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은 용감해서 바다가 된 게 아니지
너무나 겁이 나도 계속 엉엉 울며 흘렀을 뿐
돌을 만나면 돌아가고 막히면 넘치고
그렇게 오늘의 경사를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끝에 바다가 있었네
용기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버릇 같은 것일지도
시냇물에게 바다는 목적지가 아니라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어느 오후의 마음
초라해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물은
반드시 언젠가 윤슬에 스민 소금 맛을 배우고
길 잃어 부서진 길들이 모이고
흩어지고 굽이친 자취가 쌓여
끝내 넓은 수면을 이룬다
그곳에서 용감한 시냇물은 큰 소리 내지 않아
낮은 곳으로 가는 선택은 늘 조용하니
바다는 그래서 웅장하나
시작은 언제나 작고 젖어
시냇물은 늘 작은 흔적
돌 앞에서 물러섬도 돌아섬도 묻지 않고
그저 낮은 곳을 따라 오래 조용히
작아서 더 자주 부딪히고 더 많이 흩어지나
그래도 흘러온 시간만큼 기울은
광활한 차안의 숨과 빛
종종 졸졸 소리만 내면서
나지막한 깨달음에 이른다
나는 처음부터 작은 바다
나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