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과 공장제 프리메이드빵을 비교할 수 없다

어쩌면 공장에서 막 만들었을 때 노동자들은 그 풍성한 향과 폭신한 감촉을 다 느낄 수 있었겠지만 비닐에 포장되고 박스에 담겨 트럭에 실려 매대에 진열되기까지 길고 먼 여행을 거치는 동안 초심의 풍미를 잃어버려 소비자는 이미 닳디닳고 지치디지쳐 갓 출생했을 찬란하던 아우라를 잃은 빵을 우적우적 씹는다.

마치 빵처럼 책도 그렇다
물류센터에 재고로 몇 년 묵었다가 비로소 해배된 오래된 서적과 갓 인쇄소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초판 예약본의 종이향을 비교할 수 없다

비닐에 감싼 도록에서도 가끔 풍겨나오는데 어쩌면 컬러도판이 깊은 종이내음새를 단디 품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욱을 으레 배운 변태라고 칭하는데
신간 예약도서를 막 배송받고 뜯자 풍기는 새 종이 향기를 아이 머리카락이나 냥이 젤리처럼 코를 박고 킁킁 맡고 있는 나를 보며 나도 책에 단단히 미친 배운 헨타이구나하고 생각하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또 한 번 페이퍼센트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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