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1시간 동안 글을 썼는데 스레드 오류로 날라갔다. 그렇게 날라간 글이 여럿 있다. 영화 <태풍클럽>, <로마의 휴일> 등. 댓글로 6개 이상 이어서 3천 자로 길게 적다가 잠깐 핸드폰 탭을 이동해서 다른 정보를 검색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내용이 날라간다.

19세기 프랑스 혁명에 대해 집필한 토마스 칼라일이 초고를 친구인 존 스튜어트 밀에게 검토해달라고 보냈는데 하녀가 모르고 불쏘시개로 활활 태워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인구에 회자되지 않지만 20세기 초 러시아 작가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추워서 불태웠을 수도 있다.

스레드에 글 쓰다가 날라가는 것은 원고가 불타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도 글 쓰는 이의 머리 속에 한 번 썼던 글의 얼개가 남아 있으니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과 순간의 실수에 대한 자책만 버리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미련에서 자유로운 지피티는 응답실패해도 다른 문체로 글감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 아쉬움은 인간의 감정이다

핸드폰 노트에다가 글을 쓰면 즉각 저장되는데 왜 스레드에 글을 쓰는가? 여러 번 그런 일을 왜 반복하는가? 왜냐면 스레드의 위태로움에 기대 글을 매일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글을 많이 썼다. 그런데 다 쓰고 나면 스레드에 복붙하는 것이 귀찮고 발행하려는 순간 부질없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 올린 글이 산더미다.

이런 책 저런 영화 인풋이 많아 심각한 뇌내 교통체증을 겪으며 매일 같이 떠오르는 생각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일은 다른 채집 작업을 하느라 전날 글은 잊어버리고 올리지 않는다.

이때 스레드 댓글로 이어 적는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젠가 블록 쌓는 것 같아서 무너지기 전에 일단 발행을 누른다. 모래성을 쌓는 듯 다 쓰고 비문이나 오타 검수도 하고 다시 읽지도 않고 그냥 발행을 누른다. 어어.. 잠깐 무너지기 전에 일단 세이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위태롭게 빚은 글은 초고의 형태로나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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