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서재 파이아키아가 공개되었다. 이와 비슷한 서재 빌딩은 고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고양이 빌딩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둘 다 최고의 명문대 학부졸업하고 대학원 과정은 밟지 않고 기자로서 시작해 독서인으로서 오래 살아온 경력이 닮았다. 모두 일국의 수도에 대학가 근처,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 조용하고 안정된 지역에 자신만의 독서 둥지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쿄대, 오차노미즈대가 있는 도쿄 분쿄구(文京区)와 건대, 한양대, 세종대가 있는 서울 성동구다. 아울러 둘 다 서재사진을 모아 책으로 꾸몄고 종교에 관심이 있다.


정원과 건축은 주인을 닮듯, 서재도 꾸미는 사람의 취향을 닮는다. 수집벽이 있는(스스로 고백) 이동진의 서재는 책 외에도 포스터, 카메라 등 굿즈가 많아 볼거리가 풍부하다.


끝까지 본 사람들을 위해 2시간 풀버전 영상은 영상 마지막에 일부 공개 링크로 첨부되어 있어 검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MV-kMUirlvM


영상 말미에 5층건물 구입, 설계를 80% 대출로 해결 했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질투할지 걱정하는 표정이다. 그 마음에 공감된다.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서재는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런데 모두에게 어필할 수는 없다. 책과 가까이 하는 한 부류, 지식의 권위자인 석박사, 교수들에게는 깊이가 없다 너무 관심사가 많다고 비판받을 것이고 수능이 끝나 자유로운 공부를 이제 시작하는 학부생들에게는 부러움을 살 것이다. 내가 아는 한에서 신춘문예 평론으로 당선되지 않았고 평론의 언어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기에 동종 업계로부터도 환영받지 않을 수 있다. 의외로 제작자는 평론가는 마치 홀과 주방의 관계처럼 같은 공간에 있되 애증하고 무시하는 사이라 독서량과 영화적 성공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그런 다양한 어려움 속에 이동진이라는 한 사람의 취향을 전시하는 개인 박물관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은 왠만한 용기가 없어서는 안되고 그 마음에 소박한 응원을 보낸다. 이러한 서재도 있을 수 있다는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누군가에게 꿈의 레퍼런스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보물같은 자기 세계를 열어젖혀준 것만으로 귀하다고 생각한다. 질투, 시기, 집착, 폄하로부터 벗어나 여유를 갖고 그의 콜렉션을 음미한다면 무료로 우리는 참 좋은 시각적 경험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의 주파수에 걸리지는 않으나 돈 많은 이들 중엔 고가의 오디오, 골프채 콜렉터도 있다. 희귀품종 반려견/묘도 콜렉팅하는 이도 있고 미술품 콜렉터도 있다. 저마다 자신의 취향을 갈고 닦는다. 대출했건 주식/부동산 폭등으로 떼돈을 벌었건 수익의 출처와는 별개로 개인이 구축한 취향의 세계를 음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향의 깊이와 너비를 장기간 연마하고 확장해 그 수준을 국내외 전문가의 인정을 받을 정도가 되면 문화적 브랜드로,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많다. 레고로 집을 지었다거나, 배트맨 차를 직접 만들었다거나, 헬기를 스스로 만들어보았다거나. 


단단히 조탁된 취향은 다이아몬드처럼 희소성을 띄어 사후 모든 이에게 유익이 된다. 예컨대 어떤 이는 금융상품과 전자기기 판매로 평생 써도 다 못 쓸 천문학적 수익을 얻어 천문학적 가치가 있는 값비싼 미술품을 수백 점 사모았고, 이는 후대에게 공공의 이익이 되었다. 로버트 리먼과 이건희의 이야기다. 돈의 양에 따라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LP판을 모아 빈티지 까페 LP바를 열 수도 있다. 수십 만 장의 전시회 리플렛을 모아 소규모 박물관을 오픈할 수도 있으리라


함께하되 독립되었고 홀로이되 혼자가 아닌 이동진의 세계는 그 자체로 귀하고, 이런 삶의 가능성도 있다는 가지런한 모범이 된다. 전문가, 입문자, 평론가, 제작자 그 누구에게도 전폭적 공감을 얻지 못할지언정. 동안이고 아이돌이지만 내일 모레 환갑(58세)이다. 열심히 돈을 벌고 살았다면 왜 그정도 책을 못 샀겠는가. 일개인이 출판사를 먹여살렸을 정도다. 그의 꿈이 더욱 흐드러지게 꽃 피우길.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디자인적으로 세련되게 완성되었다 뿐이지 책만 두고 보았을 때 그정도 양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꽤 있을 것 같다. 어느 뉴스에서 인가 한 중견 출판사 편집자가 인천의 아파트에 수 만권의 책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고 자신은 오피스텔에 따로 산다고 했다. 어느 법의학자도 뇌과학자도 수 만~10만 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지방에 따로 집을 지을 정도다.


이동진의 서재는 그의 관심사가 책에만 치중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그런 점에서 사실 난 책만 많은 움베르토 에코의 서재를 가장 좋아한다(별장과 본가 두 곳이란다) 나는 이동진과 달리 굿즈가 별로 없고 건조하게 책만 많다.


모두 언젠가는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기를.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것처럼 자기만의 방이 주는 사적 자유로움은 소중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biblioteca+umb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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