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king of Modern Korean Art: The Letters of Kim Tschang-Yeul, Kim Whanki, Lee Ufan, and Park Seo-Bo, 1961-1982 (Hardcover)
Gregory R. Miller & Company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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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이우환 김환기 김창열의 국한문 혼용체 편지를 영어로 다듬은 책이다


국가성장기 아직 외국교류가 자유롭지 않을 때 불안의 멱살을 잡고 당당히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았던 예술가의 지적 자취다

번역한 김언수씨가 정말 고생했을 것 같다 마지막 확인되는 커리어는 국제갤러리 디렉터


라틴어기반 유럽지식인의 편지공화국에서 과학혁명이 나왔고 한문필담기반 동아시아 문예공화국에서 통신사를 통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가들의 교류의 증거인 서신을 읽으며 비슷한 유비를 할 수 있다


사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나 20세기 독립운동이나 개화파나 예송논쟁도 다 그 밥에 그 나물인 한 줌의 엘리트 지식인 사이의 단단한 결속된 공동체가 만들어 낸 응축된 문화적 현상이다


최근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도 편지전 총총을 하고 책으로 낸 바 있는데 이런 1차사료 서간연구는 한국의 하이컬쳐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알리는데 큰 의미가 있는 기초작업이다


읽다가 재밌는 부분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김환기가 김창열에서 보낸 1973년의 편지에서 이런 번역이 좋다.


창열이 Poster, 벽에 붗어놓고 늘 보고 있어요. 물방울이 아니라 창열이의 땀방울로 보여요. 참, 일을 많이 했구만

It looks like drops of perspiration, not water

-땀방울을 인내로 바꾸고, 반복되는 방울drops을 한 마디로 바꾸어 영어식 문장으로 다듬었다.


무연한 감흥 같은 옛 국한문 혼용체도 fervent inspiration라고 잘 바꾸었다.


김환기의 편지는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 같은 글이다. 예컨대 내게 돈이 자꾸 드러 온다는 소식, 참 재미나요 I've heard that money is coming my way, which is interesting


또 다른 곳에서 김환기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를 한자로 대폭大幅이라고 했는데 일본에서 교육받아서 쓰는 단어 같다. 대폭은 오오하바라고 읽는다.


한편 김창열은 말이 험하고 표현이 거칠다. 박서보에게 보낸 1974년 6월의 편지에서 특정 국가 사람들을 묘사한 부분과 의성어를 사용해 문학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역자가 눈치껏 생략했다


7, 8월 빠리 여행은 관광여행에 불과한데... 일본 놈들 관광단처럼 줄줄이 손 잡고 빠리를 쏘다니며 미술관에서 사진들이나 절까닥 절까닥 찍어대면 어쩌자는 거냐

what are you thinking, roaming through Paris in herds hand in hand and taking pictures in museums all over Paris?


김창열이 박서보에게 보낸 1974년 1월의 편지에서


일급 화랑 놈들은 출석을 안하고 송사리 화랑들에서만 뎀벼

-minnow dealers threw themselves at me라고 나름 살렸다


미술잡지 .. 에서는 똘만이 여기자만 하나 보내고 이름 있는 새끼들은

-Novice female reporter이라고 경멸적pejorative한 표현은 뺐다


길게 개수작을 늘어 놓은 작가

-lengthy로 뺐다


마음 안 내키는대루 두번째의 개인전을 남불(남프랑스) 아비뇽에서 하게 돼서 그림만 실어 보냈더니 뜻하지 않았던 건데기가 와르르 쏟아져

-건데기.. 같은 문학적 표현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잘 바꾸었다

Was caught off-guard by unforseen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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