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에 나왔는데 2025년 11월에 개봉한 석류의 빛깔 보았다. 가끔 서양 인문학 서적 중에 반세기가 지나 뒤늦게라도 우리말 번역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서다. 같은 이유일거다. 최근 국내영화시장이 죽을 쑤는 가운데 탄탄한 팬층의 노리고 왕가위 영화를 비롯해 4K로 리마스터링해 재개봉하는 추세인데 이 영화는 4K는 맞으나 최초 개봉이다.

초기 기독교 국가로 자국 문자를 5세기부터 유지하고 있는 아르메니아를 배경으로 소련 감독과 스텝이 찍어 러시아어 자막을 깐 영화다. p가 r인 러시아어도 모자라 u가 s고 NL이 w이고 n은 v인 아르메니아어는 알파벳과 너무 달라 어질어질하다.

지정학적 위치가 아랍 몽골 유럽의 중간지대라 지역 문화 인종 모든 부분이 하이브리드다. 백인 피부에 묘하게 튀르크느낌 얼굴이고 몽골 오스만이 섞인 복식에 아랍풍 마이너 반음이 두드러지는 찬양에 페르시아 글자가 쓰여진 보자기가 보인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이 아르윈의 청을 거절할 때 나랑 결혼하면 영생을 사는 엘프인 당신은 내가 늙고 죽어도 젊게 살아있어 후회 속에 고통받을거라고 거절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배경은 거의 그런 반지의 제왕 아라곤 감성이다. 샤이어가 영국이라면 모르도르는 발칸반도 부근으로 설정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곤도르는 아르메니아를 모티프로 삼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수도원 배경에 빛바랜 돌기둥이 보로미르가 탈환한 오스길리아스 같다. 중세 복식과 비잔틴 교회그림도 인상적이다. 절 벽면에 걸린 탱화에서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알아보듯 비잔틴 교회 벽화에서 사도들의 이름을 알아본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연극무대 동선을 기반으로 한듯 정면의 관객을 응시하며 앞과 뒤 두 레이어로 움직인다.

18세기 음유시인의 삶을 그리는데 서사가 친절하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는 아방가르드 영화다. 이미지의 연쇄, 사진술의 계승, 지적 실험으로 받아들이는게 더 낫다. 엔딩은 서편제 결말의 갈대밭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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