로 출력하고 문장을 써서 원어민에게 첨삭받는다.

독서를 하고 독후감을 쓴다.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쓴다.

열역학, 유기화학, 세포분자생물학, 뇌과학에서 선행연구를 읽다가 가설을 반박하거나 새로운 접근방식을 첨가해 나의 실험을 진행한다.

텀페이퍼를 쓴다. 대가의 논문을 읽고 자기식대로 재서술해서 인용과 함께 자신의 글에 녹여낸다그런데 이때 흥미로운 점은


자기가 타인에게 기꺼이 보여준 것이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주지 않은 돌아오기 힘들다. 전달과 수용이 같은 사이클에 있지는 않다. 내가 준 사람이 같은 것을 되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카르마는 그렇게 돌아간다. Pay it forward의 트레버처럼. 선의를 주고 받는 것은 비즈니스고, 관계 없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었을 때 공동체가 살아난다.


따스한 사랑을 주면 어딘가에서 조그마한 사랑이 돌아온다.

가게에서 정다운 인사를 건네면 다른 곳에서 산뜻한 인사를 받는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다.


스레드에 지식을 나누면 지식을 얻는다.

인사이트를 공유하면 더 확장된 지식 연결망의 일원이 된다.


크로스는 부적절하고 기존의 순환시스템을 교란한다.

지식을 나누고 돈으로 대가를 받는다.

돈을 주고 지식을 얻는다.


물론 돈으로 일부 도메인지식을 사거나 사람을 쓰거나 중간 절차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거기까지다.한계가 있다. 돈으로 지식을 살 수 없다. 억만금이 있어도 1만원짜리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돈으로 학벌은 살 수 없다. 재벌집막내아들에서 도준이는 할아버지인 순양그룹 회장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서울대 법대 손자라는 타이틀을 주겠다고 세기의 딜을 했다.


돈으로 연구결과도 살 수 없고, 돈으로 세계 고문서 자료실에서 희귀자료를 탐독하면서 깨달은 바를 살 수 없고, 돈으로 여행지에서 그 사회와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해한 바를 살 수 없다. 누군가에겐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하는 것들이다. 돈이라는 인풋으로 기계적인 인과관계가 성립이 안된다.


돈으로 중간 절차는 얻을 수 있다. 돈이 있기에 학비도 내고 숙박비와 교통비 등 경상비도 처리하고 미술부자재와 연구자재도 사고 여행지도 가본다. 


지식을 나누고 돈을 얻는 크로스도 한계가 있다. 지식을 나누면 더 큰 지식을 얻는 것이 본질이다. 지식을 판매하려고 마음 먹는 순간 지식을 돈으로 판정하게 된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 페이크뉴스나 가십도 마다한다. 돈으로 글의 방향이 정해진다. 어느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는 하루 연습을 안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안하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 안하면 관객이 안다고 했다. 쓰던 글의 순수함이 탁해지다는 것은 자신이 먼저 알고, 지속되며면 순수한 마음을 지닌 주변인들이 곁을 떠난다.


으레 퍼스널 브랜드 계정을 성장시켜 강의판매, 오프라인 모임, 부수익으로 연결하는 것 같다. 그러한 길을 택한 사람은 그대로 존중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계정이 너무 커져서 불필요하게 사람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거리고 돈과 이해관계로 불려다니고 한다면 차라리 폭파시키고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책 홍보 연락을 받았으나 매섭게 거절했다. 한 권 공짜로 받고 글 쓰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고, 마케터로서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자 채널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긴한데, 돈에는 늘 마구니가 붙는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광고수익 없는 블로그에아카이빙만 한다. 내 책과 글을 내 스스로 등급화시키고 내 관심사과 방향성을 돈에 맞춰 우선순위를 매기게 된다. 그리하여 지식을 지식답게 대우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어떤 지식수입상, 앎의 판매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여 철저히 금욕적인 삶을 추구한다.


글을 쓰면서 얻은 것은 나의 수행과정이고 내 생각의 조탁이었다. 스레드의 효용 중에는 넛지가 있었다. 이미 관심있고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누가 언급하면 동기부여가 되어 서가에서 책을 꺼낸다. 영화도 전시도 그렇다. 나의 앎이 당신의 앎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교학상장하는 이 대국민 단톡방에서 한국어를 쓰는 공동체에 유통되는 지식이 더 풍성해진다. 


적게는 500명, 많게는 몇 만명, 자신이 이룩한 디지털 도시공간의 크기와 관련없이, 주파수가 맞는 한 줌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 흥미롭다. 이미 관심있고 흥미로워했던 지식인데 열심히 정리하고 분석해준 글을 통해 나도 생각이 발전된다. 그리고 그게 끝이다. 그 댓가로 돈이 오가는 것은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에선 옳지 않다. 물론 모든 이는 자신의 삶에 필요한 물질을 현실적으로 추구해야하나 그 수단은 이 사회에서 이미 형성된 업계에서 버는게 적절하다 본다. 덕질로 돈을 번다기보다, 상관없는 다른 노동을 해서 덕질할 시간과 돈을 번다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어느 누구는 아닌 경우도 있겠고 다 케바케 사바사다. 하나의 삶의 방법은 이렇다는 것일 뿐이다.


글이 예쁘다, 스레드에서 눈에 띈다 같은 감사한 말도 들었고, 돈 안 내고 봐도 되냐 하는 댓글을 받았다. 혹여 그런 마음이 든다면 자기가 마음 가는 곳에서 미혼모, 유기견, 장애우, 고아원, 소외지역후원, 국제기아와 전쟁의 의료지원, 국가유공자단체 등에 기부했으면 좋겠다.

설령 무료로 접할 수 있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도용하거나 무단복제는 안했으면 한다. 그것은 안됩니다 노놉! 


이미 나 역시 값없이 많은 이들에게서 큰 배움을 얻었다.  전근대시대였다면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했을텐데 어디서 이렇게 전문가들이 많은지. 영어나 일본어나 과학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지 절대 배운 티를 내서는 안된다. (그런데 한문 초서를 GPT와 제미나이로 리딩하는 건 다 틀렸다 그런 글 볼 때마다 짜증난다. 읽을 능력이 있는 쌤들은 SNS을 안해서 무가치한 정보가 돌아다닌다)


지난 달에 블로그 문제가 있어 잠깐 옮길까 생각했다가 원래 문제가 1주일마에 해결되었기도하고, 수익화라는 생각이 끼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한다. 상품화할 정도로 다듬은 글도 아니고 그런 마음이면 글을 못 쓰겠다. 허접한 아무말 대잔치의 의식의 흐름이어야 글이 나온다. 원래 쓰잘데기 없이 끄적인 비문과 오타가 많은 노트가 많은데 (노트북이 오래되어 ㄴ이 안되어 자꾸 오타난다 ㅑ도. 영어의s와 i를 쎄게 눌러서 그런듯) 그걸 우연히 읽은 사람이 재밌어했고 


내 입장에선 그런 지인이 조금 더 들어난 정도다. 스레드는 휘발성과 폭발력이 좋은 플랫폼 같다. 한 번 팡 터지고 다음 날은 유통이 안된다. 그래서 나 조차 내가 쓴 글을 검색할 수 없고 스크롤해도 잘 보이지 않아 블로그에 아카이빙 검색용으로 복붙한다. 재미난건 나 역시 그런 매체의 특성을 따라 생각의 방식과 섭취의 방향이 결정된다. 마치 액체가 그릇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듯. 반죽이 틀에 맞춰 성형되는듯. 책 영화 전시 한 번 갔다가 두보처럼 우다다 글을 쓰고 올린 다음 그 글이 갑자기 퍼버벙 파고 퍼진다. 그리고 나도 타인도 다음 날에는 다른 콘텐츠를 섭취하고 이전 일을 잊는다


고 남회근 선생 왈, 이번 생애에 열심히 읽은 책은 다음 생애를 위한 것이다. 존버다. 내 글을 값없이 재밌게 읽은 당신은 어차피 또 다음 생에서 내 글을 읽게 될 것이다. 하하하 그땐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읽게 될지도. 지금은 거저 읽는다. 대기업의 무료쿠폰뿌리기 전략 같은 시장선점전략 즉, 입도선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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