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 다큐멘터리 영화 오퍼스 보았다.
감독은 그의 홍길동격 아들인 소라 네오로, 사카모토의 성은 받지 못했으나 작품세계는 가장 닮은 크리에이터다. 단편 슈가글래스보틀(2022)과 장편 해피엔드(2024)을 보았는데 후자의 경우 사카모토풍의 멜로디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스티븐 쉬블 감독이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7)와 에이싱크(2018)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촬영을 담당했었는데 이번 2023년 다큐는 자신이 직접 연출했다.
부제는 오퍼스. 영어로는 오퍼스라 읽는 이 단어는 일을 이르는 라틴어 오푸스(opus)에서 유래한 말로 작곡가의 음악작품 한 점을 말하다. 중성 3변화 명사인 이 라틴어 단어는 opus, operis로 곡용하는데 복수형은 오페라(opera)다. 오페라는 여러 음악작품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화면 속 고 사카모토는 마지막 황제, 통푸 등 그의 대표작 20곡를 치고, 영화제목과 같은 제목의 작품 오퍼스를 끝으로 영화가 끝난다.
작년 도쿄 동쪽 강동구(고토구 江東区)에 있는 도쿄도현대미술관에서 봤던 류이치 사카모토 회고전(소리를 보다, 시간을 듣다)의 충격이 새록새록 났다. 원래 오전에만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전시장을 나오니 이미 4시간이 지나있었다. 가장 처음 깊은 심연 속 물 영상 <Time Time>은 너무 몰입해서 연속 세 차례 보았다. 이정도로 깊게 내려앉은 수기운은 구현할 수 있다니 정말 감명 깊었다.
뉴욕의 한 스튜디오 그랜드 피아노에서 어쩌면 생애 마지막 연주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20점의 오퍼스를 단아하게 연주하는 70세의 아버지(1952년생)를 카메라에 담는 33세의 아들(1991년생)
영화는 과묵하여 언뜻 연주실황영상같지만 찍는 각도가 매 번 달라지기에 세련된 뮤직비디오 느낌이 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마지막 모습을 덤덤히 담으려고 한 미니멀한 다큐영화다. 특히 영화의 흑백톤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The Wuthering Heights, 소설이름에서 따온 음악타이틀)의 스산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영화에 인위적인 연출터치가 있다면 두 부분으로, 중간 10곡째 아쿠아에 이르러 약간의 실수를 하고 모-잇까이(もう一回) 즉, 다시 한 번 하죠, 라고 말하며 같은 노트를 반복하는 부분이다. 인터미션을 주기보다는 예술가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상기시키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마지막 곡에 이르러 연주는 지속되는데 어느새 류이치 사카모토 본인은 없고 자동피아노가 공기 압력으로 건반을 알아서 연주하다가 페이드아웃되는 엔딩이다.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삶은 짧다)라는 가운데 자막을 넣어 사람은 없어져도 사람이 만든 창작물은 영원하다라는 메시지를 연출적으로 드러냈다. 이 자동피아노 신도 도쿄MOT 회고전 마지막 파트와 일치한다. 연주하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송출한 영상을 반사하는 유리판이 자동으로 건반을 움직이는 피아노 앞에 배치되어 있어 죽은 음악가가 마치 실제로 살아 연주하는 듯한 착시를 주었다.
용은 신화의 생물이다. 아무도 실체를 본 적은 없으나 모두가 존재한다고 믿는 상상의 크리쳐다. 온갖 미술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간지에서 용띠로도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의 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용을 신처럼 믿지는 않으나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모한다. 그러하듯, 류이치, 용일(龍一) 즉, 하나의 용은 이제 정말로 하늘로 승천해버렸고 류이치라는 용으 픽션의 세계에 영원히 존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